하이트진로 양인집 사장 “글로벌 주류기업으로 우뚝 설 것”
“진로는 더 이상 소주기업이 아닙니다.”
일본 도쿄 진로 본사에서 만난 양인집 하이트진로 해외사업 총괄 사장은 이 점을 제일 먼저 강조했다.
2006년까지만 해도 전체 매출의 99.7%가 진로 소주였지만, 이제는 그 비중이 35%로 줄어든 반면, 맥주(48%)와 막걸리(14.8%) 비중이 크게 높아져 자연스럽게 종합주류회사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진로는 최근 해외수출이 부쩍 늘어나면서 일본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소주 뿐 아니라 맥주와 막걸리로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높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이트진로는 특히 일본 시장에서 막걸리 돌풍을 일으킨 주역이다.
2009년 일본 시장의 문을 처음 두드려 전국 판매에 착수한 2010년에 연간 목표치였던 10만 상자(1상자=8.4L)를 불과 두 달 만에 달성하더니 그해 70만 상자를 팔아치웠다.
연간 판매목표를 120만상자로 크게를 늘린 지난해에는 목표를 훌쩍 넘어 140만 상자를 팔았다.
양 사장은 “한국에선 막걸리가 중소기업이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다”며 “한류열풍에 힘입어 양국간 교류인원이 많아지고, 점차 건강지향적으로 저도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서 막걸리 사업을 시작했던 것이 적중했다”고 자랑했다.
이같은 성공은 치밀한 조사와 준비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하이트진로는 2009년 시장진출에 앞서 일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막걸리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한국의 막걸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막걸리를 마셔봤는지, 어떤 맛을 선호하는지가 알아본 결과 응답자의 3분의2가 ‘진로’를 한국주류기업으로 떠올렸고 이중 절반이 막걸리를 마셔봤다는 결과가 나왔다.
2010년에는 전국 판매를 위해 주류도매상 200곳을 동경 본사에 초대해 막걸리를 함께 팔자고 설득했다.
매년 축소되는 주류산업에 고민하던 일본 도매상들은 ‘막걸리’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자는 양 사장의 설득에 손을 내밀었다.
양 사장은 막걸리 수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지에 생산공장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한국에서 만들어 일본에 수출하는 막걸리는 유통기간이 길어서 피치 못하게 살균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살균처리가 되지 않은 생막걸리를 판매하려면 현지 생산이 필수적이라고 양 사장은 판단했다.
양 사장은 “최근 막걸리 성장률이 다소 둔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막걸리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라며 “매년 370만명이 한국을 다녀오면서 ‘생막걸리가 더 맛있다’고 알려지자 업소용 막걸리를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많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일본 주류시장조사 전문기업과 접촉해 주류 제조면허를 보유한 공장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생산체제로 들어가면 소주와 막걸리, 맥주 모두 가장 맛있는 술을 만들어 팔겠다는 포부다.
최근 양 사장은 맥주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진로가 하이트맥주를 흡수합병하면서 소주뿐 아니라 맥주사업에서도 희망을 본 것이다.
양 사장은 “일본 주류시장의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는 맥주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진로는 2010년부터 일본 유통업체 카와쇼푸드사와 손 잡고 제3맥주인 ‘프라임 드래프트’를 수출했다. 대형마트 PB상품으로 하이트맥주의 품질력을 인정받은 뒤에 자체 브랜드로 인지도를 확산시킨다는 전략이다.
양 사장은 지난해 자체 브랜드인 ‘더 하이트-진로 드래프트’를 출시했다.
그리고 올 7월에는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드라이타입의 맥주 ‘드라이비어’를 일본 대형마트인 이온마켓에 PB상품으로 내놔 인기몰이 중이다.
올 상반기 하이트진로는 일본에 5천300만 달러어치의 술을 수출했다. 이 가운데 맥주가 3천만 달러가 넘고, 소주가 1천760만달러, 막걸리가 516만달러를 차지했다.
양 사장은 “그동안 한국 증시에서 우리 실력만큼 인정을 받지 못했는데, 주류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의문을 해외사업으로 답하겠다”면서 “오는 2017년 매출 목표를 지난해 1천500억원 보다 2배 늘어난 3천억원으로 잡았다”고 포부를 밝혔다.
<일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진로막걸리를 살펴보고 있다>
현재 하이트진로의 해외수출 비중은 일본이 80% 가량을 차지하고 중국과 몽골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양 사장은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호주, 독일 등으로 판로를 확장해 해외수출을 크게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양 사장은 “말레이시아에 단계적으로 진입하기 위해 싱가포르의 대형 유통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며 “앞으로 100만 상자 이상 맥주를 팔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양 사장은 “지난 5월 하이트진로의 해외사업 총괄 사장직을 겸임하게 되면서 해외사업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다"며 "일본시장을 주축으로 맥주의 본 고장인 독일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