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 부실에 웅진그룹 악재 겹쳐 '벌벌'

2012-09-28     임민희 기자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몸집은 불어난  반면 수익성은 되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반기에는 대출규제 강화 및 기준금리 추가 인하 등으로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예상되는데다 최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웅진홀딩스와 계열사인 극동건설이 가진 금융권 부채가 1조원에 달해 여신 건전성에도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은행을 자회사로 둔 금융지주회사 연결 총자산은 1천841조원으로 전년말(1천432조원)보다 409조원(28.6%) 증가했으나 연결당기순이익은 6조1천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5천164억원(7.8%) 감소했다.

은행지주사들의 자산이 크게 증가한데는 NH농협금융지주 신설(+246조5천억원)과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109조4천억원) 요인 때문이다.

지주사별 현황을 보면 자산규모는 우리금융지주가 318조7천억원으로 가장 컸고, 신한금융지주 296조7천억원, 하나금융지주 294조원, KB금융지주 289조2천억원 순이었다.


상반기 중 은행지주사들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에 발생했던 현대건설주식 매각이익 등 소멸로 유가증권 관련이익이 크게 감소(1조1천677억원)하면서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하나지주가 외환은행 인수 등의 영향으로 이익이 크게 증가(6천441억원)해 1조4천97억원을 기록하며 은행권 1위를 달렸다. 신한지주(1조3천867억원), KB지주(1조533억원), 우리지주(8천805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12.91%)은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상승하는 등 자산건전성이 악화되는 추세다. 

기업여신 및 가계여신(집단대출)의 신규부실 발생과 부실채권 정리실적 감소 등으로 전년말(1.47%)에 비해 0.23%포인트 상승했다. 또 부실흡수 능력을 나타내는 대손충당금등적립률은 128.51%로 전년말(144.73%)에 비해 16.22%포인트 하락했다.

지주회사별 BIS비율은 씨티지주(15.70%)가 가장 높고, 하나지주(11.31%)와 농협지주(11.23%)가 가장 낮았다.

올 하반기에도 글로벌 경기침체와 대출영업 규제 등으로 은행지주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 후폭풍이 금융권 전체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6월말 현재 웅진 계열 총차입금은 4조3천억원으로 금융권 신용공여는 3조3천억원 수준이다. 이중 은행권 신용공여는 2조1천억원으로 우리은행 4천886억원, 신한은행 3천22억원, 하나은행 2천898억원, 산업은행 2천518억원 순이다.

회생절차를 신청한 계열사(웅진홀딩스, 극동건설) 및 업황 전망이 불투명한 태양광(웅진에너지, 웅진폴리실리콘)의 6월말 금융기관 신용공여는 2조1천억원 규모로 이들 4개사에 대한 금융기관 충당금 추가적립액은 1조2천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금융기관 차입금은 1조원 가량으로 다수의 개인 및 법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또 극동건설의 경우 1천200개 하도급업체가 상거래채권 2천953억원(매입채무 2천23억원, 미지급금 930억원)을 회수하지 못함에 따라 협력업체들의 연쇄 경영도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증권전문가들은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에 대한 자금우려가 이미 예견돼 왔던 만큼 금융권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구용욱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아직 법원에서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에 대한 법정관리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고 웅진그룹 전체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며 "이미 자금부문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데다 부채규모도 크지 않아 채권은행에서 대비책을 세웠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구 수석연구위원은 "물론 은행들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시점에 이번 극동건설 부도가 악재가 될 것은 자명하다"면서도 "은행주는 수년동안 리스크 반영으로 주가가 워낙 낮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이번 사안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