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현대중공업 KAI 인수 '장외' 신경전도 치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전이 대한항공(회장 조양호)과 현대중공업(오너 정몽준)의 2파전으로 압축되면서 어느 기업이 최후의 승자가 될지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또 어느 기업이 인수 후 더 큰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수합병(M&A)시장의 큰 손으로 불리는 현대중공업이 최근 출사표를 던지면서 KAI 인수에 목을 매고 있는 대한항공과 정면충돌했다.
대한항공은 2004년 이후 두 차례 KAI 인수를 추진했지만 인수가격이 맞지 않아 실패했다.
KAI 인수는 대한항공 오너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조 회장은 항공기 사업을 일으켰던 선친으로부터 KAI를 인수하라는 유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좌),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인 정몽준 국회의원(우)>
지난 8월 말 1차 매각공고는 대한항공이 단독 입찰하며 유찰됐다.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국유재산을 매각할 때에는 2개사 이상이 참여해 유효경쟁이 돼야 한다. 지난달 27일 마감된 2차 매각공고에 현대중공업이 입찰하면서 유효경쟁이 성립됐지만, 한진 측은 만만치 않은 라이벌을 만난 탓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글로벌 조선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은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KAI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대한항공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의한 경쟁 입찰을 원한다”며 현금창출력이 막강한 현대중공업을 민감하게 견제했다.
우선 현대중공업의 사업이 KAI와 전혀 무관치 않다는 점도 신경이 쓰인다.
현대중공업은 배에 사용되는 대규모 디젤엔진 등에 강점을 갖고 있다. 배에 사용되는 스팀터빈과 하늘을 나는 항공기의 가스터빈은 형식만 다르지 기본적으로 역량이 유관한 사업이라는게 현대중공업 측 입장이기도 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경쟁사(대한항공)는 엔진 등 항공기 부품을 생산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승객사업인 서비스업체”라며 “현대중공업은 제조업체로서 KAI를 인수할 역량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5~6년간 대기업 중 사업다각화를 가장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KAI 인수도 경기변동에 민감한 조선업 비중을 낮춰 수익성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극비리에 검토됐다. 대한항공 측이 2차 예비입찰이 있었던 지난달 27일에야 현대중공업이 경쟁상대임을 알아차릴 정도였다.
실제로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5년간 사업을 가장 많이 다각화했다. 지난 2007년 6개에 불과하던 업종이 지난해 15개로 두배 넘게 늘었다. 재계 최고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8년 CJ증권(현 하이투자증권), 2009년 현대종합상사, 2010년 현대오일뱅크를 인수, 왕성한 식욕을 자랑했다.
대한항공은 항공산업을 국가적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수는 가장 적정한 기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근본적으로 선박엔진과 항공기엔진은 차원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대한항공의 항공우주사업본부는 B787 등 민항기 구조물 제작, 한국군 및 미군 전용기 정비, 자사 및 외국 항공사 항공기를 정비 하는 등 항공우주제조사업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다.
특히 대한항공은 항공기 구조물 제조 능력을 미국 보잉사와 에어포스로부터 인정받아 샤크렛 등 부품을 수출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기 제조산업이 곧 군용기 생산사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군수분야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대한항공이야말로 항공기 사업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현대중공업이 대한항공을 긴장하게 만드는 이유는 또 있다. 어마어마한 현금 창출력과 안정된 재무구조가 그것이다.
지난 6월말 기준으로 현대중공업의 총 자산규모는 50조 3천억원. 그 중에서도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1조6천억원에서 6천억원이 불어나 2조3천억원이 넘는다.
대한항공도 현금성자산이 2조8천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총 자산규모 22조 8천억원 중 20조4천억원이 부채로 잡혀 있다. 더군다나 2010년 1조2천억원이 넘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4천600억원으로 줄었고, 순이익도 지난해 8천억원에서 올해 2천억원 적자로 전환되는 등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와 달리 현대중공업은 매년 수조원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KAI 인수금액을 1조4천억원대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출사표로 프리미엄까지 붙어 인수금액이 올라갈 조짐이어서 KAI가 어느회사 품에 안길지 주목하고 있다.
한편 한국정책금융공사는 지난달 27일 접수된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의 예비입찰서를 평가한 뒤 주주협의회 결의를 거쳐 이달 중에 예비실사를 시행하고, 11월 중에 본입찰 및 주주매매계약(SPA) 체결 등을 거쳐 올해 안에 KAI 매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KAI는 지난달 27일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에 28일 2만7천90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