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수수료 잔치' 여전, 올 상반기에만 10조원 달해
2012-10-04 임민희 기자
4일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금융기관별 수수료 현황'과 '은행별 여신관련 수수료 현황' 등을 분석한 결과 카드사 6조원, 은행 3조원, 증권사 1조 5천억원 등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챙겨온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권역별로 보면 카드사들의 수수료 수익이 가장 많았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가맹점과 할부카드 수수료, 연회비 및 부수업무(여행알선, 통신판매, 보험대리 등) 수익 등으로 11조 7천억원 가량의 수수료 수익을 냈고 올 상반기에도 이미 6조원 이상을 수수료로 벌어 들였다.
카드사들은 전체 수익의 3분의 2 이상을 수수료에서 내고 있으나 무엇보다도 높은 이율이 부과되는 카드론 및 리볼빙 관련 수익, 현금서비스 수익 등의 이자수익이 전체 수익의 33%나 됐다.
올 상반기 20개 카드사(전업과 겸험 포함)가 카드론으로 거둔 수익이 총 1조 2천2백억원, 리볼빙 관련 수익이 7천3백억원, 현금서비스 관련 수익이 9천3백억원으로, 상반기에만 약 3조원 가량을 이자 수익으로 낸 것으로 확인됐다.
올 상반기 이자수익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신한카드였고, 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롯데카드 순이었다.
은행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지방은행을 제외한 10개 주요 은행(국민, 신한, 우리, 기업, 산업, 하나, 외환, 농협, SC, 씨티)들이 지난해 벌어 들인 수수료 수익은 6조 6천억원에 달했고 올 상반기에만 3조원을 넘어섰다.
은행들이 송금수수료, CD/ATM 이용수수료, 대출금조기상환수수료로 올 상반기에 벌어 들인 수익만 해도 각각 1천237억원, 716억원, 1천317억원에 달했다.
10개 은행 가운데 올 상반기 수수료 수익 규모와 비중이 가장 큰 곳은 국민은행이었고, 신한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이 규모면에서 뒤를 이었다. 국민은행 6천600억원, 신한은행 4천800억원, 우리은행은 4천700억원 가량을 수수료로 벌었다.
3월말 결산인 62개 증권사들의 경우 2011년 회계연도(2011.4-2012.3) 수수료 수익이 7조 9천억원에 달했다. 올 4월부터 3개월 간 수수료 수익은 1조4천9백억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수익의 11%를 수수료 수익이 차지했다.
2011년 회계연도에서 가장 많은 수수료 수익을 낸 증권사는 삼성증권이었고(7천547억원),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우증권, 현대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3천억원 이상의 수수료 수익을 낸 곳은 총 10개였다.
보험사와 저축은행의 수수료 규모와 수익 대비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3월말 결산인 보험사들의 2011년 회계연도 수수료 수익은 1천143억원으로 전체 보험사 수익의 0.097% 정도에 불과했다. 올 6월까지 3개월 간 수익도 296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보험사 수수료 수익의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대출 관련 수수료가 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보험 가입자들의 약관대출이 계속 늘고 있면서 소위 '깡통계좌' 보험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보험사들의 수수료 수익은 오히려 그에 비례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기식 의원은 "갖가지 명목으로 과다하게 부과되고 있는 수수료 체계는 빨리 개선돼야 한다"며 "단순 서비스 관련 수수료나 비합리적 성격의 수수료는 바로 폐지하거나 요율 및 금액을 대폭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카드사들은 사실상 대부업 수준의 높은 이자율로 대출을 해주고, 그를 통해 막대한 이자수익을 얻고 있다"며 "과다하게 높은 이자율을 낮춰 '카드빚' 수렁에 빠진 서민들을 시급히 구해내고 카드대출 관련 규제는 보다 강화해 카드빚 대란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의원은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수익을 내는 수수료 장사를 계속할 경우 설령 단기 수익은 늘더라도 금융회사에 대한 신뢰와 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며 정부당국의 관리감독 강화와 금융회사들의 근본적 인식전환 및 시급한 체질개선을 촉구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