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냉장고 수리안해주고 보상판매만 유인
쥐꼬리 환급금 주고 비싼 신제품 구매 안내에 소비자 불만 폭발
냉각가스 누출로 김치냉장고 수리를 받은 소비자들이 제조사의 비효율적인 AS정책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고장부위를 수리해주기는 커녕 '감각상각 후 쥐꼬리 환급금을 받고 제품을 재구매해야 한다'는 제조사 측의 AS방침에대해 소비자들은 보상판매 유도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 위니아만도,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제조사들은 보상판매 역시 합법적인 보상처리 방식 중 하나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올 들어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접수된 김치냉장고 관련 피해건수는 무려 113건. 보관중인 김치의 변질에 대한 불만(53건)이 주를 이뤘고 냉각가스 누출로 인한 작동 불가(23건)가 뒤를 이었다 .
피해 소비자들은 "냉각기가 고장이 났는데 고쳐주지 않으면서 보상교환 얘기부터 꺼내는데 납득이 가질 않는다“, "감가상각으로 그마나 많은 금액을 보상받으려면 김치냉장고가 빨리 고장나길 바라야 할 웃지 못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 "AS기사, 수리가 아닌 보상교환 안내에만 열 올려"
17일 대구 달서구에 거주하는 이 모(남)씨에 따르면 그는 2008년 추석 즈음 W사의 김치냉장고를 구입했다.
4년이 지나자 김치냉장고가 고장이 났고 이 씨는 일반 가전제품처럼 AS센터에 문의해 기사 방문을 요청했다.
쉽게 고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이 씨는 AS기사로부터 황당한 소리를 듣게 됐다. 안 쪽에서 냉각 가스가 새고 있는 문제인데 이걸 고치려면 구매가격의 60~70%를 줘야 한다고 겁을 주더니 이후 보상판매로 제품을 새로 구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늘어놨다는 것.
이 씨는 다시 정말 고칠 수 없는 문제냐고 물었고 AS기사로부터 “고칠 수는 있지만 비용이 워낙에 많이 들고 고친다고 해도 언제 고장날지 모른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말문이 막힌 이 씨는 일단 AS기사를 돌려보냈다고.
이 씨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사용한지 얼마 안된 제품인데다 김치냉장고가 자주 열었다 닫았다 하는 제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스 누출이라는 심각한 고장이 났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 또한 원인이 드러났음에도 고쳐주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보상교환 얘기부터 늘어놓는 것에 분통을 터뜨렸다.
이 씨는 “일이십만원도 아니고 100만원 넘는 제품을 이런 식으로 AS처리 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식의 AS라면 4년마다 김치냉장고를 바꾸란 소리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W업체 관계자는 “수리가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거나 차후 재발 가능성이 높을 때 보상판매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며 “소비자에게 감각상각을 고려한 보상처리 등의 합법적인 보상 조치가 마련돼 있다"고 답변했다.
◆ "보상금 받으면 뭘해~새 제품 구입하려 해도 추가 금액이..."
최근 경기도 부천시에 거주하는 남 모(여)씨도 김치냉장고의 냉각가스 누출 때문에 불편함을 겪었다.
남 씨에 따르면 2010년 3월 구입한 S사의 김치냉장고 안쪽에 금이 가고 가스가 새는 문제가 발생하자 서비스센터에 문의를 했다.
하지만 담당기사는 고칠 방법이 없다며 폐기처리 후 재구입하기를 권했다고.
겨우 2년밖에 사용하지 않은 제품이란 점을 짚어 동일 모델로 교환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구입가격의 80%를 현금으로 돌려받거나 보상판매로 구입하는 방법이 전부라는 안내를 받았다.
남 씨는 "현금으로 받아도 그 보상액으로 새 제품을 구입하려면 추가금액이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보다 현명한 보상체계는 없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업체 관계자는 "감가상각을 고려한 보상처리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정책"이라며 "제품 자체의 결함으로 인한 피해라고 진단될 시 100% 교환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 제조사 측 “정첵에 따른 보상방법, 재구매 유도 아니다”
김치냉장고 제조사업체들은 소비자에게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 보상 판매를 유도했다는 의혹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수리 이후 재발 가능성이 놓거나 수리로 해결이 어려운 고장에 대한 정상적인 정책일 뿐 판매율을 높이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 또한 제품 결함으로 인한 하자일 경우 감가상각 없이 100%교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유독 냉각가스 누출의 경우 제대로 수리가 진행되지 않는 점을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라 앞으로도 이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제조업체들은 "김치냉장고의 경우 냉각기와 안쪽 벽면간의 간격이 좁다"는 구조적인 상황을 설명하며 "냉각가스 누출 문제 중 상당수가 성에를 날카로운 물건으로 제거하려다 안쪽 벽면의 가스파이프를 긁어 발생한 경우가 많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또한 무리하게 성에를 제거하기 보다는 제품 전원을 끄고 10~30분 정도 지난 뒤 날카롭지 않은 도구로 떼어내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