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사고 후 도주한 전동휠체어, 뺑소니 처벌 가능할까?

2012-10-18     민경화 기자
전동휠체어가 골절사고를 내고 사고현장을 벗어난 경우 뺑소니에 해당할까?

확인결과 전동휠체어는 의료기기에 속해 사고 후 도주를 하더라도 뺑소니로 형사 처벌할 수 없다.

18일 서울 강동구의 백 모(여)에 따르면 그는 최근 시장골목에서 장을 보고 있던 중 갑작스레 달려온 전동휠체어에 치여 골절 상해를 입었다.

시장 골목 한쪽에 서서 동행자를 기다리고 있었던 백 씨는 느닷없이 빠른 속도로 달려든 전동휠체어를 피하지 못해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 상황에서도 전동휠체어는 멈추지 않고 다시 쓰러져 있는 백 씨의 오른쪽 다리 위를 휘감았다고.

7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할아버지가 기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 벌어진 실수인 듯 했다. 주변 사람들이 몰려들어 백 씨의 상태를 살피는 등 경황이 없는 틈을 타 이미 가해자인 할아버지 휠체어는 사라져 버린 뒤였다.

사고 직후 극심한 통증을 느낀 백 씨는 병원을 찾았고 ‘무릎뼈 골절’이라는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 및 깁스를 해야 했다.

이후 사고 수습을 위해 나선 백 씨의 가족은 경찰서를 찾아 상황을 설명했지만 돌아온 답은 뜻밖에도 ‘전동휠체어의 경우 교통수단이 아닌 의료기기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뺑소니로 법적 처리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가해자를 찾는다고 해도 생활보호대상자로 상황이 어려울 경우 보상을 받기 어려우니 차라리 보험 처리를 하는 것이 나을 거라는 경찰의 권유를 받았다는 것이 백 씨의 설명.

백 씨는 “바퀴가 있는 전동휠체어가 의수, 의족처럼 의료기기에 포함되는 줄은 전혀 몰랐다”며 “이제는 전동휠체어가 지나가는 것만 봐도 움찔하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종합법률사무소 ‘서로’의 김계환 변호사는 “도로교통법에 의거해 자동차 및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인해 과실치사를 범하고 도주한 경우 뺑소니에 해당하지만 전동휠체어는 의료기기에 해당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교통상해보상에 관련해서는 “보험약관마다 규정을 달리하고 있어 전동휠체어가 해당하는지 계약건 별로 확인해야 알 수 있다”고 답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민경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