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릴십으로 불황 뚫어'…조선업계 고부가 선박 수주 사활
불황으로 시름에 잠긴 국내 조선업계가 최근 원유채굴용 드릴십을 잇달아 수주하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선박 공급과잉과 경기침체 장기화 등으로 올해 9월까지 국내 조선사들의 선박 수주량(520만CGT)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가량 줄어들고, 수주금액도 28% 가량 감소한 32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그러나 국내 조선사들이 척당 5천억~7천억원을 호가하는 드릴십 등 고부가가치선박 시장을 독주하고 있어 그나마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은 최근 유럽에서 극심해용 드릴십 1척을 7억 달러에 수주해 진해 조선소에서 건조하기로 했다. STX다롄조선에서 드릴십 2척을 건조한 적은 있지만 진해조선소에서 드릴십을 직접 수주해 건조하기는 이례적이다.
STX해양조선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이 독식하다시피해온 드릴십 수주에 성공함에 따라 이 분야에서 시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해상에서 석유, 가스 등을 캐내는 드릴십은 1척당 5억~6억 달러를 호가하는 고부가선박으로 설계가 까다롭고 고압의 해수시추작업을 해내야 하기 때문에 발주물량도 많지 않다.
STX뿐 아니라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등 전통적인 드릴십 '킬러'들도 최근 잇달아 수주 낭보를 전하며 불황 극복의 돌파구로 삼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미국 선주로부터 지난달말 드릴십 1척을 수주한데 이어 이달초에도 4척을 한꺼번에 수주했다. 수주금액만 26억2천 달러, 약 3조원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은 한 조선업체가 한꺼번에 4척 이상 드릴십을 수주한 적이 없다며 앞으로도 고부가가치선박 수주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유럽으로부터 6억2천만 달러 규모의 드릴십 1척씩을 각각 수주했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에만 총 8척의 드릴십을 수주했고, 현대중공업도 반잠수함 시추선 2척을 포함해 총 4척의 계약을 체결했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올해만 드릴십으로만 40억 달러 이상을 수주했다. 이는 삼성중공업이 지난 9월 말까지 총 수주한 금액(77억 달러)의 57%에 달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척을 수주했지만 올해는 드릴십 2척, 반잠수식 시추선 2척 등 총 26억 달러에 그쳤다. 현대중공업 측은 글로벌 선사들이 올 3~4분기 들어 발주물량을 늘릴 조짐이라며 연말께 대규모 수주 프로젝트들의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 빅3인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드릴십 5척, 반잠수식 시추선 2척 등 37억2천만 달러 가량을 수주했다.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소식은 드릴십 뿐만 아니라 해상플랜트 부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은 1척당 1천억~3천억원 정도인 벌크, 컨테이너 선박보다 값비싼 고부가가치 플랜트및 선박 수주를 늘리는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중순께 말레이시아에서 4억2천만 달러 규모의 가스가압플랫폼을 수주한데 이어 이달에는 노르웨이로부터 2억7천만 달러 상당의 LNG FSRU 1척을 건조키로 계약했다.
LNG FSRU는 가스운반선으로 에너지 위기와 맞물려 앞으로 발주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고부가가치선박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전세계에서 발주된 드릴십 120여척 중 50여척을 수주하는 등 드릴십 분야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불황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어서 드릴십이나 해양플랜트, 가스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마이경제 뉴스팀/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