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코픽스 '내부자끼리' 사전 검증, 믿을 수 있을까?

2012-10-23     임민희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의 지표금리인 단기코픽스(3개월물, 은행자금조달지수) 도입을 앞두고 공시오류 방지 및 사전검증 강화 등 대응책 마련에 착수하면서 실효성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당초 금융당국은 11월부터 단기코픽스를 적용하려 했으나 지난달 17일 은행연합회에서 공시한 8월 코픽스가 실제보다 높게 공시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신뢰성 문제가 우려되자 도입 시기를 한달 가량 늦췄다.

하지만 단기코픽스 사전검증을 은행업계 자율에 맡긴데다 새롭게 신설될 '코픽스 관리위원회'가 금리산정 유효성과 투명성 제고 측면에서 얼마만큼 제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코픽스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은행권 자율적으로 내부통제 표준절차를 마련하고 이를 반영하도록 지시했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코픽스 신뢰성 제고방안'은 △은행의 검증강화를 위한 코픽스 내부통제 표준절차 마련 △은행연합회의 공시전 사전검증 강화 △협회 내 수정공시 등을 심의하는 코픽스 관리위원회(가칭) 신설 △은행 내부통제 준수 등에 대해 사후검사 강화 등이다.

단기코픽스 내부통제 표준절차에는 협회 제출 전에 은행이 산출한 코픽스 관련 정보와 재무상태표‧금리조사표 세부자료 등과 비교해 자체검증을 강화하고 산출담당자(실무자)와 책임자(팀장급, 부서장) 등 사전·사후보고 체계 명시 등이 담길 예정이다.

또한 사전검증체계 강화를 위해 단기코픽스의 기초정보 및 정보산출을 위한 세부자료(수신상품별 조달금액 및 금리)도 공시 전(매주 화요일)에 협회에 전산 제출토록 했다.

협회 내 별도로 신설될 '코픽스 관리위원회'는 학계,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가 및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 관계자 등 5~7인으로 구성(위원장은 민간인 중 1인이 담당)하고 수정공시 기준, 수정공시 여부, 운용지침 개정 등 코픽스 관련 주요사항에 대해 심의 및 자문 등을 맡게 된다.

아울러 금감원은 단기코픽스와 관련, 내부통제 준수 여부 등에 대해 정기적으로 사후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코픽스는 은행이 실제조달한 비용을 기초로 산출하는 금리(매월 15일 공시)로 주택담보대출 등 주로 가계대출의 기준금리로 활용돼 왔다. 6월말 현재 국내은행 원화대출 중 코픽스 연동 비중은 14%를 보인 가운데 가계대출 34%, 주택담보대출 41%, 기업대출 0.2%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코픽스 자체검증 등 내부통제 표준절차가 없어 은행에 따라 기초정보 검증 절차 및 내부통제 강도가 다르고 은행 입력실수 등을 은행연합회 공시 전에 검증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최근 은행의 정보제공 과정에서 입력오류로 실제보다 잔액기준 코픽스는 1bp,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는 3bp 높게 공시된 사실을 발견해 은행연합회는 이달 8일 수정공지(10.8일)하고 각 은행들은 고객이 추가납부한 이자에 대해 환급조치 한 바 있다.

금융계는 이번 개선조치로 코픽스가 대출기준 금리로서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면서도 저금리 기조 속에서 대출금리 인하 등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고객들의 신뢰회복은 요원해 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코픽스 개선방안을 보면 은행에서 입력한 내용을 은행연합회에서 검증하고 이를 사후에 금감원에서 검사하는 방식인데 내부자들끼리의 검증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금융당국의 사후검사 역시 믿을 수 없다"며 "1, 2차 검증단계에서도 외부전문가 및 소비자단체 등을 참여시켜 공정하고 객관적인 금리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코픽스 관리위원회 신설에 대해서도 "기존처럼 은행 구미에 맞는 인사들로 구성할 게 아니라 대립되는 의견을 가진 기관이나 학계인사들도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