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이건희·정주영 돌아보기 잰걸음, 왜?
재계 쌍두마차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약속이라도 한듯이 사이버 공간을 통해 이건희 회장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발자취를 되짚어보고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는데 힘쓰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은 올해로 취임 25주년을 맞았고, 정 명예회장은 올해가 탄생 97주년이라 시기적으로 두 사람의 생애를 재조명할 특별한 이유는 눈에 띄지 않는다.
재계에서는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제민주화 등이 화두로 떠오르자 재벌과 총수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우호적으로 형성하려는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 19일부터 취임 25주년을 맞은 이건희 회장이 걸어온 과정을 공식 블로그(blog.samsung.com)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이 연재물은 30일까지 총 10회가 게재될 예정이다.
첫 회 △그날의 약속을 돌아보다를 시작으로 △IT 강국의 초석을 마련하다 △글로벌 영토 확장 △위기극복의 리더십, 미래를 열다 △사회 문화 변화를 이끌다 △사회와 함께하는 기업 △상생과 동반성장으로 진화하다 등 7회가 실렸다.
그동안 삼성그룹이 직접 이 회장의 개인사와 공적을 언급하는 경우가 드물었다는 점에서 이번 연재는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현대차 그룹(회장 정몽구)는 이건희 회장의 연재가 시작된 지 6일 뒤인 지난 25일 현대그룹의 창업주인 고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조명한 사이버 기념관 '아산 정주영닷컴(www.asan-chungjuyung.com)'을 새 단장해 문을 열었다.
아산 정주영닷컴은 △아산의 생애를 스토리텔링 무비 형식으로 재구성한 '아산 정주영이 말한다' △지인들의 고인에 대한 회고담을 소개하는 '아산 정주영을 말한다' △생전 모습을 담은 '아산기념관' 등으로 구성됐다.
정 명예회장의 탄생 97주년을 기념해 글과 사진 뿐 아니라 영상 자료가 대폭 강화됐다. 태블릿PC와 스마트폰에서도 이용할 수 있으며 올 연말에는 영문 사이트도 추가될 예정이다.
과거 현대그룹이 분리되기 전부터 재계의 오랜 맞수였던 삼성과 현대차가 나란히 그룹 총수의 삶을 재조명하고 나서자 그 배경에 대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과거를 기념할 때는 10년 단위로 의미를 부여하는 게 일반적인 데 비해 25주년, 97주년은 특별한 의미 부여가 힘들다.
이에 따라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대선 정국과의 상관관계가 부각되고 있다. 대선과 맞물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가 핫이슈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
이같은 상황에서 재벌과 총수의 공적을 재조명해 사회적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최근 대선주자들은 경제사범에 대해 집행유예 없는 징역형을 공약으로 내거는 등 재벌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물론이고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순환출자 규제를 골자로 하는 '경제민주화 3호 법안'을 내놓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순환출자 등 재벌이 갖추고 있는 구조가 신규 투자 및 고용 등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장점도 많은데 정치권의 시선은 삐딱하기만 하고 특히 선거철에는 그같은 현상이 더욱 심해진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삼성과 현대차는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삼성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에 관한 연재물은 12월1일 취임 25주년을 맞아 임직원들이 과거의 역사를 잘 모르는 것 같아 이를 알리기 위해 사내용으로 작성한 것"이라며 "대부분 언론에 보도됐던 내용이나 회사 자료를 토대로 삼성 내부 블로그 운영조직에서 만든 것으로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산 정주영닷컴의 이번 리뉴얼은 그간 만들어진 뒤 방치되던 홈페이지에 각종 자료들을 대거 업데이트한 작업으로 올 초부터 홍보부서에서 계획해온 일"이라며 "삼성이나 연말 대선 등과 시기를 맞췄다거나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마이경제/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