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해도, 군대가도 인터넷 요금은 계속 내"
방통위 큰소리쳤지만 불공정 약관 1곳도 개선 안돼
'11월 중 시행 예정'으로 알려진 통신사 이용약관 개선이 지지부진해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다.
케이블 및 유선·위성방송, IPTV, 초고속인터넷 등 사업자들의 횡포에 대한 이용자 민원이 들끓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1월 2일 통신 사업자의 약관을 변경해 11월 중 시행토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해당 기업중 정작 이를 지킨 사업자는 현재까지 단 한곳도 없는 채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공정한 약관 횡포에 시달리고 있다.
개선 주요 내용은 ▲서비스이용 계약서의 사업자 보관 의무화 ▲주요 약관 변경시 이용자 개별통지 ▲군입대 등으로 서비스를 장기간 이용할 수 없는 경우 일시정지 기간과 횟수제한의 예외적용 ▲초고속 인터넷 위약금 면제사유 확대 ▲서비스 해지시 이용자 편의성 제고 등이다.
피해 소비자들은 "당장 약관 개선으로 위약금을 면제 받을 수 있을 수 알았는데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 "충분한 검토 시간 등은 고려하지 않고 마치 소비자 편의대로 개선되는 것첨 생색만 낸 꼴"이라고 입을 모았다.
◆ 입원중인 환자에게 '일시정지 자동해제' 고수해 물의
3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사는 이 모(남)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8월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했다.
병원 입원 10일차 경 이용 중이던 초고속인터넷통신 회사 SK브로드밴드로 연락해 일시정지를 요청했다.
요청 당시 고객센터 상담원으로부터 “90일 이상 정지가 안 된다”는 안내를 들었으나 앞으로 몸 상태가 어찌될 지 모르는 상황이라 일단 수긍을 했다고.
사고 당시 양 팔과 오른쪽 다리를 모두 크게 다쳐 아직도 휠체어 신세인 이 씨는 최근 담당의에게서 “어쩌면 내년 여름까지도 입원을 해야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SK브로드밴드 측으로 연락해 상황을 설명했지만 ‘이용 약관 상 어쩔 수 없다’, ‘일시정지가 해지되니 그냥 쓰라’는 황당한 답변만 계속됐다고.
이 씨는 “당장 팔 다리를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고 거주지에 있는 게 아니라 병원에 입원한 상태로 있는데 일시정지를 연장할 수 없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1월 2일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에 군입대 등으로 서비스 미이용시 일시정지 기간과 횟수제한을 예외로 적용하도록 이용약관 개선을 권한 상황.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군입대나 유학 등 서비스 장기 미이용시 일시정지 기간이나 횟수에 대한 이용약관을 개선 중에 있다”며 “군입대의 경우 위약금 없이 해지가 가능하도록 개선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병원 장기 입원 등으로 서비스 이용할 수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당연히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증빙 서류 등을 제출하면 상식선에서 케이스 별로 달리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증빙 서류에 대해 어떤 안내도 받지 못했다. 무조건 규정상 일시정지 자동해제된다는 말만 무한반복됐다"고 반박했다.
개선 약관에 의하면 군입대 등 장기간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을 경우 서비스 일시정지 기간과 횟수에 제한받지 않는다.
◆ "해지하려면 군입대 증명서 내 놔~"
경기도 김포시 북변동에 사는 최 모(남.21세)씨에 따르면 그는 경주에서 대학을 다니던 작년 3월 CJ헬로비전에 TV, 인터넷 결합 상품을 1년 약정으로 가입했다.
최 씨는 지난 1월 군입대를 앞두고 해지를 요청했고 위약금이 발생된다며 한 달 후 해지하라는 안내를 받았다고. 하지만 한달 요금이 위약금보다 저렴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최 씨는 2월부로 해지를 요청했고 '처리됐다'는 상담원의 답을 받았다.
휴가 중 통장정리를 하면서 요금이 계속 빠져나간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최 씨. 이의를 제기하자 상담원은 “모뎀과 케이블을 반납하지 않아 해지되지 않았다. 만약 장비를 분실했다면 그 대금 역시 지불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해지요청 당시 장비 수거에 대한 어떤 안내도 받은 적이 없다고 항의했지만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해지 요청 당시 녹취기록 공개마저 매번 거절했다는 것이 최 씨의 설명.
심지어 약정 이후 발생된 3, 4월 요금 환불과 계약 해지를 위해 장비 반납은 물론 군입대 증명서를 제출하라는 황당한 요구까지 이어졌다고.
최 씨는 “장비 반납을 해야 하는지 몰라 자취방에 둔 채 퇴거한 상태”라며 “약정기간이 남은 상태에서 중도해지 하는 게 아닌데 내가 왜 증명서까지 제출해야 하는거냐”며 황당해했다.
이에 대해 CJ헬로비전 관계자는 “해지 신청을 받은 상담원이 퇴사하며 인수인계가 누락된 것으로 확인했다. 장비 대금 및 위약금 없이 최초 요청 시점으로 해지처리했고 발생된 요금도 환불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까다로운 해지절차도 개선 약관에 따르면 본인 외 대리인도 해지관련 구비서류를 갖춰 신청할 수 있고 우편이나 팩스 등으로도 신청이 가능토록 변경된다. 또한 계약기간 연장 등 중요한 서비스 내용을 변경하는 경우 이메일, SMS 등으로 반드시 이용자에게 개별통지해야 한다.
◆ 통신사-방통위 "적용에 많은 시간이..."
통신사 관계자들은 약관 개선 적용에 예정 시간보다 더 소요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아직 개선 중에 있다. 방통위와 협의 중에 있으며 조속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짧게 답했다.
KT 관계자 역시 “지금 일부는 변경되어 약관신고에 들어갔으며 다른 약관들은 12월이나 내년 초에 시행되도록 추진하고 있다”며 “다른 통신사들도 그렇겠지만 정리가 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전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보도자료에 밝혔듯 통신사 전상상의 문제 등이 있어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라며 “주요 통신사의 경우 이동전화, 인터넷전화, 초고속인터넷 등 여러 건과 함께 진행되다보니 지연되는 것이지 시행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일부가 아닌 전체 사업자가 모두 시행하고 있지 않는 중인데 '11월 중 시행 예정'이라고 밝힌 것은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