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인사에서 드러난 '이재용 호'의 밑그림은 무엇?
삼성그룹이 연말 사장단 인사를 통해 실적 중심의 성과주의 인사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와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향후 경영방향과 후계구도에도 중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재용 부회장의 승진과 경영승계는 무관하다는 그룹의 공식입장과 달리 재계와 시장에서는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체제 구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주요 승진자의 면면에서 드러나듯이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각 계열사의 경영전략에 실적주의 기조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5일 단행된 삼성 그룹 사장단 인사는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7명, 이동·위촉업무 변경 8명 등 총 17명 규모로 마무리됐다. 사장 승진자가 1명 늘어난 것을 빼면 지난해에 비해 인사폭에는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의 후계자로 입지를 굳힌 이재용 부회장의 승진으로 향후 그룹 경영기조에 적잖은 변화가 예고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0년 사장으로 승진한 지 2년 만에 또 다시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최고위층에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경영지원 업무에 주력했던 이 부회장은 이번 승진을 통해 삼성그룹의 핵심축인 전자사업 총책임자의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정국과 맞물려 재벌기업에 대한 혁신요구가 거세질 것이라는 점에서 이 부회장의 승진이 쉽지 않으리라던 당초 시장의 예상이 빗나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매출 52조1천800억원, 영업이익 8조1천2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승진에 어느 정도 명분이 갖춰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 그룹은 "이번 승진은 경영승계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앞으로 그룹 경영 전반에 걸쳐 이 부회장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번 인사에서 이 부회장의 측근이 중용된 점도 이같은 추측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상훈 전략1팀장 사장이 삼성전자 DMC부문 경영지원실장으로 이동한 것. 이 부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이 사장이 삼성전자의 재무를 총괄하게 됨에 따라 차후 경영권 확대 행보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 좌측부터 이돈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홍원표 삼성전자 미디
어 솔루션 센터장 사장 , 조수인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 사장
한편 삼성 사장단 인사는 올해도 예외 없이 ‘실적에 따른 성과주의 원칙’에 철저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로 미뤄볼 때 글로벌 경기침체로 주요 그룹이 올 상반기부터 비상경영에 들어간 상황에서 삼성그룹의 경영전략은 내년에도 철저하게 실적에 포커스가 맞춰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담당으로 승진한 이돈주 사장은 2009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 마케팅 팀장으로 부임한 후 가전, IT 등 다양한 전자제품의 해외영업을 담당했으며, 갤럭시 시리즈를 비롯한 제품의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휴대폰과 스마트폰 사업을 글로벌 1위에 올려놓은 공신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미디어 솔루션 센터장이 된 홍원표 사장은 2009년 무선사업부 상품 전략 팀장으로 부임한 후 통신과 모바일 산업에 대한 차별화된 상품 전략을 전개해 휴대폰 사업 일류화에 일조했다.
실제로 두 내정자가 무선사업부에 부임 하고 2010년 말 갤럭시S가 출시되면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그룹의 핵심 전략부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올해 3분기까지 기록한 무선사업부의 영업이익은 13조9천600억원으로 지난 2년간 기록한 영업이익 12조4천억원을 앞서는 등 스마트폰 사업을 글로벌 1위로 올려놓은 공을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신수종 사업에 대한 육성 의지도 이번 인사를 통해 드러났다.
조수인 삼성디스플레이 OLED사업부장 사장을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 사장으로 선임한 것이 대표적이다. 성장이 더뎠던 삼성전자의 의료기기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조 사장은 삼성 반도체 신화를 일군 주역으로 1979년 입사 후 D램 설계를 시작으로 설계실장, 제조센터장 등을 지내며 차세대 D램 개발을 주도한 인재다. 1997년 이사로 승진한 뒤 2003년 부사장에 오르는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으며 업무 추진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 그룹은 지난 2010년 의료기기 전문업체 메디슨을 인수해 삼성메디슨을 출범시키고 디지털엑스레이 '엑스지오'와 초음파 진단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작년 영업이익이 84억원으로 재작년의 3분의 1 이하로 줄어들었고 올해도 3분기까지 72억원을 기록하는 등 개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추진력이 장점인 조 사장을 앞세워 실적 개선과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는 분석이다.
[마이경제/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이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