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일동제약 지분매집 '속셈' 뭘까?..3가지 시나리오
국내 제약업계 3위인 녹십자가 업계 10위 일동제약의 2대 주주가 됐다. 지분 구조가 취약한 일동제약과 연계되면서 양사의 향후 행보에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는 있어 제약계 안팎으로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동제약은 그동안에도 주식을 대량매집하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과 피나는 경영권 분쟁을 겪어와 이번 녹십자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12일 관련업계는 2대 주주가 된 녹십자의 향후 행보를 3가지로 점치고 있다.
우선 그동안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개인 투자자들의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개인투자자 지분비율이 높은 일동제약의 구조상(이호찬 12.6%, 안희태 9.9%) 녹십자가 이들의 주식을 사들일 경우 경영권을 무난히 확보할 수있다.
특히 9.9%의 지분을 가진 안희태 씨는 현 경영진에대한 불신임 논란으로 법정분쟁까지 벌였다. 2010년 일동제약의 일동후디스 주식 처분과 관련해 이금기 전 일동제약 회장의 주식 환원과 주주들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었고 결국 이금기 회장이 물러나는 계기가 됐다.
안희태 씨는 자신이 10%가까운 지분을 갖고 있는데다 이호찬씨등 우호지분을 합하면 보유지분률이 22%에 달해 최대주주 윤원영 회장과 특수관계인 15명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27.16%와 큰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녹십자가 일동제약과 힘겨루기에 나설 경우 현 경영진에 불만이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녹십자의 손을 들어 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바로 두 회사의 합병이다.
녹십자와 일동제약의 조합은 안팎으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두 회사가 합쳐진다면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업계 1위인 동아제약을 뛰어넘는 매출 1조원 대의 업계 1위 제약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녹십자는 혈액제제와 백신제제 등의 비화학물 의약품 매출 비율이 전체의 60% 정도로 매우 높다. 화학물의약품 매출 비중은 27.2% 수준이다.
반면 일동제약은 전체 매출 3480억 원 중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등 화학물의약품이 9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또한 녹십자는 헌터증후군 치료 효소 제제 ‘헌터라제’,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F' 등 바이오 의약품을 집중 육성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항암 세포치료제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대부분의 국내 제약사들이 복제약 생산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합치더라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녹십자와 일동제약의 조합은 서로의 장점을 합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7일에는 한국정책금융공사가 제약업계 지원방안에 대한 설명회를 가지면서 제약업계들의 M&A를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입장을 내놓아 녹십자와 일동제약의 M&A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한 녹십자는 지난 2010년에도 삼천리제약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동아제약에 넘겨준 후 계속해서 중소제약사 인수에 관심을 가져왔다. 녹십자의 M&A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녹십자가 투자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채 평화로운 공존을 택할 가능성이다.
녹십자와 일동제약 오너간 친분이 두텁다는 점이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일동제약 윤원영 회장과 녹십자 창업주인 고 허영섭 회장의 친분이 두터웠고 아들인 윤웅섭 부사장과 허은철 부사장도 영동고 동문으로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 녹십자 측에서는 “단순 투자목적의 지분 매입”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업계 1위를 노리며 해외진출과 신약 개발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녹십자가 단순 투자를 위해 경쟁사의 지분을 15%나 유지한다는 것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어떤 방식으로든 일동제약의 경영에 관여할 것으로 업계는 점치고 있다.
앞서 녹십자는 지난 10일 환인제약이 보유하고 있던 일동제약 주식 177만주를 취득해 15.35%의 지분을 획득은 2대 주주가 됐다고 공시했다.
[마이경제/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아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