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임원 문책규정 있으나 마나…시간만 끌면 '장땡'
금융당국이 보험회사 경영진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도입한 연임 및 재취업 규제 조항이 허점을 드러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보험사 경영진이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버젓이 연임을 노리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이 같은 문제점을 시정하려는 노력조차 소홀히 해 빈축을 사고 있다.
현행 보험업법 시행령은 보험사 임원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을 경우 연임은 물론 3년 동안 금융사에 재취업 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부당행위로 인해 법적 제재조치를 받기 전에 미리 사임하거나 사직한 경우도 문책경고에 상당하는 제재를 받은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퇴직일로부터 3년만 지나면 결격사유가 자동으로 풀린다.
따라서 당국이나 법원의 제재가 떨어지기 전에 오너가 월급쟁이 사장이나 임원을 미리 퇴직시킨 뒤 다른 계열사로 보내 3년만 기다리게 하면 그 뒤에는 아무런 제한없이 연임이나 승진, 전보가 가능해진다.
변종윤 흥국생명 사장이 이에 해당하는 케이스다.
변 사장은 지난 2008년 흥국화재 사장을 지내다 3년 임기를 마치기도 전인 2010년 6월 흥국생명으로 자리를 옮겼다.
변 사장은 대주주인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을 부당지원했다는 이유로 2011년 9월 문책경고 제재를 받은 상태지만 흥국화재에서 퇴직한 지 곧 3년이 되기 때문에 올해 6월 임기만료 뒤 흥국생명 사장을 연임하거나 심지어 흥국화재 사장으로 복귀하는 데도 문제가 없다.
오너에게 충성심만 인정 받으면 어떤 제재를 받아도 계열사를 옮겨가며 얼마든지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비단 변 사장 뿐 아니라, 그 누구라도 이런 식으로 제재조치를 피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문책 경고만으로도 연임과 재취업을 엄격히 규제하는 것처럼 하면서도 실제로는 빠져 나갈 구멍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금융당국의 행정처분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할 경우 그 동안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 '퇴직후 3년'의 기한을 채울 수 있다.
역시 이호진 회장에 대한 부당지원으로 제재를 받은 진헌진 전 흥국생명 사장은 금융권 재취업 3년간 제한처분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에 지난 2011년 9월 제재처분 취소 소송을 낸 바 있다.
진 전 사장은 2010년 12월 금융당국의 검사 결과 흥국생명의 대주주인 이 회장과 그 아들이 주식 100%를 소유한 동림골프장 법인 회원권에 대한 우선분양권 매매형식을 빌려 220억 상당의 신용자금을 무이자로 공여한 사실이 적발됐다.
진 전 사장은 2008년 4월부터 흥국생명 대표이사를 맡아오다 이듬해 7월 돌연 퇴직했고 2010년 제이앤티인베스트먼트 벤처캐피탈 회사를 설립, 운영해왔다.
진 전 사장은 지난 2011년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 상당의 제재 조치를 받자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심준보)는 지난해 8월 “퇴직한 지 3년이 경과했고 처분으로 인한 법률상 불이익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취업 제한을 받을 것이라고 볼 근거가 없다”며 제재처분 취소 소송을 각하했다.
소송은 각하됐지만 재판부가 판시한 대로 '퇴직 3년' 기한을 채웠기 때문에 진 전 사장으로서는 잃은 게 전혀 없다. 소송이 1년 가까이 시간을 끌면서 지난해 7월로 퇴직 3년이 경과해 취업 제한이 풀렸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경영진이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것에 대해 관리감독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며 “해당 임원이 제대로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조정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이경제/소비자가 만드는 뉴스=김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