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역세권 시프트 '말잔치뿐'…4년 실적 거의 전무

2013-01-03     이호정 기자
역세권 장기전세주택(시프트) 제도가 도입된 지 4년여가 흘렀지만 준공된 현장은 단 1곳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역세권 시프트로 사업을 추진 중인 43개 구역 중 사업계획승인 등 본궤도에 올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곳은 단 3군데 불과했다. 착공에 들어간 현장 역시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일대 등 2군데에 불과했다.

역세권 시프트란 교통이 편리한 지하철 반경 250~500m 재개발 지역을 선정,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늘어난 가구 일부를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하는 사업이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역세권 시프트 제도를 도입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구역 43곳 중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곳이 단 3곳에 불과했다. 또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3곳 중 2곳만 착공에 들어가  사업실적이 제로에 가까웠다.

앞서 서울시는 2008년 역세권 시프트 제도를 도입하며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만큼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의 많이 참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현장은 1곳도 역세권 시프트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제도를 도입한 구역들은 지구단위계획을 통한 자체 매입사업이나 지역주택조합 등의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태였다.

역세권 시프트 사업이 이처럼 지지부진 한 이유는 제도 도입을 위해 과도한 조건이 뒤따르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택정책 기조와 큰 틀에서 배치되기 때문이다.

우선 역세권 시프트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역주택조합 방식을 채택할 경우 주택법을 적용해 전체 토지등 소유자 95%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는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비교해 봐도 현실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75%이상 동의를 얻으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또 준주거지역의 역세권 시프트 사업의 경우 상업시설을 전체 연면적의 10%이상 지어야 하는데 사업규모가 크다보니 이 면적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과도한 조건이 사업의 걸림돌이란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어 완화하자는 의견이 분분한 상태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부분이 상업비율 하향조정 이야기”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건설업계에서는 기존 거주지 보호를 기본 주택정책으로 삼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도 역세권 시프트 사업을 위축시켰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이 취임 후 뉴타운 등 주택사업을 전면 재검토함에 따라 역세권 시프트의 기존 이점이 대거 축소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종전 기준에서는 도시기본계획 상 지구중심 여부와 상관없이 역사를 중심으로 반경 500m 이내 지역이 역세권 시프트 적용 대상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지구중심 이하 하위단계 지역으로 한정했다. 지구중심지는 상업·업무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집중도가 높은 곳에 서민주택을 공급하자는 당초 취지와 충돌하는 내용이다.

아울러 종전에는 개통 예정 역사 주변도 역세권 시프트 사업이 가능했다. 예컨대 2013년 12월 30일 A지역에 새로운 지하철역이 생길 경우 역사 개통 이전에 사업을 위한 인․허가 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서울시가 2011년 8월 30일 개정한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건립 관련 정비계획 수립 및 운영기준’에는 ‘이미 역사가 개통돼 있거나 사용승인시점에 개통 예정인 역세권에서만 사업이 가능하다’고 명시함에 따라 불가능해졌다.

문제는 주민들을 설득하고 동의서를 받는 과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역사 개통 후 사업을 추진할 경우 인근 상가지역의 건축물 가격상승 등 어려움이 가중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한 설계업체 대표는 “통상적으로 상가소유자들은 대부분 권리금 등의 이유로 개발 사업에  반대한다”며 “역사가 생긴 후 사업을 추진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하고  추진하더라도 매입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사업이 가장 빠른 강서구 가양동의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역세권 시프트 사업은  2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이곳은 지구단위계획사업을 통해 2010년 12월 사업계획승인을 받았으며, 최근 서울시와 81가구에 대한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

뒤이어 양천구 목동의 5호선 오목교역 역세권 사업장이 착공에 들어가는 등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1년 10월 사업계획승인을 받았으며 67가구가 매입될 예정이다.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마지막 현장은 동작구 상도동의 7호선 장승백이역 역세권 사업장이다. 서울시가 150가구 매입할 예정이며, 지난해 1월 사업계획승인을 받았다.

[마이경제/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이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