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점장은 파리목숨?…은행권 문책성 인사에 '벌벌'

2013-01-16     윤주애 기자

한 은행 지점장이 대기발령을 받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정기인사를 앞둔 은행권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경기침체와 저금리 기조로 인한 실적부진이 지점장에 대한 대규모 문책성 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높기 때문이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정기인사를 단행한데 이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이달 중으로 인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앞서 인사를 끝낸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대대적인 물갈이와 함께 실적이 부진한 지점장들을 대거 개인영업에 투입하는 문책성 인사를 실시한 것이 특징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10일 전국 지점장 1천200명 가운데 약 절반인 590명을 갈아치웠고, 최근 몇년 간 실적이 하위권인 지점장 88명은 업무추진역으로 발령냈다.   


업무추진역은 각 지역본부에 소속돼 신용카드나 대출, 예금 등 개인영업을 담당하게 되며 개인영업 목표치를 달성해야 다시 지점장으로 복귀할 수 있다.


지난 9일 임직원 1천여 명에 대해 인사를 단행한 하나은행은 성별이나 연령과 관계없이 실적만으로 승진을 결정하는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를 관철시켰다. 


하나은행은 실적이 부진한 지점장들을 대거 엠비오(MBO;Management by object)로 발령했다. 이들은 1년간 개인영업을 맡게 되며 그 성과에 따라 지점장 복귀여부가 결정된다.


앞으로 1~2주 안에 정기인사를 앞두고 있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실적에 따라 지점장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 중으로 본부 부서장과 지점장 인사를 단행할 예정인 신한은행도 철저한 성과위주의 인사를 예고하면서도 문책성 인사에는 조심스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과거 경영진 교체 과정에서 내분을 빚은 뒤로 인화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서진원 행장 취임 전에는 업무추진역이 있었지만, 최근 영업현장을 중시하고 직원들을 포용하는 인사정책을 취하면서 그런식의 징계성 인사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여신과 관련해 금액 등 각 지점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은 지점장급인 심사역을 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비해 우리은행의 경우 업무추진역과 비슷한 형태로 간부들을 개인영업에 투입하는 인사제도를 유지하고 있어 올해 인사에서 얼마나 물갈이가 이뤄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영업성적이 낮거나, 부실한 여신이 많은 지점장은 경고성 주의를 받는데, 그 상태가 지속될 경우 후속조치로 일선 영업점에서 빠진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이처럼 지점장에서 밀려나 개인영업에 투입되는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또 그중 어느 정도가 복귀에 성공하는지는 함구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사시즌이 되면 승진하는 이들도 많지만, 실적부진으로 지점장 자리를 내놓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실적을 잘내면 지점장으로 다시 복귀할 수 있다고 하지만, 성공하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귀뜸했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모 은행의 지점장급 간부 이 모 씨(53)가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져 은행 지점장의 애환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했다.


이 씨는 지난 14일 오전 9시께  자택인 서울 노원구의 아파트 화장실에서 목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 씨가 모 은행 지점장으로 근무하다 5개월 사이에 강원도 외곽으로 자리를 옮긴 데다 실적부진 등을 이유로 대기발령이 나자 이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했다.


[마이경제/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