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없어 수리못해"...정비소에 발 묶인 자동차
대차 등 사후조치 없이 무한정 기다림...규정 개선 시급
부품이 없어 자동차 수리가 지연되는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어 보상규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비스센터 및 정비소에서 안내한 시일이 지났음에도 부품이 없어 차량 수리가 이뤄지지 않는 피해가 빈번한데도 소비자들은 속 태우며 마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피해 보상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소비자들은 수리 지연에 따른 불만을 토로하지만 자동차 업체 측은 보상과 관련한 별다른 내부 규정을 갖추고 있지 않다며 외면하기 일쑤다.
더구나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도 완성차 브랜드들의 부품 수급 지연과 관련한 소비자 피해보상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수리 지연으로 억울함과 피해를 당해도 소비자로서는 하소연할 데가 마땅치 않다는 소리다.
#사례1= 르노삼성 SM5를 운행하는 한 모(남)씨는 지난해 말 엔진으로 들어가는 연료 밸브 부분에서 휘발유가 누유 되는 문제로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가 황당한 답변을 듣게 됐다. 현재 부품이 없어서 수리가 불가능하고, 부품이 조달될 때까지 짧게는 1개월 길게는 3개월이 걸린다는 것. 더구나 부품을 교체하기 전에는 화재의 위험이 있으니 주행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한 씨는 "10년 20년된 차도 아니고 이제 겨우 2005년형 차량인데 부품이 없어 차를 몇 달이나 세워두라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례2= 크라이슬러 세브링를 타는 최 모(남)씨는 지난해 주행도중 미션 이상으로 차량 주행이 불가능해져 서비스센터에 차량을 입고했다. 무상보증기간은 1년 남짓 남은 상태였다. 하지만 최 씨는 입고 20여일이 지나도록 회사 측으로부터 수리 완료 시점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 대차 서비스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최 씨는 "절대 먼저 연락해온 적 없고 매번 연락을 해도 새 부품이 도착해야 수리가 가능하다는 똑같은 답변 밖에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국 최 씨는 2개월이 지나서야 차량을 출고 받을 수 있었다.
#사례3= 황 모(남)씨는 지난해 12월24일 상용차인 기아차 봉고3를 장시간 정차 시 주차 브레이크가 해제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해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부품 불량으로 내부에 유입된 물이 강추위 탓에 얼면서 문제가 된 것이었다. 다행히 부품 재고 확인 결과 이틀 이면 수리가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부품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이해할 수 없는 답변과 함께 황 씨는 일주일이 넘도록 차량 출고를 받지 못했다. 황 씨는 "수리 지연 기간 동안 수차례 문의를 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사례4=2009년식 GM대우 토스카를 운행 중인 수원시 권선구에 사는 이 모(남)씨는 지난해 말 엔진점검등에 불이 들어와 정비업체에 점검받은 결과 PTC 교체 진단을 받았다. 보증기간이 남아있어 무상AS는 가능했지만 PTC 부품이 없어 교체가 지연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한 달이 될지 몇 주가 걸릴지 모른다는 센터 측 설명에 당황스러웠다는 이 씨.
다행히 강력한 민원제기에 AS센터 측이 부품을 급히 수급해 조치를 취해줬지만 찜찜한 기분은 쉽게 수그러지지 않았다.
◆ 부품 수급 지연돼도 보상 기준조차 없어...수입차량 AS지연 사례 많아
대다수의 자동차 업체들은 모든 부품을 다 보유할 수 없는 현실과 공간제약 등의 문제로 고객의 수리 요청이 들어오면 부품을 조달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부품 조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수리 지연에 대한 규정을 정해 보상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일부 업체들은 처음 약속했던 수리 기간이 지연될 경우 동급 차량을 대여 해주는 보상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소비자들 역시 이 같은 정보를 잘 알고 있지 않은 상태다.
이처럼 사업자들이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정을 마련하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해 만들어진 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지만 부품 수급 지연으로 수리기간이 늘어난 데 따른 보상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과 관계자는 "부품의 경우 찾는 빈도가 다양해 100% 보유할 수 없는 상황을 감안해 수리 지연에 대한 보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추후 분쟁해결기준을 개정할 때 부품 조달 지연에 따른 소비자 피해 구제 방안을 마련하는 논의는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BMW코리아를 비롯해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 폭스바겐코리아, 아우디코리아, 한국토요타, 혼다코리아, 포드코리아, 크라이슬러코리아, 한국닛산,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볼보자동차코리아, 한불모터스 등 국내 주요 수입차 업체들의 부품 수급이 늦는 것은 부품을 해외에서 들여오기 때문이다. 자주 찾지 않는 부품이라면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국산차 중에서는 르노삼성이 일본에서 주요 부품을 조달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수급이 늦는 편이다.
현대기아차동차의 경우 현대모비스를 통해 24시간 이내에 부품을 조달하고 있으며, 한국지엠과 쌍용차도 대부분의 부품을 국내 협력 업체로부터 수급하고 있다.
[마이경제/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