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규 회장 공언한 '과거시험 폐지'지지부진.. 리더십 표류?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사진>이 취임초부터 경영혁신 차원에서 수 차례 언급했던 '승진고시' 폐지 작업이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 리더십 논란이 일고 있다.
신 회장은 과거 재무부, 재정경제원을 거쳐 공공기관인 수출입은행장 시절 불도저와 같은 리더십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몇개월이 지나도록 내부적으로 폐해에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승진시험 제도 하나 바꾸지 못하는 등 농협 장악력이 미흡하다는 평가다.
실상을 들여다 보면 금융권 유일의 '승진고시'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내부설득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노사간의 협상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농협중앙회-농협금융지주-농협은행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지배구조 때문에 신 회장의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낳고 있다.
30일 농협은행등에 따르면 승진고시는 당초 인사평가 시스템을 체계화시킨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4년제 대학을 마친 5급 직원(군필자)이 입사 3년이 지난 뒤 4급으로 승진하려면 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1995년부터는 승진고시가 임용고시와 자격고시로 세분화 됐고, 4급도 대리에서 과장.차장으로 직제가 변경됐다.
그러나 시험이 점차 어려워지면서 직원들이 승진고시를 준비하느라 업무를 소홀히 하고, 영업실적이 좋아도 시험을 못 보면 승진이 불가능해지는 등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승진고시를 통과하고도 선임자에 밀려 승진을 하지 못한 직원이 농협중앙회에만 2천500여 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신 회장은 실적과 승진이 따로 노는 병폐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취임 직후부터 '승진고시'를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적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금융회사가 실적과 무관한 시험성적으로 승진을 결정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직원들이 승진고시를 '과거시험'이라고 부르며 영업보다 시험을 우선시 하는 상황을 타파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경영혁신을 이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신 회장의 의지와는 달리, 해가 바뀌도록 승진고시를 폐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일 2013년도 승진고시가 실시되고 이에 따른 지역별 승진, 전보 인사가 이뤄지면서 승진고시 폐지는 자연스레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승진고시 내년 폐지를 위해 TF팀을 구성하는 등 협상준비에 착수했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논의에는 별로 진전이 없다는 것이 노사 양측의 설명이다.
NH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노조와의 공동 T/F팀 구성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요즘 인사철이어서 눈, 코 뜰새 없이 바쁘다”면서 “지난주 과장.차장급에 이어 다음주 중으로 일반 직원 인사가 단행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허권 농협중앙회 노동조합위원장은 “사측에서 승진고시 폐지에 대해 노사간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오는 3월에는 공청회도 열어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하자고 했지만 그동안 제대로 논의할 기회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사측이 승진고시를 폐지해야 한다고 압력을 가하면서도 노조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다.
경영혁신의 걸림돌로 꼽히는 승진고시 폐지가 차질을 빚고 있는 데 대해 일각에서는 농협중앙회-농협금융지주-농협은행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지배구조 때문에 신 회장의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신 회장의 경영혁신 노력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승진고시 폐지를 비롯한 주요 현안에 대해 농협중앙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중앙회 및 노조 측과 협력해 승진고시 폐지 문제를 얼마나 신속하게 매듭짓고 리더십을 세울지 결과가 주목된다.
[마이경제/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