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상담원, 남편에 혼전 출산 알려줘 이혼 위기
우리아비바생명의 황당한 실수로 한가정 파탄 지경
단란한 가정을 꾸려왔던 30대 후반의 김 모(남)씨는 보험사 상담원의 무책임한 말 한마디로 가정 파탄의 위기로 내몰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험사의 무책임한 개인정보 유출이 부른 비극이다.
최근 줄이은 개인정보 유출과 그로 인한 각종 보이스피싱 등으로 금전적 피해를 겪는 사례들은 많지만 대형보험사 소속 직원의 말 실수 한마디로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된 한 가장의 사연이 황당하다.
김 씨는 최근 목과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은 아내의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 우리아비바생명에 전화했다. 거동이 불편한 아내 대신 수술확인서를 팩스로 보낸 후 확인전화를 한 터였다.
아내의 주민등록번호 입력 후 연결된 상담원에게 ‘수술확인서가 잘 들어갔냐’고 물어보자 상담원은 다짜고짜 “이번 출산과 관련된 건 맞냐”며 황당한 질문을 던졌다.
2008년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있긴 했지만 4년이나 지난 일을 두고 ‘이번 출산’이라고 언급한 부분이 영 께름칙했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 “무슨 출산을 말하냐”고 묻자 그제야 상담원은 아차 싶었던 모양인지 “계약자 본인이 아니라 말씀드릴 수 없다”며 방어적으로 태도를 바꿨다.
상담원의 말 한마디에 아내의 외도나 혼외 출산 등에 대한 의심이 와락 밀려왔고 금새 머리 속이 아득해졌다.
뒤늦게 상담원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2008년도에 있었던 ‘출산’과 관련해 연락하신 줄 알았다'고 해명했지만 의심의 골은 지워지지 않았다. 계속해 사실 관계를 캐묻자 상담원은 “아내 동의하에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마지못해 답했다.
하지만 남편의 갑작스런 개인정보 공개 동의 요청에 아내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사실을 밝히길 꺼렸다.
그 날 이후 화목했던 가정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혼 서류에 서명을 할 것인지, 출산 관련 자료 공개에 동의 할 것인지까지를 언급할만큼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갔다.
그 사이 아내와 보험사 사이에서 어떤 커뮤니케이션이 오간 건지 ‘아내 동의하에 관련 자료를 공개하겠다’던 보험사 측은 ‘계약자 본인이 아닐 시 전면 공개할 수 없다’며 태도를 다시 바꿨다.
이렇듯 ‘남편에게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상황 탓에 품게 된 의심은 날로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진실을 알기 위해 몇 차례씩 개인정보 관련 담당자, 본사 상위자 등과의 통화를 요청했지만 어디서도 제대로된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금융감독원을 통한 민원접수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김 씨는 "몰랐으면 좋았을 일을 알고 난 후의 시간은 내게 지옥과 다름없다. 최초 통화 시 계약자 주민번호를 입력했으니 여자인 걸 알 수 있었고 통화자는 남자인데 어떻게 임신 출산 등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그렇게 쉽게 발설을 할 수가 있냐"며 한탄했다.
하지만 정작 보험사 측은 계약자가 아닌 사람에게 신상 정보를 노출하고 이후 사실 관계 확인요청에는 '계약자가 아니라 사실규명을 할 수 없다'는 모순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아비바생명 관계자는 “당사나 금감원을 통해 해결해야 할 민원이며 계약자 본인이 아닌 이상 사실 확인조차 규명할 수 없다"며 “단 당사 실수가 인정되면 내부 절차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전했다.
그 사이 김 씨는 아내의 보험 계약서와 증권을 통해 결국 아내의 혼전 출산 사실을 알게 됐다.
김 씨는 “보험사 측에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교육 요청은 물론 책임을 묻고 싶었지만 계속 부재중”이라며 “이미 일은 벌어진 상황이니 늦게라도 보험사가 잘못을 시인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했지만 가정 파탄을 안겨주고선 나 몰라라 식 대응에 허망함을 느낀다”며 허탈해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