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보조금 전쟁②] 문제도 해결책도 '출고가'에 있다
[휴대폰 보조금 전쟁]
모르면 속아 사고 알아야 본전을 찾는 휴대폰 대리점·판매점들의 불법 보조금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영업정지도, 벌금도 효과가 없다. 그 누구도 손을 대지 못하는 휴대폰 보조금 문제를 짚어 보고, 그 근본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 본다.<편집자 주>
<1> 아무도 지키지 않는 휴대폰 보조금 제한, ‘영업정지쯤이야...‘
<2> 문제도 해결책도 '출고가'에 있다
최근 몇 년간 이슈가 되고 있는 과도한 휴대폰 보조금 문제의 핵심이 ‘출고가’에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출고가’를 놓고는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손을 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1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현재 출고가가 가장 높은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의 태블릿PC인 ‘갤럭시 노트2 64G’(이하 갤노트2)다. 갤노트2는 2월 현재 출고가가 115만5천 원으로 책정돼 있다.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인 갤노트2 32G는 108만9천 원이다. LG전자의 '옵티머스G', 팬텍의 ‘베가 R3' 등도 출고가 99만9천900원으로 실질적으로 100만원대 스마트폰이라고 부를 수 있다.
출고가란 제조사가 제품을 출고할 때 붙이는 가격. 일반적인 공산품들의 ‘권장소비자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이 통신사에서 기기를 구매할 때는 이 출고가에서 ▲제조사가 지원하는 할인 ▲통신사의 보조금 ▲판매점이 지원하는 지원금을 뺀 가격으로 구입하게 된다. 이 구매가격을 ‘할부원가’라고 부르고, 실제로 고지서에 찍혀 나오는 휴대폰 가격이 바로 이 할부원가인 것이다.
휴대폰 구매와 관련한 대부분의 문제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기본적으로 출고가를 높게 잡은 후 3번에 걸쳐 할인이 이루어진다. 심지어 원가가 높다며 가격을 높게 붙인 제조사가 다시 지원금이라며 할인을 해주는 상황.
소비자 입장에서는 출고가격을 충분히 낮출 수 있음에도 거품이 낀 가격을 제시한 후 할인이라며 생색을 낸다는 비판을 하기에 충분하다. 실제로는 2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 100만 원 가격표를 달고 80% 세일을 외치는 게 지금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시장인 것이다.
제조사는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실제 구매하는 가격은 낮으므로 큰 상관이 없다고 말한다. 출고가를 낮추나 할인지원금을 제공하나 소비자에겐 결국 같은 것 아니냐는 논리다.
일견 맞는 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포장지에 쓰인 가격이 어떻든 ‘내가 얼마를 내느냐’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할인혜택을 모든 구매자가 동등하게 받는 게 아니라는 것. 똑같은 출고가 99만9천900원짜리 옵티머스G를 구매할 때도 모든 매장의 가격이 다르고 가장 싼 곳과 가장 비싼 곳의 차이가 심하게는 40만원 이상 차이나는 상황에서 제조사의 입장은 ‘가장 싸게 사는 사람’의 입장만을 대변하게 된다. 심지어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보다 10만원 이상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기까지 하니, 스마트폰은 ‘할인받으니 싼’ 게 아니라 ‘모르고 사면 바가지 쓰는’ 제품이 되고 마는 것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강한 업계 특성상, 2년에 한 번 꼴로 기기를 교체하는 일반 소비자들은 피해를 보고, 최대한 많은 할인을 받아낸 뒤 3~6개월에 한 번씩 기기를 교체하는 ‘폰테크족’만 이득을 보는 게 현재 스마트폰 시장의 왜곡된 현실인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출고가는 크게 부풀려져 있다는 게 정설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스마트폰의 해외와 국내 가격을 비교하며 삼성전자의 갤럭시S3의 국내 출고가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싸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DMB와 쿼드코어CPU 등 인상요인이 있다고 밝혔지만, 인상요인을 모두 합해도 채 10만 원이 못되는 반면 미국과 우리나라의 갤럭시S3 가격차는 26만여 원에 이른다. 여기에 물류비용까지 고려하면 삼성전자 측 해명이 옹색한 면이 있다.
결국 해결책은 출고가의 억제에 달려 있다. 출고가를 낮추면 수고스럽고 복잡한 할인과정도, 그 과정에서 바가지를 쓰는 일도 줄어들게 된다. 통신사,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 다른 보조방안들에 비해 출고가 인하는 제조사가 결심만 하면 되는 일이다.
출고가 인하를 제조사에게만 책임지우는 건 문제라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부품이 다르다 해도 현재 해외시장과 국내시장의 스마트폰 가격 차이는 소비자들의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제조사는 이미 신뢰를 잃은 상태다. 최근 299달러에 출시된 ‘넥서스4’는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성능 차이’ 주장을 무색하게 한다.
통신사들 역시 출고가를 낮춰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KT 관계자는 “통신사 입장에서는 출고가를 낮춰 고객 접근성이 높아진다면 환영”이라며 “출고가를 낮추는 것은 현재 시장의 불균형을 맞추는 데 가장 합리적이고도 직접적인 방법”이라고 공감을 표했다.
[마이경제/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