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다 바뻐"…은행장들 중기 방문 봇물
새 정부 '코드맞추기' 의혹에 은행권은 손사래
은행장들이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전국을 누비며 중소기업을 방문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누가 봐도 지난해보다 현장방문에 더 공을 들이는 게 역력하다. 이 때문에 은행장들이 '중소기업 대통령'을 자처한 박근혜 제18대 대통령과 코드맞추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지난 18일 인천 남동공단을 시작으로 한 달간 전국 140여 개 중소기업 경영인을 만나는 등 '희망 징검다리 투어'를 시작했다. 인천경기지역을 비롯해 서울, 호남, 부산·경남, 충청, 강원, 대구·경북에 소재한 산업단지 및 지식산업센터를 순방할 계획이다. 지난 한 해 130여 개 중소기업을 방문한 것과 견줘볼 때 한 달만에 140여 개 중소기업인들을 만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특히, 이 행장은 이번 현장경영에 부행장 2명, 상무 2명을 대동하고,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도 2명, 중소기업청 1명 등과 동행했다. 지난달 초 방문했던 대구지역은 이번에 다시 한번 찾을 예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을 방문해 현장경기를 체감하고 생생한 의견을 들어볼 계획"이라며 "이번 투어는 중소기업 정부기관과 민간부문 전문가들과 동행하기 때문에 민관합동으로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진원 신한은행장도 지난 15일부터 3주간 전국 릴레이 현장경영에 돌입했다. 서 행장은 부산 및 울산지역을 시작으로 오는 22일 대구·경북, 27일 광주·호남을 방문하고, 3월7일에는 대전·충청지역을 찾아갈 예정이다.
서 행장은 이번 현장방문부터 지역을 세분화해서 중소기업인의 현장 목소리를 청취할 방침이다. 과거에는 대전지역 중소기업인 초청 간담회에 청주, 충북지역 중기인들을 초청하고, 부산의 경우도 울산과 통영 기업인을 같이 불러모으는 방식으로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분리해서 지역별 특성에 맞게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민병덕 KB국민은행장 역시 지난 15일 금천구의 한 중소기업을 시작으로 내달부터 전국적으로 주요 산업단지를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할 계획이다. 민 행장은 지난해 충청, 부산·영남지역을 중심으로 23개 업체를 방문해 100여 명의 CEO를 만났다. 올해는 방문지역을 더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김종준 하나은행장 역시 올해는 지난해 400여 명보다 더 많은 중소기업인들을 만날 계획이다. 이달 초 부산을 다녀온 김 행장은 오는 20일 오후 대구·경북지역을 방문한다. 그날 저녁 지점 직원들과 간담회(하나톡톡)가 있어서다. 김 행장은 다음날 이 지역의 중소기업 3~4곳을 방문해 하나은행의 다양한 중기대출 및 금리 인하 혜택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은행장들의 중기 방문을 색안경을 쓰고 볼 일은 아니다. 매년 은행장들은 중기 기업인들의 어려움을 경청하고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그럼에도 최근들어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은 25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은행장들의 행보가 유독 바빠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은행장들이 '코드 맞추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시기가 시기인 만큼 오해할 수는 있다"면서도, "행장들의 현장 방문이 어제 오늘 일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관계자도 "신규 거래처를 방문하고, 최근 경기불황으로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인들을 만나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디 있겠느냐"면서 "제발 '코드' 얘기는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마이경제/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