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CEO, 전문 경영인보다 오너가 적합?

자사주 지분가치, 오너 경영인 '↑' vs 전문경영인 '↓'

2013-02-27     이호정 기자
국내 10대 건설사 CEO들이 보유한 자사주 지분가치에서 명암이 엇갈렸다. 공교롭게도 오너 일가 출신 CEO들은 주식평가액이 대거 늘어난 반면, 엔지니어 출신의 전문경영인들은 주식자산이 크게 쪼그라들었다.

27일 금융감독원과 CEO스코어에 따르면, 10대 건설사 CEO 중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주식평가액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정 회장은 지난 1999년 12월 처음으로 자사 주식을 취득해 당시 가치가 513억 원이었으나, 현재(26일 종가 기준)는 2천511억 원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정몽규 회장은 1999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자사 주식을 꾸준히 매입, 현재 1천27만1천310주를 보유하고 있다. 마지막 취득일에 주당 1만7천 원이었던 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현재 2만4천 원을 상회하고 있다. 그 덕분에 정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389%나 불었다.

다만 글로벌자산운용사인 템플턴이 2002년부터 지난달까지 현대산업개발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입, 지분 20.05%를 보유하면서 정몽규 회장(18.83%)과 지분 격차를 1% 이상 벌린 것이 리스크다. 템플턴이 그간 현대산업개발 주식을 매입하며 밝혔던 지분 보유 목적과 달리 지난달 11일에는 ‘경영 참여’로 바꿔 신고했기 때문. 이 같은 우려로 지난해 7~8월에는 템플턴과 정 회장이 최대주주 자리에 번갈아 오르면서 경쟁적으로 지분을 매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허명수 GS건설 사장도 자사 지분으로 큰 재미를 봤다. 허 사장은 2003년 2월 26일부터 2005년 4월 25일까지 자사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입, 마지막 취득일 기준으로 542억 원에서 현재 102억 원(89%)으로 재산을 불렸다.

이처럼 오너 일가 출신인 정몽규 회장과 허명수 사장이 주식평가차익으로 짭짤하게 재미를 본 반면, 전문경영인들의 성적은 신통치 못했다.

대림산업의 김윤 부회장이 자사 주식을 통해 100% 이상 성장세를 기록하긴 했으나, 250주에 불과해 늘어난 재산이 1천242만원 에 불과했다. 반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대우건설 CEO들의 주식평가액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시공능력평가 및 해외수주액 1위인 현대건설 정수현 사장이 가장 선방했다. 정 사장은 2008년 3월 1천246주를 취득한 후 동년 4월과 2011년 6월, 올해 1월까지 1천527주를 매입했다. 하지만 취득 당시 7만5천 원에 육박했던 주가가 현재 6만7천 원까지 하락해 950만 원(-8%) 가량 손실을 봤다.

4년 만에 '빅3'에 재진입한 대우건설 서종욱 사장도 취득 당시 주식평가액이 2억 원을 넘었으나, 현재는 1억6천만 원으로 감소해 투자금의 21%를 날렸다.

마지막으로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은 주가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 부회장은 주식평가액 감소율이 4%에 불과했으나, 금액상으로는 8천만 원이 넘어 타격이 가장 컸다.

한편, 10대 건설사 대표이사 가운데 롯데건설 박창규 사장과 포스코건설 정동화 부회장은 자사주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 SK건설 최광철 사장은 자사 주식 600주를 보유하고 있지만, 취득시기가 밝혀지지 않아 비교대상에서 제외됐다.

[마이경제/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이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