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박근혜는 낙수 효과 만들 수 있을까?

2013-03-04     유성용 기자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국정목표는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으로 요약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중 경제부흥을 제일 앞자리에 놓으며 이를 위해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추진해가겠다고 밝혔다.
 
경제부훙이 국정목표의 제일 앞자리를 차지하게 된 건 아무래도 전 정권의 경제정책이 신통치 않았다는 반증으로 여겨진다.
 
성공한 경영인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친기업 정책’을 펼치는 데 힘을 기울였고 그로 인해 대기업들은 적잖은 혜택을 누렸다.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5년간 20대 재벌그룹의 자산 증가율이 노무현 정부 때에 비해 거의 2배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 677조1천억 원이던 20대 재벌그룹의 총자산규모가 지난해 1천202조8천억 원으로 77.6%나 늘어난 것이다.

이에 비해 노무현정부 때 10대그룹의 자산은 396조원에서 553조원으로 39.6% 늘어나는데 그쳤다.
 
몇몇 재벌그룹은 MB정권에서 몸집 자체를 배로 불리는 엄청난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CJ와 STX그룹은 자산증가율이 123.5%와 122.9%에 달했고 현대자동차(109.0%)와 포스코(109.4%), LS그룹(102.0%)도 자산 규모가 2배 이상으로 늘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쓴 맛을 본 뒤로 재벌그룹들이 줄곧 외형성장을 자제했던 것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MB정부는 재벌의 몸집 불리기를 억누르려 하지 않았다.
 
대기업이 성장하는 만큼 우리 경제의 파이가 커지고 그에 따라 중소기업도 함께 성장할 것이라는 이른바 ‘낙수효과(落水效果)를 믿었기 때문이다.
 
금산분리완화와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통해 재벌 규제를 줄이고 세금을 낮춰주면 대기업이 돈을 벌어 투자와 고용을 늘리게 되고 그 결과로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삶도 나아진다는 논리였다.
 
MB정부의 정책기조는 국가연구개발사업 투자현황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국가연구개발사업 투자는 MB 정부 직전인 2007년 5천923억 원이었으나 2011년 1조3천861억 원으로 4년만에 배 이상(134%) 증가했다. 반면,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는 1조148억 원에서 1조8469억 원으로 84% 늘어난 게 고작이다.
 
이처럼 공을 들여 대기업을 키웠지만 유감스럽게도 물이 넘쳐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재벌그룹의 성장이 중소기업과 서민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말 역대 정부의 경제지표를 비교 조사해 발표한 데 따르면 MB정부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9%로 노무현 정부의 4.3%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대기업이 몸집을 키운 것과 달리 고용창출 효과도 미미했다. 고용률은 역대 정부에 비해 별로 나아지지 않았고, 특히 청년고용률은 김영삼 정부 때의 45.7%에서 40.6%로 눈에 띄게 후퇴했다.
 
이 와중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세전 순이익률은 2008년 3.81%에서 2009년 7.12%로 크게 오른 반면, 중소기업의 순이익률은 3.26%에서 3.97%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결국 대기업에 우호적이었던 MB정부의 경제정책은 양극화의 그늘만 더욱 짙게 드리우는 결과로 끝나고 만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중반부였던 2012년에 동반성장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뒤늦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임기 말까지 골목상권 논란과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 재벌과 관련된 각종 이슈에 시달려야 했다.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한 박근혜 대통령은 새 정부의 화두인 경제부흥을 이루기 위해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추진해가겠는 뜻을 밝혔다.
 
창조경제는 산업 간의 벽을 허물고 융합의 터전 위에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이고 경제민주화는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을 좌절하게 하는 각종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서 어느 분야에서 어떤 일에 종사하던 간에 모두가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
 
새 정부에서는 재벌만 살을 찌우는 게 아니라 우리 경제 전체가 튼튼해지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정책이 제대로 펼쳐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