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박근혜의 경제민주화' 관료·국회의원 반응은?

2013-03-04     유성용 기자

지난달 21일과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씽크탱크’격인 한국경제연구원이 학술강연회를 열어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을 했다.


한경연은 송원근 선임연구원의 논문을 빌어 새정부가 경제민주화 대책으로 내놓은 금산분리강화와 순환출자규제, 골목상권 보호, 편법상속규제, 총수의 사면권 제한,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등 재벌규제정책에 대해 나름대로의 이유를 붙여 한마디로 ‘적절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전경련의 이러한 태도는 용감하다기보다는 ‘겁도 없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이례적이다.


우리 사회에는 선거전에서 막말을 해가며 다투던 야당이나 시민단체 조차도 새로운 대통령이 일단 당선되고 취임을 앞둔 상황에서는 일단 그의 뜻을 존중해 평가를 자제하며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미덕처럼 돼왔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내 재벌그룹의 이익을 대표하는 전경련이 그것도 대통령 취임식을 불과 사흘 앞둔 상황에서 이러한 주장을 한 것을 보면 그들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급박했으면 그랬겠는가하는 안스러운 마음도 든다.


최근 새정부는 출범에 앞서 국정주요과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경제민주화를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식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박대통령은 취임식을 통해 두차례나 경제민주화를 언급함으로써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는 했으나 아직도 야당 등 일부에서는 박대통령이 재벌규제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의심하는 눈초리가 많다.


그러나 재벌그룹들을 지켜보는 과정에서의 느낌은 전혀 다르다.


한 경제단체 관련자는 재벌기업들이 느끼는 새정부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강도는 과거 노무현 정부에 비해서도 더했으면 더했지 약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느낌의 근거로 “박근혜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실천의지가 강하고 그가 주장해 온 실질적인 규제가 재벌들에게는 더 큰 부담을 주기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정부들은 출범때는 재벌규제를 외쳤다가도 얼마간 지나면 유야무야하고 말았지만 박대통령의 경우는 일단 내놓은 정책에 대해서는 반드시 지킬 것”이라는 것이 이 관계자의 전망이다.


또 박대통령은 선거전 내내 “재벌에 대한 인위적인 강제규제보다는 현재의 법 규정을 제대로 지키는 것만해도 충분히 경제민주화를 실천할수 있고 더 필요하다면 규정을 추가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재벌들은 실질적으로 금산분리강화나 순환출자규제, 골목상권진출 억제 등 외부로 드러난 규제보다는 총수와 직접 관련된 사면권 제한과 그 자녀들에 관련된 규제에 더 두려움을 느끼고있는 듯하다.


최근 새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재벌총수들에 대한 법적 구속과 사면제한이 잇따라 이루어지면서 박대통령의 의지는 미리 파악된듯하다.


특히 대부분 현역 은퇴를 앞둔 총수들은 자신이 힘겹게 일구어 놓은 재산을 한푼이라도 더 자식 손자들에게 나누어주기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하고있다.


이 과정에서 주로 동원되는 것이 그룹내 부당주식거래와 회사기회유용, 지원성 거래 등 불공정거래행위다.


재벌 및 CEO 경영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부분의 재벌들은 90년대후반부터 최근까지 적게는 한두건에서 많게는 10건에 가까운 불공정주식거래행위로 총수가 형사처벌을 받거나 시정조치를 받아왔다.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 96년 이건희 회장이 자녀들에 대한 승계를 위해 에버랜드 주식의 불법전환을 함으로써 그룹은 물론 사회전반에 큰 파문을 일으킨 것을 시작으로 99년 삼성SDS 부당주식거래, 2001년 삼성네트웍스 분할설립을 통한 부당주식 거래 등 모두 7건의 위법행위가 노출됐다.


현대차그룹 역시 99년 현대우주항공의 부당주식거래를 시작으로 2002년 엠코의 지원성거래, 2007년 현대커머셜의 회사기회유용 등 9건의 각종 위법행위가 드러났다.


두 그룹 역시 이로인해 총수들이 형사처벌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감수하면서도 재벌 승계는 무난히 이루어졌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 재벌 기업 모두에 공통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으로 이를 제대로 규제할 경우 재벌들은 지금과 같은 무리한 기업확장이나 불법상속은 거의 불가능하게된다.


이를 감지한 재벌그룹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박근혜정부가 이러한 규제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거래법이나 상법 등 일부 관련법을 개정해야 할 필요도 있고 무엇보다 새정부의 재벌정책을 담당하고있는 관계자들과 국회의 의지가 확고해야한다.


벌써부터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재벌들의 움직임이 심상치않은 것을 보면 돈에 약한 국회의원이나 관료들이 박대통령의 뜻을 제대로 받쳐줄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