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 외래어 표기 엉망, 아이들 뭘 배우라고?
맞춤법 틀린 표기 수두룩...강제조항 없어 방치
2013-03-08 민경화 기자
서울 관악구 성현동에 사는 이 모(여.38세)씨는 6살된 아들과 대형마트의 과자 코너를 둘러보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캐러멜 제품의 이름이 각양각색이었던 것.
크라운 제과는 ‘땅콩 카라멜’, 우림 식품은 ‘땅콩 캬라멜’로 적혀있었다고.
이 씨는 바로 휴대폰으로 검색했고 ‘캐러멜’이 표준어인 것을 확인하곤 모두 틀린 표현인 점이 의아했다.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접하는 제품인데 명칭이 제각각이라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게 이 씨의 주장.
이 씨는 “국어사전 검색을 통해 표준말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음에도 명칭을 틀리게 표현한 업체의 안일한 운영체계가 못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아이들이 많이 먹는 과자 및 캔디류의 외래어 표기가 틀린 제품이 많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시판되는 과자들 대부분은 외래어 명칭을 사용 중이었으며 일부 제품은 외래어 표기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
크라운 제과의 '콘칲', '꼬마곰 훼미리', 롯데제과 '빠다코코낫', 해태제과의 '쉬폰케익', 샤니의 '미니 피자맛바게뜨', 청우식품의 '알파벳 비스켓' '제리종합' 등 틀린 표현을 사용하는 제품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콘칩, 패밀리, 버터코코넛, 케이크, 바게트, 비스킷, 젤리가 맞는 표현인 것.
과자의 맛을 표현하는 경우 '바비큐'가 표준어임에도 롯데제과의 '치토스', '도리토스', 농심의 '쫄병', 오뚜기의 '뿌셔뿌셔' 등 모두 '바베큐맛'이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과자뿐만이 아닌 아이들이 즐겨 먹는 소스류인 케첩도 오뚜기는 ‘케챂’, 대상 청정원은 ‘케찹’으로 적혀 있지만 모두 틀린 표현으로 표준어는 '케첩'이다.
◆ 식품 한글표기 기준, 표준어 사용 의무 없어
식품 의약품 안정청에서 고시한 ‘식품등의 표시기준 제 5조 표시방법’에는 제품의 용기, 포장면적에 따른 표시방법, 표시사항, 활자크기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표시는 한글로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자나 외국어는 혼용, 병기하여 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 한자나 외국어는 한글표시 활자와 같거나 작은 크기의 활자로 표기해야 한다.
소비자를 혼동시키거나 허위· 과대의 표시 광고에 해당하는 표현을 제품명에 사용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맞춤법을 지켜야 하는 것은 의무사항이 아닌 것.
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정청 관계자는 “식품의 유해사항에 대해 규제할 뿐 제품명의 표현에 대해 강제할 의무는 없다”며 “제품을 생산하기 전 허가관청에 제품명, 유통기한, 원재료, 보관 및 포장방법에 대해 품목보고를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보고된 것과 출시된 제품의 명칭이 다르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제재할 권한이 없다는 것.
식품업체 관계자는 "제품명 선정시 표준어 사용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특성과 원료를 알아볼 수 있도록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둬 맞춤법에 맞지 않는 이름을 쓰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이름에 제품의 특성을 반영하되 되도록 한글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자율적인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 어린이용 제품명, 규제 앞서 제조사 측 자발적 동참 절실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차칸남자’와 영화 ‘반창꼬’의 경우 맞춤법에 어긋나는 표현을 제목으로 사용해 언어파괴라는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에 ‘차칸남자’는 예술 창작 정신의 자유에 앞서 시청자들의 정서를 고려하고 국민의 올바른 국어 사용을 위해 방영 3회만에 ‘착한 남자’로 제목을 변경했다.
반면 영화 ‘반창꼬’는 영화적 해석에 의한 표기로 인정하자는 의견에 원래 제목을 고수한 채 일단락됐다.
이처럼 공공언어의 한글표현에 있어 표현의 자유나 편의성을 고려해 비표준어를 고유명사화해 허용해도 되는 지는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온 문제다.
그러나 어린이가 주 소비대상인 식품의 경우 아이들에게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제품명 등은 한글 표시법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식품의 표시는 기본적으로 한글사용이 바람직하며 어린이들이 잘못 표시된 외래어를 표준어로 인식하지 않도록 올바르게 표시할 것”을 권고했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상표를 등록하면 고유명사화돼 법적으로 강제할 근거가 없다”며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자는 의견을 반영해 비표준어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하지 못하는 실정이지만 민간단체에서 개선을 권고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올바른 국어사용을 위해 업체 자율적으로 표준어 사용에 동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민경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