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개발 참여사 '진퇴양난'…기득권이냐, 투자금이냐?

2013-03-18     이호정 기자

코레일이 29개 민자출자사에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정상화 방안과 함께, 내달 1일까지 수용여부를 결정하라며 최후통첩을 날렸다. 삼성물산의 랜드마크 빌딩 시공권 포기와 용산역세권개발(AMC)의 이사진 5명을 코레일 인사로 채우는 것 등이 주요골자다.

이 같은 움직임은 코레일이 모든 권한을 쥔 채 기존 사업을 접고 새판을 짜려는 것으로 풀이 돼 민간출자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창영 코레일 사장은 최근 민간출자사 대표들과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정상화를 위해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사업계획 변경안을 제안했다.

우선 코레일은 사업계획 변경을 위해 코레일과 SH공사, 건설출자사가 주축이 된 ‘특별대책팀’을 꾸리고, 롯데관광개발이 가진 용산역세권개발(AMC)의 지분 45.1%를 코레일이 지정하는 곳에 양도할 것을 제안했다.

또 삼성물산이 랜드마크 빌딩인 트리플원의 시공권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앞서 납입한 전환사채(CB) 688억 원은 돌려주기로 했다. 아울러 사업협약을 변경할 경우 코레일의 사전동의를 거쳐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드림허브)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의 승인을 얻도록 방식을 개정할 요구했다.

이 밖에 채무불이행의 책임을 이유로 AMC의 실장급 이상 모든 임원의 사임을 권고했으며, 드림허브 이사회의 정원 10명 중 대표이사를 포함한 5명을 코레일 인사로 채울 뜻을 밝혔다.


대신 코레일은 지난 12일 이자 납입만기를 지키지 못해 부도가 난 자산담보부업음(ABCP)의 원금 2천억 원을 우선 납입하고, 올해 말까지 사업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비 2천600억 원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즉,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초기에 맺은 주주 간 협약을 폐지하고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해 민간출자사들의 기득권을 백지화 시키겠단 것이다.


민간출자사의 입장에선 코레일의 사업정상화 방안을 그대로 수용하기엔 기득권이 아쉽고, 거부하자니 출자금을 비롯해 그 동안 투입한 비용이 전부 날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날 긴급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코레일의 제안 자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거부하면 출자금까지 날릴 판이라 오는 22일 의견협의기간까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코레일을 제외한 민간출자사들이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을 추진하며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은 출자금과 CB를 포함해 총 1조74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우선 재무적투자자 중에서는 KB자산운용이 1천억원(10%)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푸르덴셜 부동산투자 770억원(7.7%), 삼성생명 300억원(3%), 우리은행 200억원(2%), 삼성화재해상보험 95억원(0.95%) 순이었다. 총 2천365억원(23.65%)으로 집계됐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주도권이 없이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고 전했으며, 삼성해상보험 관계자는 “투자액 중 절반정도는 이미 대손충당금을 쌓아둔 상태고, 나머지 절반도 다음 회계연도에 처리할 예정이라 추이를 지켜보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적투자자로 출자한 기업은 롯데관광개발, 미래에셋, 삼성SDS, KT&G, CJ그룹, 호텔조선 등이다. 순서별로 각각 출자금 1천510억 원, 490억 원, 300억 원, 150억 원, 100억 원, 95억 원이다.

이중 롯데관광개발은 드림허브 출자금 1천510억원 외에 CB를 226억 원 가량 인수해 총 투자금액이 1천736억 원에 달한다. 이는 회사 자본금(55억 원)의 30배에 달하는 규모다.


한편 건설투자자로 참여한 출자사(CI)가 보유한 지분은 2천억 원(20%) 규모다.

삼성물산이 가장 많은 640억원(6.4%)을 출자했고, ▲GS건설과 현대산업개발, 금호산업이 200억 원(2%)씩 ▲SK건설과 포스코건설, 롯데건설이 120억 원(1.2%)씩 ▲한양건설 100억(1%) ▲태영건설 60억 원(0.6%) ▲두산건설과 남광토건, 반도건설, 유진기업 40억 원(0.4%)씩 ▲삼환기업, 계룡건설, 우미건설, 삼성에버랜드 20억원(0.2%) 등 17개사가 참여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코레일이 정상화 방안의 일환으로 트리플원의 시공권을 포기하란 입장을 밝혔으나, 발주처인 드림허브가 공식적 입장을 내놓을 때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민간출자사들이 선뜻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지만 사업협약에 따르면 채무불이행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코레일이 사업해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드림허브의 경우 코레일이 사업해지를 결정하면 언제든 청산수순을 밟아야 한다.


민간출자사들로서는 코레일의 정상화방안이 탐탁지 않아도 이를 거부하기 어려운 형편인 셈이다.(사진= 연합뉴스)


[마이경제/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이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