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아이폰 트라우마' 극복?…R&D보다 마케팅에 '무게'
작년 마케팅비 12조9860억원, R&D비 11조5330억원
2010년부터 2년간 마케팅 보다 연구개발을 우선시했던 삼성전자(부회장 권오현)가 지난해부터 다시 마케팅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초기에 고전을 면치 못했던 삼성전자가 갤럭시 시리즈로 기술력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했다는 판단에 따라 경쟁업체와 점유율 격차를 벌이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재벌 및 CEO,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마케팅비용으로 12조9천860억 원을 사용해 11조5천330억 원의 R&D비용보다 1조4천500억 원 가량을 더 썼다.
지난해 매출 201조와 비교하면 마케팅비는 6.5%, R&D비는 5.7%의 비중을 차지해 0.8%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는 매출의 7.2%에 달하는 4조 원을 마케팅에 퍼붓기도 했다.
외신 보도에 의하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마케팅비용은 애플, 휴렛팩커드(HP), 마이크로소프트(MS), 델, 코카콜라를 합한 것보다 많다. 미국에서는 전년 대비 5배 많은 4억100만 달러를 마케팅에 사용해 애플을 누르고 최대 광고주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마케팅 비용의 상승은 지난 2010년 R&D 투자에 더 많은 자금을 쏟아 붓기 시작한 지 2년 만의 일이다.
2009년 삼성전자는 89조7천700억 원 매출 가운데 5조6천억 원, 매출액 대비 6.3%를 마케팅비에 쓴 반면 R&D에는 1조 원 작은 4조6천800억 원(5.2%)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0년 삼성전자는 R&D에 9조954억 원을 투자해 마케팅비 9조592억 원 보다 400여억 원을 더 썼다.
2011년에는 R&D에 매출의 6%인 10조 원을 쓰며 5.7%(9조4천억 원)로 전년 보다 비중이 0.2%포인트 낮아진 마케팅비용과의 격차가 5천억 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이처럼 R&D투자에 집중하던 삼성전자가 지난해 다시 마케팅에 보다 힘을 쏟기 시작한 것은 초반 고전했던 스마트폰 시장에서 자신감을 회복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09년 11월 아이폰 3GS가 국내 시장에 상륙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옴니아'시리즈를 출시했지만 소비자들의 혹평 속에 참패를 당했다. 이에 위기를 느낀 삼성전자는 R&D 투자를 늘려 2010년 2월 갤럭시A를 처음 출시하고 6월에는 갤럭시S를 출시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어 2011년과 2012년 잇달아 출시된 갤럭시S2와 S3가 돌풍을 일으키며 삼성전자는 출하량 기준으로 스마트폰시장에서 글로벌 1위에 오르게 됐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업체 간 기술 격차가 줄어들면서 글로벌 시장 경쟁이 치열해져 광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마케팅비가 대폭 늘어난 것"이라며 "하지만 미래 중장기적 경쟁력과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R&D 투자도 소홀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과감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경제/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