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삼성 휴대폰 25년의 신화...냉장고폰에서 갤럭시S4까지
지금부터 25년전 우리나라에 휴대폰이라는 ‘물건’이 처음 등장했다.
그러나 말이 휴대폰이지 크기나 무게나 성능으로 따지면 휴대폰이라 하기에 너무 민망한 지경이었다. 무전기 이상이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삼성전자가 개발한 ‘SH-100'은 길이가 20cm가 넘고 무게는 0.7kg이었다. 현재 휴대폰들이 100~150g인점을 감안하면 거의 6배 수준이다. 두께도 4.6cm여서 한손에 잡기도 어려웠다.
그야 말로 휴대할 수없는 휴대폰이었던 셈이다. 오죽 ‘기골’이 장대했으면 ‘냉장고폰’이란 별명까지 붙었다.
이제품은 1989년 5월부터 일반에게 판매되기 시작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신통한 반응을 얻지 못했다.
당시 휴대폰은 아주 특별한 사람들이나 쓰던 ‘물건’이었고 휴대폰을 필요로 했던 사람들은 앞서 시판된 모토로라를 많이 찾았다. 참고로 당시 모토로라가 국내에서 판매한 ‘다이나텍 8000’이란 제품은 SK텔레콤을 통해 출시됐는데 단말기 가격만 240만원이었다.
가입비만도 65만원에 달했다. 그 당시의 물가를 감안하면 웬만한 샐러리맨 2~3달치 월급을 모아야 하는 지경이었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사업이 궤도에 오른건 1994년 10월 애니콜 첫 모델인 SH-770을 출시하면서부터다. 국내에 처음 선보인 100g대 제품이었다.
이제품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1988년 이래 국내 시장 부동의 1위를 차지해온 모토로라를 제치고 국내 시장 점유율 51.5%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러나 품질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산악이 많은 지형의 특성상 휴대폰이 제대로 터지지 않는 문제가 늘 소비자들 불만의 중심에 서 있었다.
여기서 그 유명한 ‘휴대폰 화형식’이 진행됐다. 이건희 회장은 1995년 3월 삼성전자 구미공장에서 2000여 명의 직원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수 만대의 휴대폰을 불태워 버린 것.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고객을 두려워하라. 돈을 받고 불량품을 파는 것은 고객을 속이는 짓"이라고 질책했다.
이 산통을 겪고 출시된 1995년 출시된 애니콜 휴대폰은 광고 카피에서부터 ‘한국지형에 강하다’를 내걸었다. 영업사원들은 한라산 정상에서도 잘 터진다고 광고했다. 애니콜이란 이름도 언제 어디서나 잘 터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내 시장서 자신감을 얻은 삼성전자는 1997년 수출 드라이브를 걸었다.
홍콩업체에 2개의 모델을 판매하는 것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어 미국시장에 막바로 진출했고 파죽지세로 유럽에도 상륙했다. 애니콜 신화의 탄생이다.
애니콜 신화는 2010년 갤럭시 신화로 옮겨 붙었다. 2010년 6월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갤럭시S는 전 세계적으로 7개월 만에 판매량 1000만 대를 돌파해 삼성전자의 첫 텐밀리언셀러 스마트폰이 됐으며, 2012년까지 2500만 대 이상 팔렸다.
2011년 4월에는 갤럭시S2를 내놨고 출시 1년여 만에 2800만 대가 넘는 폭발적 판매량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이 덕분에 2011년 3분기 애플을 제치고 세계 최대 스마트폰업체로 등극했다.
2012년 출시된 갤럭시S3는 또다시 글로벌 대히트를 기록하며, 삼성전자의 휴대폰 1위와 스마트폰 1위를 굳히는 선봉장 역할을 했다.
올해는 갤럭시S4가 그 바통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4의 전 세계 판매량 목표를 1억 대로 잡았다. 갤럭시S(2500만대), 갤럭시S2(4000만대), 갤럭시S3(4100만대) 등 전작들의 판매량을 모두 더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같은 삼성전자의 휴대폰 정상 등극은 곧바로 IT업계 정상 탈환으로 이어졌다.
재벌및 CEO,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작년 글로벌 10대 IT기업 가운데 매출 1위로 명실상부하게 세계 IT업계 정상에 올랐다.
(http://www.ceoscoredaily.com/news/article.html?no=658)
2000년대만 해도 우리에게 전설같기만 했던 애플 휴렛팩커드 마이크로소프트 노키아 IBM등을 모두 제쳤다.
그 큰 덩치에도 불구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률도 각각 30%, 90%로 경이적인 수준을 기록했다.
작년 경기침체로 조사대상 18개 글로벌 기업중 절반이상인 11개기업의 매출이 마이너스 성장하고 10개 기업의 영업이익이 뒷걸음질친 것과 대비를 이룬다.
작년 외국 출장길에 공항 대기실에서 2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대부분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스마트폰을 보며 시간을 달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필자는 내 휴대폰을 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휴대폰이 어떤것인지 만을 살폈다. 갤럭시인지? 아이폰인지?
올해부터는 이런 신경전도 아예 없었으면 좋겠다. 그저 전세계 모든 사람들의 손에 들려진 휴대폰이 갤럭시인 것이 당연한 듯 무심하게 바라보는 상황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