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스토리]한국게임계 평정한 '김정주 함대'의 다음 목표는?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아름 기자] 지난해 국내 최대 경쟁사인 엔씨소프트를 인수해 게임업계 판도를 뒤흔든 김정주 NXC 회장이 잇따른 기업인수를 통해 글로벌 게임사로 발돋움을 꿈꾸고 있다.
국내외에서 공격적 M&A를 통해 시장장악력을 높이는 한편, 게임시장의 트렌드를 발빠르게 주도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에만 엔씨소프트와 글룹스, 인블루를 인수하느라 1조3천억 원이 넘는 돈을 썼으며 JCE, 게임하이, 감마니아, 엔도어즈 등에 대해서는 지분 확대를 통해 경영권을 장악했다.
김 회장이 거느린 게임사는 20여 개에 달하며 연간 매출 규모는 넥슨을 포함하면 4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 면면도 화려하다.
국내 매출 1위 넥슨은 국내 게임계에 첫 '매출 1조 원' 시대를 연 대한민국 간판기업이고, 넥슨재팬도 지난해 매출 1조5천억 원을 기록한 대형업체다.
여기에 국내 2위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와 매출순위 9위 JCE, 10위 게임하이가 모두 넥슨이 최대 주주로 있는 게임사다.
넥슨은 지난해 엔씨소프트의 대주주였던 김택진 대표의 지분 14.7%를 사들이며 단번에 엔씨소프트의 최대 주주가 됐다. 현금으로 8천억 원 이상이 들어간 대형 거래였다.
게임의 명가 액티비전과 블리자드가 합병한 이후 가장 큰 게임계 소식이라 불릴 만큼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매입은 대담한 사건이었다.
엔씨소프트가 넥슨 밑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엔씨소프트의 자회사들 역시 자연스럽게 넥슨 산하의 게임사가 됐다. 카카오톡 천만 다운로드 게임 중 하나인 모두의 게임을 개발한 ‘핫독스튜디오’, 국민 골프게임 팡야와 최근 대세가 된 카드형 야구게임의 1인자 프로야구 매니저 등을 서비스하고 있는 엔트리브소프트가 대표적이다.
김 회장은 엔씨소프트 인수만으로도 국내 게임업계 판도를 뒤엎었지만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기존에 16.33%의 지분을 갖고 있던 JCE의 지분을 추가 매입해 31.03%로 지분율을 늘려 확고한 대주주 자리를 지켰다. 또 국내 FPS계의 압도적인 1위 게임인 서든어택을 개발한 게임하이의 지분 5%를 추가 매입하며 지분율을 62%까지 끌어올렸다.
JCE와 게임하이는 2012년 매출 기준으로 9위와 10위를 차지한 게임사이기도 하다. 10대 게임사 중 1, 2위와 9, 10위가 김 회장의 손에 들어 있다는 이야기다.
넥슨은 지난 2008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던전앤파이터’의 네오플을, 2010년에는 군주를 개발한 엔도어즈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제 국내 게임업계에서 웬만한 게임사치고 넥슨과 김정주 회장의 입김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김정주 회장의 영향력은 국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2012년 6월, 넥슨은 일본의 모바일 게임 전문회사인 ‘인블루’를 인수, 10월에는 글룹스를 5천230억 원에 인수했다.
인블루는 일본의 양대 모바일 게임 플랫폼인 GREE와 DeNA에 게임을 서비스하는 중견 업체다.
또 글룹스는 대열광! 프로야구카드, 대난투!!길드배틀 등의 히트작을 내며 연 매출 3천억 원 이상을 올리며 일본 모바일 게임계의 신성으로 꼽히던 기업이다.
김 회장은 두 회사를 손에 넣음으로써 모바일 게임시장에서도 확고한 토대를 구축하게 됐다는 평을 듣고 있다.
대만에서는 감마니아를 인수해 해외시장 공략의 폭을 더욱 넓혔다. 감마니아는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지 인물들을 여성화한 ‘연희몽상’ 등으로 인기를 끌었고 대만 최대의 게임포털 ‘빈펀(beanfun)’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광폭 행보는 넥슨을 글로벌 게임사로 키우려는 김 회장의 야심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다.
김 회장은 넥슨을 한국이 아닌, 일본에 상장하면서 "글로벌 게임사로 가기 위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넥슨 재팬뿐만 아니라 넥슨 아메리카, 넥슨 유럽 등 세계 각지에 뻗쳐 있는 넥슨의 지부들이 더 성장해 진정한 글로벌 게임사로 거듭나야 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 회장의 야심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넥슨이 한국과 일본을 아우르는 거대 게임사가 된 뒤에도 김 회장의 도전적인 경영은 멈추지 않았다. 엔씨소프트 인수를 전후해 김 회장이 세계적인 게임그룹 EA와 밸브를 인수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넥슨의 M&A 전략은 공격적이다. 앉아서 변화를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 가겠다는 김 회장의 생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김 회장은 평소에 회사에 자주 나타나지 않아 경비가 몰라보고 출입을 제지했다는 에피소드가 있을 만큼 평소에 노출을 즐기지 않는 '잠수형 CEO'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조차도 치밀한 전략에 따라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광폭행보의 일환일 뿐이다.
김 회장 스스로도 '회사에 앉아있기보다는 닥치는대로 현장을 돌아다니며 사람을 만나고 일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강조하곤 한다. 넥슨의 추진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넥슨이 워낙 적극적인 M&A 정책을 펴고 있고 지금도 추가 투자를 준비하는 중이라고 한다”면서 “빠르게 변해가는 게임시장에서 한 발 먼저 움직이는 김정주 회장의 공격적인 경영이 넥슨을 이 위치까지 끌고 온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회장은 1993년 카이스트 석사과정을 마친 뒤 이민교, 김상범, 송재경(현 엑스엘게임즈 대표), 서민(현 넥슨코리아 대표)와 함께 94년 12월 넥슨을 창업, 96년 바람의 나라를 발표했다.
이후 99년 넥슨 일본 법인을 세우고 2001년 자회사 모바일핸즈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2005년 6월부터 2006년 10월까지 넥슨의 대표이사를 지낸 후 지금까지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사진-연합뉴스/마이경제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