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건설사 11곳에 3조7천억 '투입'…모 그룹도 '휘청'
포스코·두산 등, 밑빠진 독에 물붇기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호정 기자] 부동산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건설사를 계열사를 거느린 모(母) 그룹에도 자금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연례행사처럼 모그룹이 계열 건설사에 자금을 긴급수혈하고 있으나, 재무구조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다.
16일 재벌 및 CEO 경영성과사이트인 CEO스코어데일리(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2011년부터 최근까지 2년여 사이에 포스코그룹 등 주요 재벌그룹 11개사가 계열 건설사에 지원한 금액은 3조7천억 원에 달했다.
해외시장 개척으로 활로를 뚫은 현대건설(대표 정수현)과 삼성물산(대표 정연주)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모 그룹의 유동성을 압박하는 시한폭탄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두산건설(대표 최종일)은 두산그룹(회장 박용만)이 뒤에 없었다면 언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해도 이상할 것 없을 만큼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상태다.
두산그룹은 지난 4일 두산건설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수혈한다고 밝힌 상태다. 일단 주주배정 방식을 통해 4천500억 원을 유상증자하고, 두산중공업이 5천716억 원(현금자산 4천억 원 포함)의 배열회수보일러사업을 넘기기로 했다. 여기에 두산건설이 내부 보유 자산 매각을 통해 1천500억 원을 추가하는 자구책까지 내놓았다.
두산건설 측은 “그룹 차원의 지원계획이 이미 오래 전부터 계획돼 있었던 부분으로, 이번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두산그룹은 지난 2011년에도 유상증자 3천억 원과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각 1천억 원 등 총 5천억 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하면서 “이번 증자가 단편적 처방은 아니다”라고 밝으나, 결국 2년여 만에 똑같은 상황에 봉착하고 말았다.
한라건설(대표 정몽원)도 두산건설과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12일 만도(대표 신사현)가 계열사인 마이스터에 3천786억 원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마이스터가 이중 3천358억 원을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투입했기 때문이다. 정몽원 회장도 이번 유상증자에 50억 원을 사재를 털어 넣었다.
문제는 한라건설이 만도의 이번 유상증자를 받더라도 유동성 문제 해결에는 어려움이 따른단 점이다. 더욱이 지난해 정 회장이 한라엔컴 주식 8천억 원을 한라건설에 무상증자 했음에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유동성 확보에는 실패했다.
업계에선 한라그룹의 알짜배기 계열사인 만도가 한라건설과 함께 침몰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극동건설로 인해 위기를 맞은 ‘웅진쇼크’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한라건설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내년까지 1조5천억 원여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만도가 이미 적잖은 출혈을 했기 때문이다. 만도가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쏟아 부은 3천400억 원은 지난해 영업이익(2559억 원)과 현금성자산(2천145억 원)을 합한 금액의 72%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상위권 재벌 그룹도 건설사에 돈을 퍼붓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포스코(회장 정준양)는 2010년 12월 포스코건설(대표 정동화)에 5천억 원 유사증자를 실시했으며, 롯데그룹(회장 신동빈)을 비롯해 SK그룹(회장 최태원), 코오롱그룹(회장 이웅열), STX그룹(회장 강덕수)은 지난해 각각 계열 건설사인 롯데건설(대표 박창규)과 SK건설(대표 조기행, 최광철) 등에 평균 1천500억 원 가량을 지원했다.
문제는 건설사들의 재무건전성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고려개발은 지난해말 현재 부채비율이 662%에 달했고, 코오롱건설(521%)과 동부건설(473%)은 부채비율이 50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SK건설(280%)과 포스코건설(225%) 롯데건설(129%)도 부채비율이 100%를 훌쩍 넘겼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재무구조가 양호한 재벌그룹이라도 재무건전성이 심각하게 흔들릴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웅진그룹(회장 윤석금)은 극동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웅진코웨이를 매각하는 등 그룹 전체가 구조조정에 휘말렸고, 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 박삼구)도 대우건설(대표 서종욱)을 인수한 뒤 어려움에 빠진 바 있다.
또 LIG그룹(회장 구자원)도 LIG건설을 인수한 후 자금압박에 무리한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다 오너 일가 3부자가 나란히 구속되는 치욕을 겪었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상당수 건설사가 그룹의 비호 아래 성장해 왔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악화된 부동산 경기에 쓰러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문제는 계열 건설사의 부실이 모그룹 전체를 흔드는 뇌관으로 작용한 경우가 많은 만큼, 앞으로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마이경제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