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스토리]'5연임' 하영구 씨티은행장 발목 잡는 2가지 고민

2013-05-02     윤주애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사진>이 국내 금융권에서 이례적으로 5번째 임기를 맞게 됐지만 앞날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그간의 공적을 인정 받아 금융권 최장수 CEO의 반열에 오르기는 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와 저금리기조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를 어떻게 헤쳐가느냐가 하 행장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 행장이 12년 간 이어진 4번의 임기를 모두 채우고 또 다시 연임에 성공한 것은 전적으로 빼어난 경영실적 덕분이다.


씨티은행은 하 행장 취임 직전인 지난 2000년 자산규모가 28조7천억 원 규모였으나 불과 4년 만인 2004년 52조8천23억 원으로 몸집을 크게 불렸다. 2011년에는 자산규모가 56조5천40억 원에 달했다.


순이익도 2000년 236억 원에서 2011년 4천654억 원으로 급증했다.  


2011년을 기준으로 비교해 보면 하 행장 취임 후 11년 동안 시티은행은 자산 규모가 2배, 순이익은 19.7배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자산은 1.8배. 순이익은 8.3배 규모로 늘었다.


직원수도 2000년 3천여명에서 지난해 4천300명으로 1.4배 증가했다. 


하 행장이 이처럼 성공을 거둔 것은 방카슈랑스 등 고객심리를 꿰뚫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던 것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허드렛일은 여성의 몫이라는 편견을 깨고 여성 임원을 등용하는 등 열린 경영이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공적에 힘입어 5연임에는 성공했지만 하 행장의 앞길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금융권의 경영환경이 어느때보다 악화돼 있고 시중은행들이 줄줄이 수익감소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씨티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씨티은행의 순이익은 2010년 이후 줄곧 하락세다. 특히 지난해는 순이익이 1천963억 원에 불과해 1년 만에 2천700억 원 가량 감소했다. 순이익이 정점을 찍었던 2010년 4천872억 원에 비하면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자산도 2011년 56조5천40억 원에서 지난해 51조5천293억 원으로 8.8%나 줄었다.


전략적 감축에 따른 결과라고는 하지만 지점과 직원 숫자도 전부 하향세다. 지점수는 2005년 251개를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지난해 218개로 줄었고, 직원도 2008년 4천708명에서 지난해 4천298명으로 감소했다.

최근 금융권의 사정을 감안하면 실적 반전이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내부조직의 반발이라는 또 다른 암초가 불거졌다.


씨티은행 노동조합이 하 행장의 연임을 반대하며 한 달 넘게 천막농성을 벌였던 것. 다행히 주총 이후 씨티은행 사옥내 천막농성은 중단된 상태지만 노조 집행부 인원 10여명 중 4~5명만 현업에 복귀했고, 나머지는 아직까지도 1급 승진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상황이 수습국면에 접어들었다지만, 내부 결속에 금이 간 상태라 하 행장으로서는 조직원들의 신뢰를 회복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하는 입장이다.


밖으로는 악화된 경영환경을 헤쳐가야 하고 안으로는 조직을 추슬러야 하는 2가지 숙제를 동시에 떠안은 셈이다.


하 행장이 이 같은 난제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또 다시 '연임 신화'에 도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참고로, 하 행장은 전라남도 광양 출신으로 경기고를 거쳐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노스웨스턴 캘로그경영대학원에서 MBA과정을 밟았다. 유학시절 금융산업에 눈을 떠 1981년 한미은행(현 씨티은행)에 입행한 이래 33년째 뱅커(banker)로 활동 중이다.(마이경제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