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휴대전화 보험, '면책조항'으로 빠져나가

약관에도 없는 갖가지 제한 조건으로 지급 거절 일쑤

2013-04-19     김미경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김미경 기자]휴대전화 분실·파손 사고 발생 시 심사 과정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통신사와 보험사의 독단적인 판단에 의해 보험금 지급 여부가 결정된다는 불만이 높다.

통신사와 보험사는 고의분실 등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선량한 보험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휴대폰 보험에 다양한 면책조항을 두고 있다.

문제는 약관 등을 통해 사전에 명시되는 면책조항이 아닌 보상 심사에 들어가서야 뒤늦게 지급 제한 사유임을 알게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데 있다.

보상을 거절 당한 소비자들은 "면책 조항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휴대폰보험 고객센터 상담원들조차 보험금 청구관련해 상담하면 무조건 '심사가 들어가봐야 안다'는 말 뿐이니...눈뜨고 멍하니 당하는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통신사 관계자는 “다양한 개별사항이 존재하기 때문에 약관에 심사 과정의 모든 요소들을 반영할 수 없다”며 “심사과정에서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통신3사의 휴대폰보험 약관이나 가입 안내문에 따르면 보험가입 이후 통화내역이 없거나 사고 발생 후 30일이 지나 신청하면 보상을 거절한다. 해외에서 분실하거나 해외 로밍 사용 이후 국내 통화내역이 없어도(KT 제외) 보상을 받지 못한다.

◆ 분실 후 되찾았다 3일 만에 또 분실..“통화내역 없어 보상 안돼”

19일 부산 동래구 온천동에 사는 장 모(남)씨에 따르면 그는 중학교 1학년 딸이 지난달 8일 휴대전화를 분실하자 통신사 고객센터로 보상을 신청했다. 작년 5월 SKT의 한 대리점에서 딸에게 스마트폰을 사주면서 분실보험을 들어뒀던 것.

잃어버린 휴대전화는 얼마 지나지 않아 딸의 친구가 찾아서 돌려줬고 장 씨는 곧바로 분실 신고를 취소했다.

평소에도 덜렁대는 성격 탓에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딸이 불안했던 장 씨는 휴대전화를 바로 둘려주지 않고 며칠간 전원을 끈 채 보관해뒀다. 그러다 며칠 뒤 부모님 댁에 갈 때 휴대전화를 돌려줬는데 그 짧은 사이 다시 분실했다고.

재차 분실신고를 하자 SK텔레콤 보상센터는 처음 분실한 날 전후의 통화내역을 추가로 요구했고 며칠 간의 심사를 거쳐 "잃어버린 휴대폰을 찾은 뒤 3일간의 데이터 사용내역과 통화량이 없다"며 보상을 거부했다. 

뜻밖의 상황에 놀란 장 씨는 정황을 설명했지만 “증빙자료를 통해 증명하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장 씨는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한 약관을 들먹이며 보상금을 주지 않는다”며  “분실·파손을 대비해 들어둔 보험이 무용지물이라니 너무 속상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수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분실...블랙컨슈머?

서울 중랑구 목동에 사는 박 모(남)씨는 지난 5일 차량에 의해 휴대전화가 파손돼 LG유플러스 측에 보험처리를 신청했다.

보상센터 직원은 휴대폰제조사 AS센터에서 수리가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한 후 연락 달라고 했다. 박 씨는 직원의 안내대로 서비스센터를 찾았고 ‘30~35만원가량 수리비가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주말이라 LG유플러스 측과 연결이 되지 않았고 상담 후 수리를 맡기려고 휴대전화를 들고 나왔다. 이후 술 약속이 있어 지인들을 만나러 갔다가 그만 휴대전화를 분실했다.

월요일 통신사 측에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사실을 알리고 보상금을 청구했지만, “단말기를 수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분실했기 때문에 취급을 잘못한 소비자에게 책임이 있다”며 보험처리는 거절했다고.

박 씨는 “파손된 휴대전화를 찾아 수리한 다음에 분실하면 보상을 해주겠다고 하는데 이게 말이 되는 거냐”며 분개했다. 

◆ 한 달 지나 신고하면 보상 못 받아 주의

약관 내용에 명시된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아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어린 나이에 집을 나와 타지생활을 했던 경북 울진의 조 모 군은 작년 11월 서비스 이용정지 상태의 휴대전화를 분실했다. 휴대전화 요금이 37만원가량 밀렸지만 돈을 내지 못해 정지를 당했다고.

분실신고를 해야 했지만 이용정지 상태라 차일피일 미루다 올해 초 뒤늦게 통신사 쪽에 잃어버린 사실을 알렸다.

작년 8월부터 연체된 통신요금은 부모님 집으로 들어온 최근에야 한꺼번에 모두 냈고 휴대폰 분실에 따른 보상도 함께 신청했다.

하지만 KT분실신고센터 측은 “분실한 지 30일이 지나 신고를 해 보상을 해줄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조 군은 “분실 후 30일이 경과하면 보상적용이 안 된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