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생보사, 실적 곤두박질… 5년만에 결국 '갈라 서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문수 기자] 금융지주사 계열 합작보험사가 부진을 거듭하며 합작계약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당초 예상대로 시너지효과가 발휘되지 않으면서 경영지표가 날로 악화됨에 따라 외국계 금융사와 결별을 추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2008년 영국 HSBC그룹과 합작으로 설립한 하나HSBC생명(대표 김태오)과 같은 해 출범한 우리아비바생명(대표 김희태)이 결별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결별의 이유는 한 마디로 실적부진이다.
실제 하나HSBC의 경우 출범 첫 해부터 매년 순손실을 내고 있다. 2009년 한 때 적자폭이 2억 원으로 축소되기도 했지만 이후 손실이 급증해 2011년 237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도 회계년도 기준 3분기 누적 순손실이 188억 원에 달해 연간 적자폭은 200억 원을 넘길 전망이다.
우리아비바생명은 지난 2008년 4월에 출범해 그해 108억 원에 순이익을 냈지만 이후 순이익이 급감해 2010년에는 적자로 돌아서기도 했다. 이후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연간 순이익 규모는 수십억 원대에 머물고 있다.
두 보험사의 부진은 주요 수입지표인 초회보험료만 봐도 잘 나타난다.
2008년 우리아비바생명의 초회보험료는 1천330억 원으로 24개 생보사 평균치인 3천억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나HSBC생명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하나HSBC의 경우 초회보험료가 2009년 4천456억 원까지 높아졌지만 2011년 428억 원으로 급감했고 지난해 3분기 누적치는 109억 원에 불과했다. 업계 평균치와 비교할 경우 2011년은 15분의 1, 지난해는 80분의 1 밖에 되지 않는 초라한 성적이다.
우리아비바도 2010년 정점을 찍은 뒤 줄곧 초회보험료가 감소하고 있다. 2011년 성적은 업계 평균치의 절반, 지난해 3분기 누적치는 4분의 1수준에 그쳤다.
시장점유율도 악화일로다.
1% 후반대로 시작한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1%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하나HSBC는 2009년 4.6%까지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렸지만 지난해 0.06%까지 점유율이 떨어지면 생보시장에서 존립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아비바도 점유율이 2010년 3.41%까지 높아졌다가 2011년 2.16%, 지난해 3분기 0.79%로 급락했다.
생보사의 주요 경영지표 중 하나인 운용자산이익률도 지지부진하다.
하나HSBC는 운용자산이익률이 2008년 6.15%에서 2009년 4.57%로 떨어졌다가 이내 5%를 회복했으나 지난해 12월말 4.44%로 하락했다.
이는 생보업계 평균치인 4.9%를 하회하는 수치다.
우리아비바생명 또한 운용자산이익률이 2008년 6.16%에서 2009년 6.71%로 높아졌으나 이후 하락을 거듭하며 지난해 12월말 5.23%까지 떨어졌다.
하나HSBC생명은 합작효과가 미진하자 영업전략상 상호에서 ‘HSBC’를 떼는 방안까지 검토했지만 HSBC 측으로부터 답변을 듣지 못해 무산되기도 했다.
결국 합작관계를 청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기에 이르렀다.
하나HSBC생명은 현재 하나금융지주가 50% +1주, HSBC가 50% -1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합작 중단이 결정되면 추후에 구체적인 지분 인수 협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하나HSBC는 상반기 중 합작중단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우리아비바생명도 지분 전량 인수를 통해 합작을 끝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우리아비바생명 지분구조는 우리금융지주 51.6%, 아비바그룹 47.3%로 아비바그룹이 지난해 우리금융에 지분 전량 매입을 요청한 바 있다.
김희태 우리아비바생명 사장은 경영권 안정 등을 위해 지분 인수 의지를 밝혔으나 가격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의사결정권한을 가진 지주회장이 선임되기 전까지 협상이 미뤄질 예정이어서 하반기쯤 윤곽이 잡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합작 보험사의 고전과 결별 요인은 여러 가지 이유가 합쳐진 결과라고 보고 있다. 적은 자산 규모, 설계사 양성 및 영업 전략 한계 등이 꼽히고 있다.
우리아비바생명의 자산총계는 3조9천억 원 수준으로 전체 생보업계 평균치인 22조 원과 5배 정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나HSBC는 2조7천억 원으로 우리아비바생명 보다 덩치가 더 작다. 1위 업체인 삼성생명의 자산총계(178조원)와 비교하면 무려 66분의 1수준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지만 대면채널 등에서 정착하는데 시간이 다소 걸리는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다려주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설계사 양성과 차별화된 상품 개발 등을 통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마이경제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