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모르쇠' 소액결제, 피해 속출에도 보상은 깜깜

결제대행업체와 콘텐츠 제공자, 통신사 중 누구 책임?

2013-04-30     김건우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결제대행업체와 통신사, 콘텐츠 제공자 모두 알지도 못한 채 결제된 소액결제 요금을 나몰라라하니 대체 어쩌라는 겁니까?"

편의성이란 큰 장점으로 중요 결제수단이 된 소액결제 관련 피해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이름 그대로 '소액' 결제이기에 피해 금액은 크지 않은 듯 보이지만 매월 지속적으로 결제가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해 피해자들의 원성이 끓고 있다.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대표 최현숙 www.consumerresearch.co.kr)가 올 1~ 4월 소비자고발센터 등에 접수된 소액결제 관련 불만 제보건수를 조사한 결과 총 252건으로 매월 60건 이상의 피해가 접수되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 유형은 부당 결제 내역에 대한 환불 요청이 가장 많았고 결제 대행사 콜센터 불통  보상 책임 회피 등 결제 대행사, 콘텐츠 제공업체, 통신사들을 성토하는 제보도 상당수였다.


▲ 올해 1분기 결제대행사 별 피해 현황



업체 별로는 국내 1위 결제대행업체 다날 결제건이 125건으로 절반 가량을 차지했고 이어 인포허브 63건, 모빌리언스 41건 그리고 기타업체 23건 순으로 접수됐다.

실제 부당 요금에 대한 환불이 이뤄지는 경우는 전체 사례의 절반에도 못미쳐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특히 환불금 지급 의무가 있는 콘텐츠 제공사이트 중 상당수가 영세할 뿐만 아니라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약관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다.

그러나 이러한 일부 악덕업체의 운영 방식을 묵인하며 결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결제 대행사와 '수납 업무만을 담당한다'며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는 통신사에 대한 지탄의 목소리도 높다.

대다수 피해자들이 휴대전화 요금 청구서를 보고나서야 피해 사실을 인지하는만큼 추가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쥐도 새도 모르게 결제...황당한 이용약관에 환불 하늘의 별따기 

#사례1 =
30일 충남 천안시에 사는 박 모(남)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달 9일 영화를 다운로드 받기 위해 온라인 파일공유사이트(P2P)회원가입했다 이와 관련된 사기 피해가 많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당일 바로 탈퇴처리했다.

하지만 통신비 고지서에는 결제 대행업체 명의로 1만6천500원이 떡하니 청구되어 있어 사실 확인차 결제 대행업체에 문의하려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지난 달 파일공유사이트 가입 건이 생각나 해당업체에 연락하자 "사이트 가입을 했기 때문에 요금이 부과됐다"는 어이없는 답변을 듣고 말았다.

▲ 깨알 같은 글씨로 쓰여 있어 알아보기 힘든 자동결제내용이 담긴 약관. 


결제 동의를 한적이 없다고 강력 항의하던 박 씨는 사이트 운영자가 보낸 약관 내용을 보자 말문이 막혔다. 약관에 '회원 가입시 자동 결제'라는 항목이 들어 있던 것.

박 씨는 "약관 자체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데 이마자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기재해 알아볼 수 없었다"며 허탈해했다.

#사례2 =경북 포항시 장성동에 사는 성 모(여)씨 역시 알지도 못하는 새 소액결제로 10만원의 금액이 청구돼 기겁했다.

데이터 정액제를 사용 중이라 터무니 없는 요금 청구에 사실확인을 시작한 성 씨. 국내 유명 온라인 게임사이트 명의로 출금된 금액임을 알게 됐다. 성 씨는 해당 사이트에 회원가입조차 하지 않았고 결제 시 문자메시지 등 어떤 안내도 없어 3주가 넘도록 부당결제 사실조차 알 수가 없었던 것.

게임사에 자초지종을 물었지만 "정상결제라 책임이 없다"고 답했고 힘들게 연결된 결제대행사 측은 '조만간 환불조치를 해주겠다'는 문자메시지 한 통을 끝으로 연락을 끊어버렸다.

성 씨는 "내가 가입하지 않은 사이트에서 결제가 된 것도 황당한데  게임사, 결제대행사, 통신사 중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하니 억울하다"고 한탄했다. 

◆ 소액결제 피해 시 실질적 보상 주체는 콘텐츠 제공업체지만...

현재 소액결제 피해 유형의 다수는 게임 혹은 파일공유(P2P) 사이트에서 본인 동의 없이 무단 결제가 이뤄지는 형태다.

관련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문의를 하는 곳은 바로 실질적인 소액결제 대행을 담당하고 있는 '결제 대행사'다. 실질적 피해 보상의 주체는 콘텐츠 제공업체지만 이들 업체 중 90% 이상이 영세 업체이기 때문에 연락이 안되거나 각종 부당 약관을 들이대며 회피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

소비자고발센터에 접수된 사례 5건을 선정해 피해자로 가장해 문의 전화를 해 본 결과 정상적인 상담 및 환불절차를 밟을 수 있었던 곳은 딱 1곳에 불과했다.

다날 인포허브 모빌리언스등 국내 주요 결제 대행사 3개사의 콜센터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요금조회'나 '수납 여부' 등을 알 수 있는 ARS 자동응답과 달리 실질적으로 환불 절차를 다루는 상담원 연결은 적게는 5분에서 3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거나, 아예 통화가 불가능한 업체도 있었다.

한 결제 대행사 관계자는 "관련 민원이 너무 많아 특정 시간대는 연결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면서 "인원 보충을 하는 등 노력은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적합하지 못한 업체와 손을 잡은 것에 대해 결제대행업체 측으로 '도의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겠지만 보상 청구의 대상이 되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피해자인 김 모(남)씨는 "오픈마켓 등은 에스크로(구매자와 판매자 간 신용관계가 불확실할 때 제3자가 상거래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계를 하는 매매 보호 서비스)제도 등을 통해 소비자 보호를 하고 있는데 통신사와 결제대행사는  무조건 책임이 없다며 발을 빼기에 급급하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회원 가입만 해도 월정액 결제' 약관, 불공정 아니다?

콘텐츠 제공 업체들의 비상식적인 약관도 문제다. 회원 가입과 동시에 사용 여부와 관계 없이 요금을 부과하는가 하면, 가입자 동의 없이 회원 계약이 연장돼 자동으로 월정액을 부과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관련 업계 측은 회원 가입 시 약관에 이미 명시한 사항이고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맞춰 환급기준을 준수하고 있어 문제 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

일부 파일공유사이트의 불공정 약관 여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일부 내용만이 아닌 약관 전체를 살펴봐야 하기에 불공정 약관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의심이 가거나 피해를 입었을 시 '불공정 약관심사'를 통해 제소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