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123층은 됐는데"…현대차 110층은 새 정부서도 '난망'

2013-04-30     유성용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박근혜 정부의 수도권 입지 규제 완화 논의에서 현대자동차그룹과 대한항공 등 대기업이 제외되며 재벌 규제 완화의 형평성 논란 여지를 남겼다.

십 수 년에 걸쳐 허가를 받지 못했던 롯데그룹의 제2롯데월드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단 번에 해결된 것과 사뭇 비교되기 때문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회장 정몽구)의 성수동 110층 규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외에도 현재 대한항공 '7성급 호텔', LG그룹 '마곡지구 연구센터', 삼성물산과 동양파워의 강릉삼척화력발전소 등 대형 프로젝트가 지방자치단체 및 법규의 각종 규제에 막혀 표류 중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박근혜 정부가 5월1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한 수도권 입지 규제 완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지며 현대차의 숙원사업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사업 재개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현대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은 여전히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정은보 차관보가 지난 29일 "현대차와 대한항공 등 일부 대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투자에 대한 규제 완화는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기 때문.

현대차는 계열사를 한 데 모아 그룹차원의 글로벌 거점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서울 성수동에 110층 규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을 추진했으나 지방자치단체의 규제에 막혀 현재 답보 상태에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사옥에서는 공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의 경우 공간 부족으로 매년 충원되는 수백 명 신규인력의 부서 배치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양재동 본사에 위치한 연면적 2만800m2(8층) 규모의 주차 타워도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섰다.

2006년 개발 계획을 제안한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2만여명의 고용 창출과 1조9천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도시기본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서울시가  초고층 건립 허가를 내주지 않아 지난해 사실상 사업추진을 중단한 상태다.

현대차 성수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왼쪽)와 잠실동 제2롯데월드 조감도


게다가 올 들어서는 서울시가 '초고층 건축 관리 기준안'을 확정함에 따라 현대차의 뚝섬 입성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뚝섬의 옛 삼표레미콘 부지에 지하 8층 지상 110층 규모로 설립을 추진 중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용도지역이 준주거지역 이상, 500m 이내의 역세권, 폭 40m 이상의 간선도로 주변 등의 50층 이상, 200m 이상 초고층빌딩 기준안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정부의 규제 완화 혜택을 받아 숙원사업 재개에 대한 가능성을 점쳤지만 현대차로서는 결국 다시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서울시의 제동으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지만 규제만 완화된다면 언제든지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을 진행할 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롯데그룹이 현재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건립 중인 제2롯데월드와 비교돼 형평성 논란을 낳고 있다.


제2롯데월드는 지하 6층 지상 123층의 초고층 빌딩으로 지난 1994년 개발 계획이 시작됐으나 16년이 지난 2010년이 돼서야 건축허가를 받았다.

눈여겨 볼 점은 국방부의 비행안전성 문제에 따른 반대와 인근 지역의 고도제한에 따른 형평성 문제 등으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 내내 허가를 받지 못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이를 단박에 해결했다는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가 친기업정부(비즈니스프랜들리)를 표방하며 1천600여건의 현장 규제를 해제한 덕을 본 셈이지만, 심각한 특혜논란에 휘말렸다.

제2롯데월드를 위해 1천억 원의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한 서울공항 활주로의 각도를 3도 가량 조정하는 정부의 초강수가 더해졌기 때문. 이와 관련해서 현재 검찰은 제2롯데월드 인허가건 관련 조사에 착수한 상태로 알려졌다.

실제로 제2롯데월드 허가가 났을 당시 재계에서는 당시 롯데그룹 호텔부문을 총괄하던 장경작 사장이 이명박 정부와의 핵심 메신저 역할을 맡아 건립허용을 추진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졌었다.

장경작 전 사장은 이 대통령과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로 40년 지기 친구로 유명하며, 롯데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설 무렵 장 전 총괄사장을 영입했다.

한편 박근혜 정부는 기업의 투자활성화 대책에서 규제 가운데 열거된 사항만 제외하고 나머지를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완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해졌지만 경제민주화 논의와 더불어 재벌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어 일부 기업에 특혜를 주는 식의 규제 완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을 보인다.(마이경제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