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진열상품, 기능상 문제 없다더니 고장나면 '딴소리'

싼 가격 내세워 판매 후 민원 생기면 "싸게 샀으면 됐지~" 면박

2013-05-03     김건우 기자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정상가보다 30∼40% 저렴한 가격 탓에 진열 상품을 골라 찾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진열대에 평균 3∼4개월 정도 전시돼 디자인면에서는 다소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기능상 새 제품과 별반 차이가 없어 불황에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

최근 전문 가전매장(전자랜드, 하이마트, 삼성디지털프라자, LG베스트샵) 이나 대형마트(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는 물론 진열상품 전용 쇼핑몰까지 등장할만큼 신혼부부나 가정주부에게 인기가 높지만 이에따른  다양한 민원들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진열 상품 판매 시 낮은 가격만을 강조하다보니 제품 특성이나 유의점, 보상기간 등에 대한 안내가 누락되는 경우가 빈번할 뿐만 아니라 파손되거나 하자 있는 제품을 속여 파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진열상품에대해선 AS가 제한적인 점도 자주 등장하는 불만사항이다.

진열 상품을 새 제품으로 둔갑해 파는 사례도 적지 않아 구입 시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불량 진열상품 속임수 판매" vs "저렴한 제품이라 원래 그래~"

3일 경기도 고양시 덕이동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진열 상품으로 구입한 PDP TV가 불과 몇 개월만에 정상적 시청이 불가능한 하자 제품이였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김 씨는 지난 해 6월 경 가전 전문매장을 통해 PDP 3D TV를 정상가보다 30% 정도 저렴한 120만원에 구입했다. 겉으로 보기에 전혀 문제가 없어보였고 판매 직원도 "진열상품이지만 하자가 없는 제품"이라며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소개했다.

처음 TV를 설치한 곳은 안방이었고 저녁 늦은 시간대에만 이용을 했던 터라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고. 그러다 6개월 뒤 이사하면서 거실로 이전 설치하자 문제가 드러났다. 햇빛이 반사돼 TV시청이 불가능했던것.


▲ 거실 햇빛과 형광등 불빛에 반사돼 TV시청이 어려웠던 김 씨의 PDP TV.


밤에도 증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형광등 불빛에도 시청할 수 없는 상태여서 TV를 보기 위해서는 불을 모두 꺼야 할 정도였다고.

매장 측으로 제품 이상을 짚어 교환 및 환불을 요구했지만 '정상 제품'이라며 거절했고 제조사 측으로부터는 "저렴하게 만든 제품이라 어쩔 수 없다"는 허무한 답변 밖에 들을 수 없었다.

지속적인 항의 끝에 힘들게 무상 교환을 받게 된 김 씨는 "결국 싼 값에 재고품을 팔아 넘기기 위해 하자를 숨기고 판매한 것 아니냐"며 "수개월 동안 매장 내에서 시연을 하느라 발생한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며 마지막까지 의혹을 접지 못했다.

매장 측은 "판매 당시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제품이었다"고 짧게 답했다.

◈ 진열상품은 환불 O 교환 X, "동일한 조건 찾기 어려워~"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진열 상품의 경우 환불은 가능하지만 동일제품으로의 교환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해 5월 충북 제천시에 사는 임 모(남)씨는 집 근처 대형마트 지점에서 LED TV 1대를 100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구입했다. 진열 제품이었지만 외관상 문제가 없어 저렴한 값에 살 수 있었다고.

하지만 설치 후 한 달도 안되서 TV 화면이 흐릿하게 보이더니 제대로 TV시청을 할 수 없었다. 산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지자 당황한 임 씨는 바로 매장에  동일한 진열 상품으로의 교환을 요구했지만 매장 직원은 "진열 상품은 치명적 결함이 있더라도 교환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임 씨는 "제품 구입시엔 그런 주의사항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공짜로 받은 것도 아니고 가격할인을 받는 정도인데....결함 제품이라도 아무 조치를 받을 수 없다면 누가 이런 제품을 구입하겠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마트 관계자는 "진열 상품의 교환이 불가한 것은 동일한 품질의 진열 상품을 찾기 불가능하고 새 제품으로의 교환은 더더욱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새 제품을 구입했다면 중대 결함 발견시 구입가 환급 혹은 교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임 씨는 결국 구입가 환급을 받고 타 사 제품을 구입했다.

◈ 진열품 관련 규정 없어...세탁기는 되고 TV는 안되고?

진열 상품의 하자 및 AS와 관련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태란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아직까지 규모가 큰 시장이 아니다보니 진열상품에 대한 별도 규정 없이 제조사나 판매처에 따라 교환 및 환불 등에 대해 제각각의 규정을 운영하고 있다.

제품 성능에 대한 이용자와 제조사 측의 평가 기준 역시 대조적이다.

"작은 흠집 등이 있을 수 있지만 기능 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을 믿고 구입한 소비자들은 성능상 이상 발견 시 제품 이상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반면 제조사 측은 동일 하자 증상이라도 진열 상품의 경우 소비자들의 반응이 더 예민하다며 진열 상품의 특성을 소비자들이 감안하지 못한 모습이 아쉽다는 의견이다.

한 가전업체 관계자는 "아무리 하자가 없는 제품을 출고하는거라고 하지만 진열상품이 신품과 비교했을 때 제품 품질이 떨어질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제품을 두고 같은 잣대를 두는 것이 오히려 불공평하다"고 호소했다.

이렇다보니 소비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가급적 구입하지 말아야 할 진열상품' 리스트 자료까지 공개되고 있는 상황.

해당 리스트엔 TV, 노트북 등의 품목은 가급적 진열상품 구매를 기피해야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세탁기와 청소기처럼 매장에서 직접 가동할 수 없는 제품은 내구성에 문제가 없어 새 제품과 품질면에선 동일하지만 TV와 컴퓨터 같은 부류는 몇 달이고 종일 켜놓게 돼 일정 기간 수명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가전업계에선 그 차이가 미미해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가전업체 관계자는 "TV를 예로 들자면 2∼3개월간 매장 전시 때문에 줄곧 작동시키지만 전체 수명시간 대비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다. 대신 작동 시간 만큼 제품 할인을 통해 보상하고 있고 품질면에서도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