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말리는'증권사 금융사고…하나대투, 5년간 777억 '최다'
메리츠종금 112억, 현대증권 86억…지난해 사고금액 75% 증가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문수 기자] 증권사 직원들이 고객 예탁금을 가로채는 사고가 좀처럼 그치지 않아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2009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던 증권업계의 금융사고 규모가 지난해 다시 증가해 증권사의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16일 재벌, 최고경영자(CEO)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투자업계 금융사고는 14건으로 2011년 12건보다 2건이 늘었지만 사고금액은 71억 원에서 124억 원으로 무려74.6% 증가했다.
사고 규모가 대형화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09년 7건의 금융사고로 473억 원의 피해가 발생한 이후 사고금액이 100억 원 밑으로 떨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내부관리에 다시 허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금융투자업계의 금융사고 14건 중 횡령·유용이 11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또 전체 사고금액의 절반에 육박하는 56억 원이 횡령·유용으로 발생했다.
횡령으로 인한 사고금액은 전년보다 22억원 늘었지만 전체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16%로 전년보다 2.73%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지난해 사기로 인한 피해금액이 횡령사고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횡령은 증권사 직원이 투자손실을 메우기 위해 고객 예탁금을 가로채는 유형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사기사건은 고수익 상품 등을 미끼로 내세워 돈을 가로채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증권사별로는 하나대투증권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간 총 6건의 금융사고로 777억 원 가량의 피해금액이 발생해 가장 규모가 컸다.
메리츠종금증권(대표 최희문·김용범)은 같은 기간 3건의 사고로 112억 원의 피해를 초래했고 현대증권이 86억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횡령사고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우리투자증권(대표 황성호)은 5년간 7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으며 사고 금액은 27억원을 기록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지점장 B씨가 2011년 3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고객이 맡긴 증권카드를 이용해 8회에 걸쳐 2억원을 챙기는 등 고객 5명의 계좌 6개에서 6억6천5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기관주의 조치를 받았으며 해당 지점장은 면직 조치됐다.
지난해 6월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주의 조치를 받은 SK증권(대표 이현승)는 금융사고 1건으로 15억6천만 원의 사고금액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증권 전 고객지원팀장 A씨는 지난 해 2월10일부터 5월25일까지 고객 5명 명의 6개 계좌에서 총 16차례에 걸쳐 고객 돈 15억 원을 횡령했다. 무단으로 발급 처리한 고객 증권카드와 고객 주문 당시 알아낸 비밀번호를 이용해 남자친구 명의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돈을 빼돌린 것이다.
SK증권은 지난해 6월 기관주의 조치를 받았고 해당 직원에게는 면직 상당의 제재가 내려졌다. 지난해에는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투자자들을 속여 부당이득을 취하는 60억 원 규모의 사기사건도 발생하기도 했다.
문제는 증권사들이 내부통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횡령·유용행위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장사의 경우 직원의 횡령사고는 자기자본 대비 10% 이상의 규모일 때만 공시 의무가 발생한다. 따라서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횡령사건은 외부에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0년 말부터 금융회사의 횡령 배임 등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하 특경가법) 위반에 대해서는 금액에 상관없이 검찰에 고발 통보하고 있지만 유죄 판결이 나더라도 시행세칙에 이견이 있어 제재 수위는 들쑥날쑥한 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검찰 고발된 횡령사건의 경우 결과가 나오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경미한 사건은 시행세칙상의 이견에 따라 제재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