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칭 사기성 영업 기승...피해 구제도 어려워
허접 상품 팔거나 바가지 씌우기 성행...방문·전화판매 등 많아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최근 대기업 이름을 내건 사기성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대기업 이름을 사칭해 전화나 방문 판매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권유한 후 터무니 없이 바가지를 씌우는가 하면, 위탁판매처가 본사 정책과는 무관한 꼼수 영업으로 소비자들을 울리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 이름'을 믿고 구입했다 허접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속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돼도 마땅히 피해 구제를 받을 수도 없다.
고의적인 사칭의 경우 본사 측에 구제 책임이 없고 위탁판매 등의 구조 역시 판매운영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판매처에 일임하고 있는 때문.
유통업계 관계자는 "본사와 판매대행으로 계약한 경우 판매처의 무리한 영업으로 간혹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계약조건에 따라 책임소재가 다소 달라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판매운영에 대한 책임은 판매처에 있기 때문에 본사에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방문판매 등으로 계약을 하게 될 경우 본사 측으로 구매계약 조건 등을 문의해서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짚어보는 것이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 유명 브랜드 화장품 믿고 구입했는데 위탁판매처 꼼수 영업
24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사는 금 모(여.63세)씨는 지난 4월 '화장품 샘플을 무료로 보내준다'는 전화를 받고 응했다가 낭패를 겪었다고 토로했다.
‘한국화장품’이라고 소개하며 15일간 쓸 수 있는 샘플을 보낼테니 무료체험을 하고 구입해 보라는 권유를 받은 것. 믿을 수 있는 브랜드 화장품이라 별 의심없이 주소와 이름을 말한 금 씨.
며칠뒤 회사로 작은 통에 든 화장품 2개와 크림 하나가 배송됐다. 작은 통에 든 화장품을 모두 쓰고 '체험분'이라는 안내에 크림을 개봉하려던 찰나 옆에 있던 딸이 크림은 돈을 내야 할 수도 있다며 개봉을 막았다고.
혹시나 싶어 판매처에 전화로 문의하자 황당한 설명이 이어졌다. 금 씨가 받은 크림은 본품이며 사용해 보고 마음에 들면 29만원을 송금하라는 내용이었다.
샘플인 줄 알고 크림을 개봉했더라면 고스란히 덤터기를 쓸 뻔 했던 것.
화장품을 돌려보내며 반품배송료를 물어야 했다는 금 씨는 “한국화장품이라고 해 안심하고 개인정보를 알려줬는데 사기를 당한 기분”이라며 “건강식품 등 노인을 대상으로 사기 영업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내가 당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본사 측의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화장품 관계자는 “금 씨가 화장품을 받은 판매처는 본사와 계약해 위탁판매하는 곳으로 유통상에서 발생하는 책임은 판매처에 있다”며 “한국화장품 본사에서는 홈쇼핑과 방문판매로만 유통되며 전화권유판매는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유명 건강식품, 막무가내로 배송해 놓고 "돈 내놔~"
지난 2월 중순경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사는 하 모(여.25세)씨는 아르바이트 중인 학습지 회사로 방문한 오뚜기 판매 직원 때문에 큰 고충을 겪었다.
"먹으면서 설명을 들으라"며 도시락까지 제공한 직원이 소개한 것은 아사이베리주스.
피부미용은 물론 갱년기 장애에 효과가 좋다는 설명에다 믿을 수 있는 유명업체 제품이라는 점에 끌려 하 씨가 관심을 보이자 영업사원은 부모님에게 8박스(70만원 상당)를 보내드리라며 주소와 성함을 적으라고 종이를 내밀었다. 가격이 부담스러워 망설이자 "다시 연락을 할테니 그때 취소해도 된다"며 적극적으로 구매를 권유했다고.
얼떨결에 주소를 적었지만 결제를 하지 않아 나중에 취소가 가능할 것으로 믿었다고. 하지만 한달 뒤 “제품이 배송됐으니 결제하라”는 판매업체의 연락을 받게 됐다.
당황한 하 씨가 이의를 제기하자 개인정보를 작성했으니 구매의사로 간주한다며 말을 잘랐다. 구입할 의사가 없다며 반품을 요구하자 구입한 지 14일이 지나 반품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막무가내 영업방식에 화가 난 하 씨는 “구매의사도 확실히 묻지 않고 어물쩍 제품만 배송해 놓고 돈을 내놓으라니...대기업이 이런 야비한 수법을 쓸수 있냐”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오뚜기 관계자는 "아사이베리주스는 방문판매 대행업체에 판매를 의뢰했으나 무리한 판매전략으로 민원이 속출해 지난해 11월 공식적으로 판매를 중단했다"며 "현재 판매되는 건 자사에서 운영되는 것이 아니므로 주의가 요구된다"고 해명했다.
이어 "본사 측에서도 빠른 시일내에 남은 제품을 회수해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유명 브랜드 구두라고 샀더니 매장-제품 모두 짝퉁?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에 사는 이 모(여)씨는 얼마 전 유명 브랜드 신발을 구입하고 황당한 일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지난 4월 샌들을 구입하기 위해 창원 합성동에 위치한 금강제화 매장을 방문했다. 신발을 이것저것 신어본 후 10만원 상당의 샌들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고. 그러나 한달 뒤 2~3회 밖에 신지 않은 샌들바닥의 가죽이 뜯어져 신을 수 없는 상태가 되자 매장을 찾아 AS를 요청했다.
대리점이라 따로 수선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매장 측 말에 하는 수 없이 백화점에 입점된 금강제화 매장을 찾은 이 씨는 기막힌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씨가 구입한 신발은 금강제화 신발이 아니라는 것.
공식 대리점에서 구입한 거라고 설명하자 "종종 이렇게 가짜 금강제화 신발을 가지고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이 씨가 구두를 구입한 매장이 금강제화를 사칭한 매장이라는 내용이었다.
고객센터 측으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간판만 도용했을뿐 금강제화 제품을 불법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물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이 씨는 “가짜 간판을 내걸고 운영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뻔뻔하게 사기영업하는 매장도 괘씸하지만 본사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강제화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지역 담당자를 통해 즉각 사후 조치를 하도록 했다”며 “동일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금강, 랜드로바 고유의 로고가 있는 매장을 방문해야 하며 사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매장 위치를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민경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