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분실·도난 시 아차했다가는 이런 낭패
배우자 명의 카드 사용, 피해 시 음주상태 등 '보상 불가 조항' 수두룩
신용카드 도난·분실 시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부정사용 등으로 금전적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배우자 명의로 신용카드를 발급, 사용해오다 잃어버리거나 술에 취한 상태에서 도난당한 경우 '관리소홀'의 책임을 물어 부정 사용된 카드금액의 일부를 떠안는 경우가 다반사다.
카드 분실 후 분실신고 과정을 거치지 않고 카드사 홈페이지를 통해 재발급을 신청하다 발급 기간 동안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09년부터 작년까지 접수된 신용카드 관련 소비자 피해 702건을 분석한 결과 도난·분실 보상 불만은 총 103건으로 전체의 14.7%를 차지했다
◆ 배우자 명의 신용카드 발급은 조건 없이 분실 시 보상 불가
22일 광주 서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최근 발생한 A신용카드 분실 사고 처리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 씨는 지난해 남편 명의의 신용카드를 발급해 사용해오다 지난 7일 오후 6시 45분경 잃어버렸고 분실한 사실은 3일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고.
하룻밤 사이 유흥업소와 노래방 등에서 180만원 어치가 결제된 것을 확인하고 신용카드사에 보상을 신청했다.
하지만 카드사 측은 남편 명의의 카드를 불법으로 사용하다 잃어버렸기 때문에 아무런 보상도 해줄 수 없다고 단칼에 잘랐다.
이 씨는 "발급해줄 땐 남편 이름으로 쓴다는 걸 알면서도 전화상으로 간단한 동의만 받고 단번에 발급해주더니 정작 보상할 땐 이용약관 내밀면서 한 푼도 안 된다고 하니 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A카드사 관계자는 “신용카드 개인회원 표준약관에 보면 양도의 경우 회원이 부정사용에 따른 책임을 진다고 명시하고 있어 원칙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지만, 카드가맹점이 본인 확인 소홀로 인한 귀책사유가 있어 회원의 책임을 경감하는 쪽으로 얘기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 술 취한 상태서 도난당하면 전액보상 어려워
인천 남동구에 사는 남 모(남)씨는 자정 무렵 B신용카드가 든 지갑을 도난당했다. 다음날 아침 지갑을 잃어버린 사실을 알고 각 카드사와 경찰에 분실신고를 했지만 이미 K카드와 S카드로 각각 314만원,132만원 총 446만원이 결제된 후였다고.
그러나 부정사용금액을 모두 되돌려받을 수 있을 거란 예상과 달리 카드사들은 남 씨에게도 과실이 있으니 피해금액의 20%를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분실 당시 음주로 취한 상태였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관리소홀’ 책임이 있다는 것이 카드사들의 입장.
남 씨는 “도난사실이 분명하고 20대로 보이는 여자 3명이 사용했다는 사실까지 확인됐다”며 “관리소홀이라는 보상 예외규정의 범위가 다소 애매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B카드사 관계자는 “모든 카드사들이 따르는 표준약관이며 사안에 따라 고객의 책임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보상과 관련해 충분한 합의과정을 거친다”며 “회원의 뚜렷한 과실이 없을 경우 전액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카드 도난·분실시 대처요령…보상은 어떻게?
카드 부정사용에 따른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카드를 분실하거나 도난당한 사실을 아는 즉시 영업점이나 콜센터, 인터넷 홈페이지 등으로 신고해야 한다. 분실 신고 없이 재발급 신청만 할 경우 새 카드를 받을 때 까지 이전 카드 사용이 가능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본인이 아닌 제3자가 사용한 대금에 대해 카드사에 보상을 신청하면 도난·분실 신고 접수시점으로부터 60일전 이후에 결제된 금액에 대해 보상받을 수 있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분실 신고를 지연한 경우 보상에서 제외된다.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카드 도난신고를 지체해도 피해액을 제대로 보상받기 어렵다. 카드 뒷면에 자필 서명을 안 했을 땐 분실·도난신고를 즉시 했더라도 보상을 받지 못한다.
'관리소홀' 등 회원의 부주의가 인정되면 부정사용금액을 전액 보상받지 못한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본인 이외의 배우자, 가족 등 다른 사람이 사용하다 발생한 부정사용금액 역시 보상해주지 않는다.
신한카드, KB국민카드, 비씨카드, 삼성카드, 우리카드, 현대카드, 하나SK카드, 롯데카드 등 국내 카드사들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카드 분실·도난 시 보상 제외 사유를 아래와 같이 명시하고 있다.
▲회원의 고의로 인한 부정사용 ▲카드의 미서명, 관리소홀, 대여, 양도, 보관, 이용위임, 담보제공, 불법 대출 등으로 인한 부정사용 ▲ 회원의 가족, 동거인에 의한 부정사용 ▲ 회원이 카드의 분실․도난 사실을 인지하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신고를 지연한 경우 ▲ 카드를 이용해 상품구매 등을 위장한 현금융통 등의 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 등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김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