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기형적이다"…홍기택 회장이 또 '뒤죽박죽'?
[혼돈의 KDB下] 정권 바뀌고 '낙하산'논란 수장 취임 후 민영화 쑥 들어가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KDB금융지주가 관치금융의 혼돈속에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가신이었던 강만수 회장이 물러나자 마자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다는 논란의 대상인 박근혜 대통령 측근 홍기택 회장이 전임자가 사력을 다했던 정책들을 상반된 방향으로 몰고가 상황을 뒤죽박죽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출자전환을 통해 수많은 대기업을 거느리면서 퇴직 임원들의 자리를 마련해주는등 '갑'의 횡포를 부린다는 지적도 거세다.
혼란의 산은금융 홍기택호, 현황과 과제를 시리즈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강만수 전임 회장 시절 KDB금융지주의 최대 화두는 민영화였다. 정책금융기관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 투자은행(IB)으로 거듭난다는 포부였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에서 정책금융공사를 분리한 뒤 기업공개(IPO)를 시행하는 방안이 추진되기도 했지만 성과를 보지 못했다.
정권이 바뀐 뒤 민영화 논의가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KDB금융지주는 정체성에 일대 혼란을 맞고 있다.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정책금융기관의 비애를 새삼 맛보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와 함께 출범한 '홍기택 호'는 일단 과거로의 회귀를 선택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위원장 신제윤)는 지난달 말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본격적으로 정책금융 재편작업에 착수했다.
TF는 회의를 2차례 갖고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등 관련기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신 위원장이 자리를 걸고 우리금융그룹의 민영화를 추진하겠다고 천명하면서 산업은행 민영화는 완전히 물건너 가는 분위기다.
홍기택 회장도 산업은행이 정책금융으로 회귀할 것을 시사하는 등 금융권에서는 정책금융기관을 통폐합하는 쪽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 강만수 전 회장(왼쪽), 홍기택 현 회장(오른쪽)
산업은행이 상업은행으로는 자생 여력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된 여론이기도 하다.
한림대 이동걸 교수는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으로서의 특수지위 및 정부 신용으로 인해 일반 상업은행들과 매우 다른 기형적인 자금조달구조를 갖고 있다”고 민영화 불가론을 펼쳤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산업은행의 예수부채 비중은 25.4%, 차입부채 비중은 50.6% 정도다. 반면, 시중은행의 평균 예수부채 비중은 67.7%, 차입부채 비중은 14.3%로 정반대다.
산업은행은 시중은행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수부채가 적은 데 비해 산금채 발행 등을 통해 정부 신용으로 해외에서 조달한 차입부채가 압도적으로 많다. 또 국내 지점수도 외환은행(350여개)의 4분의 1수준인 80개에 불과해 자체 영업을 통해 예수금 규모를 늘릴 여력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게다가 산업은행의 총 자산 중에서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13.2%로 시중은행 평균치(8%)보다 5%포인트 이상 높은 것은, 자본이 충실하다기 보다는 정부가 보유한 공기업 주식에 대한 과도한 현물출자 때문이다.
산업은행 민영화가 백지화로 가닥을 잡았지만 민영화를 전제로 분리했던 정책금융공사와 통폐합 문제가 쉽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로선 둘을 다시 합치는 방안이 유력하지만 자산관리공사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등 다른 기관과의 기능 중복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이다.
정부방침이 명확하게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KDB금융은 한동안 정체성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권에서 이뤄진 민영화 추진작업의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산업은행 민영화를 위해 소매금융 확대에 투입한 비용이 허공으로 날아가게 된 상황이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민영화 방침이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감수하게 된 셈이다.
게다가 강 전 회장이 공을 들여 내놓은 다이렉트 뱅킹 상품의 미래도 불투명해 고객들의 불만을 살 가능성도 높다.
산업은행은 온라인으로 가입하는 다이렉트 뱅킹 상품에 대해서는 높은 이자율을 적용해주고 있다. 출시 당시 뜨거운 호응을 받았지만 산업은행이 정책금융기관으로 되돌아간 뒤에도 고금리 상품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또 경쟁력 제고에 공을 기울였던 투자은행(IB) 부문의 처리도 관심의 대상이다.
현재까지는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다시 합치는 대신 KDB대우증권과 KDB생명보험 등 산은의 투자은행 관련 조직 또는 비은행 자회사를 매각하는 방안 등이 거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해당 조직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조직적 반발이 벌어질 우려도 있다.
이와 관련해 KDB대우증권 및 KDB생명보험 측은 “결정되지 않은 일이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알려지고 있다”며 곤혹스러워했다.
한편, 산업은행의 민영화 논의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초부터 시작됐고, 이듬해 4월 여야가 전격적으로 산은법 개정안에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산은법에서는 시장상황을 보면서 오는 2014년5월까지 1%라도 지분을 매각해야 민영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달려있다.
KDB금융지주는 정책금융공사 지분율이 90.3%, 나머지 9.7%도 정부가 보유하고 있다. 그 밑으로 산업은행을 비롯해 KDB대우증권, KDB자산운용, KDB인프라, KDB캐피탈 등이 100% 자회사로 있다.
한편 KDB산업금융그룹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1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렸다. 총 자산은 규모는 지난해 말 191조9천억 원으로 전년대비 11.6%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