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대작 흥행참패…게임 지형도 바뀐다
2013-05-27 김아름 기자
27일 재벌 및 CEO,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출시된 대형 신작 게임 가운데 인기 순위 15위 권에 이름을 올린 작품은 3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998년 출시된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 등이 여전히 상위권에 랭크되며 신작 게임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2011년 이후 출시된 대작 게임 가운데 지난 20일 현재 인기순위 15위 권에 포함된 게임은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와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의 블레이드&소울,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 등 6개에 불과하다. 올해 아키에이지와 던젼스트라이커가 새로 이름을 올렸지만 10위권 바깥이고, 지난해 기대작 블레이드&소울과 디아블로3는 몇 계단씩 떨어졌다.
사이퍼즈는 2011년 출시작이며, 지난해 출시작 가운데 15위 안에 든 작품은 블레이드&소울과 디아블로3, 리그오브레전드(국내출시 기준) 등 3개다. 던전스트라이커와 아키에이지는 올해 출시된 작품이다.
2000년대 리니지 시리즈와 아이온 이후 수많은 MMORPG가 수백 억의 제작비를 자랑하며 등장했지만 지금 이름값을 하고 있는 게임은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의 ‘블레이드&소울’ 정도다.
올해 초에 나온 아키에이지는 13위, 지난해 12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카발2는 49위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블루홀스튜디오가 개발하고 NHN한게임(부문대표 이은상)이 배급한 제작비 400억 원의 ‘테라’는 부진 끝에 정액제 시스템을 포기하고 부분유료화로 돌아섰다.
넥슨(대표 서민)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머그게임 ‘바람의 나라’를 만들고 엔씨소프트에서는 ‘리니지’를 만든 송재경 대표가 이끄는 엑스엘게임즈(대표 송재경)의 최신작 ‘아키에이지’ 역시 불황에 빠진 MMORPG 시장을 깨워줄 기대작이었지만 출시 5개월만에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실패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정점은 CJ E&M 넷마블(부문대표 조영기)이 서비스한 해외 대작 ‘리프트’다. 550억 원의 천문학적 제작비가 투자된 리프트는 '2011 올해의 온라인게임상'을 수상하며 실패할 수 없는 게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한국에선 1년도 버티지 못하고 서비스가 중단됐다.
대작 게임의 흥행 참패가 이어지면서 게임사들은 수백억 원대의 대작 게임보다는 중박만 내도 성공인 중소형 게임 개발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넥슨의 액션AOS게임(대전액션과 공성전이 결합된 게임장르) ‘사이퍼즈’가 좋은 예다. ‘던전앤파이터’의 개발사인 네오플이 개발한 ‘사이퍼즈’는 2011년 여름 공개된 후 지금까지 꾸준히 10위권을 유지하며 디아블로3, 아키에이지 등 국내외 대작 게임들 사이에서 선전하고 있다.
넥슨 관계자는 “AOS는 복잡하다는 인식을 벗기 위해 최대한 간단한 UI와 3인칭 시점을 도입해 접근성을 높였다”면서 “정통 AOS를 부담스러워했던 유저들을 노린 틈새전략이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NHN한게임의 ‘던전스트라이커’ 역시 공개서비스를 시작한 지 1주일도 되지 않아 디아블로 3를 넘어 액션RPG 1위, 전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핵앤슬래시류 게임(디아블로 등 적을 휩쓸고 다니는 사냥을 목적으로 하는 장르)임에도 불구, 캐릭터성을 강화해 코어유저는 물론 여성 유저들을 끌어들인 것이 주효했다. 제작비나 화려한 그래픽, 규모 등 외형적 요인만으로는 유저들을 끌어모을 수 없다.
그때그때 이용자들의 요구에 빠르게 부응하는 ‘고객친화적’ 게임들이 살아남고 있다. 이는 최근 게임계의 주류인 모바일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애니팡, 쿠키런, 윈드러너 등의 모바일 대박 게임들은 화려한 그래픽이 아닌 ‘쉽고 간단하게’ 게임을 즐기고 싶은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는 게임성으로 승부해 대성공을 이뤘다.
한 게임 관계자는 “게임시장이 어느 정도 포화에 이르렀기 때문에 비슷비슷한 게임성에 그래픽만 좋아서는 초반 반짝 인기는 얻을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유저를 붙잡고 있기 어렵다”면서 “꾸준한 사후관리와 함께 다른 게임에서 볼 수 없는 독창성을 가진 게임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