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는 왜 새 사외이사 90%를 '방패'로 채웠을까?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경주 기자]재벌그룹들이 권력기관 출신 인사를 바람막이용 사외이사로 영입해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재계 17위 신세계그룹(부회장 정용진. 사진)이 실세형 사외이사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재벌 및 CEO, 기업 경영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사외이사 17명 가운데 15명이 감사원과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이른바 권력기관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신세계그룹의 권력형 사외이사 비중은 88.2%로 20대 그룹 평균에 비해 배가 넘는 수준이다.
20대 그룹 사외이사 489명 가운데 권력기관 출신은 212명으로 43.4%의 비중을 기록했다.
또 20대그룹 전체 사외이사 중 34%나 되는 학계 출신이 신세계그룹에는 단 한 명도 없어 과도한 권력기관 편중 현상을 드러냈다.
신세계그룹의 관료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41%로 20대그룹 평균 19%를 훨씬 앞섰으며, 세무출신 비중도 29%로 20대그룹 평균 7%와 큰 차이를 보였다.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 15명의 면면도 화려하다.
우선 올해 주총에서 주력사 신세계(대표 장재영)에 신규 선임된 손인옥 사외이사는 불과 4년 전인 2009년에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새 정부 들어 재벌 개혁이 강도 높게 논의되고 있는 와중에 재계의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 2인자 영입에 성공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손 사외이사의 인맥이 신세계그룹이 곤란한 상황에 처할 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손 사외이사외에도 신세계에는 국세청, 검찰, 감사원 등 권력기관의 고위임원이 즐비하다.
손영래 서정 고문은 서울지방국세청장과 제 13대 국세청장을 엮임한 수장급 권력기관 출신이다.
조근호 신세계 사외이사는 불과 2년 전 법무연수원장을 지냈으며, 대전지검장, 서울북부지검장, 부산고검장 등 검찰고위직을 두루 수행했다.
김종신 산학정 정책과정 원장은 감사원 사무총장을 거쳐 감사위원, 원장직대까지 수행했다.
최근 국세청과 검찰이 재벌들의 비자금을 집중 조사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들의 존재가 더욱 부각된다.
또 다른 주력사인 이마트(대표 허인철)에도 역시 국세청, 검찰, 식약청, 감사원 등의 초 고위임원 출신이 포진했다.
전형수 김앤장 고문은 대전지방국세청장과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지냈으며, 박영렬 성의 대표변호사는 4년 전에 광주‧수원지방검사장을 지냈다.
이밖에 문창진 차의과대 행정대외부총장은 7대 식약청장과, 13대 보건복지부 차관을 지냈고, 박종구 김앤장 고문은 감사원 감사위원을 엮임 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계열사들도 실세 인사 영입에는 뒤지지 않는 모습이다.
광주신세계(대표 유신열)에는 김상월 전 중부 세무서장, 유충흔 전 감사원 전략감사본부장이 사외이사로 있으며,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김해성)에는 박창언 전 대구경북지역본부 세관장, 김재천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있다.
이밖에 신세계아이앤씨(대표 윤수원)에 서양래 전 감사원 특별조사본부 본부장, 신세계푸드(대표 김성환)에 고계인 전 식약청 식품본부장, 신세계건설(대표 윤기열)엔 김재선 전 감사원 감사교육원장이 사외이사로 있다.
이들을 제외한 2명의 사외이사는 재계 출신으로 광주신세계 하동수 삼흥 전무이사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폴 허즈번드 허즈번드유통컨설팅 대표다.
이와 관련,재계 관계자들은 "신세계그룹이 골목상권 침해의 중심에 있는 대형마트 1위 사업자로 새 정부의 집중 포화를 받았고, 정 부회장이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유통업체 불공정거래 관련 청문회에 출석요구를 받으나 이에 불응해 법정에서 구형할 수 있는 최고 벌금액 1천500만 원을 구형받은 것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이마트가 조직적으로 노조 설립을 방해하고 제빵 계열사인 신세계SVN을 통해 오너 일가가 부당이익을 취하게 한 혐의로 검찰의 집중적인 조사를 받았으며 올해 초에는 판매도급 분야 직원 1978명이 불법파견인 것으로 드러나는등 곤욕을 치르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사외이사들의 전문적인 조언과 유사시 '바람막이'가 필요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