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형의 굴욕' 현대중공업…조선 '빌빌', 비(非)조선 '펄펄'
2013-05-31 김종혁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종혁 기자] 정몽준 의원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이 그룹의 모태인 조선사업보다 다른 부문에서 더 많은 매출을 거둘 정도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조선사업이 장기침체에 빠진 가운데 2008년 8월 계열사로 편입된 현대오일뱅크(대표 권오갑)가 새로운 '캐시카우'로 떠오르고 있다.
31일 재벌 및 CEO,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분야 매출(내부 매출 제외)은 18조5천270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29%를 차지했다.
조선 분야의 매출 자체가 전년보다 2.8% 감소하면서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31%에서 2%포인트 낮아졌다. 조선 분야의 매출 비중은 2010년 39%와 비교하면 2년만에 10%포인트나 하락했다.사업 부문 가운데 그동안 '맏형' 노릇을 해 온 조선 분야가 주력 자리를 내 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반면, 비조선 분야의 매출은 전년보다 13.8% 증가한 45조7천479억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비조선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1%에 달했다. 2010년 61%였던 비조선 분야의 매출 비중은 10%포인트 높아졌다. 현대중공업 그룹의 지난해 매출이 64조2천750억 원으로 전년보다 5.7% 증가하는 데 비조선 분야가 효자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올 1분기 비조선 분야의 매출 비중은 72%로 지난해 1분기 67%에 비해 5% 포인트나 높아졌다. 올 1분기 조선 부문 매출이 4조2천70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한 반면, 비조선 분야 매출은 이 10조9천248억 원으로 17.2%나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현대중공업 그룹의 1분기 총 매출은 15조1천95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늘었다. 비조선 분야 중 정유 매출이 크게 늘었다. 현대오일뱅크(대표 권오갑)를 필두로 한 정유 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26조4천347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9%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그룹 전체 매출에서 정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18%에서 2011년 35%, 지난해 41%로 크게 늘었다. 올 1분기에도 정유 부문 매출 비중은 44%로 지난해 1분기 40%보다 4%포인트 높아졌다.
조선 부문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1분기 33%에서 올해 1분기 28%로 5%포인트 떨어졌다. 2011년을 기점으로 정유 부문이 조선 부문을 추월한 뒤 격차를 벌려 나가는 모양새다.
건설장비, 엔진기계, 플랜트, 금융 등은 소폭의 등락을 보일 뿐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정유는 수익에서도 조선을 큰 차이로 따돌리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정유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1.2%에 불과했으나 조선은 5.6%를 기록했다. 그룹 전체 영업이익에서 조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45%에 달해 13%의 정유 부문을 크게 앞질렀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올 1분기 정유 부문의 영업이익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로 15%에 그친 조선 부문을 압도했다.
해양과 건설장비는 각각 16%, 15%로 조선과 비슷한 비중을 나타냈다.
이 같은 현상은 그룹의 중추인 현대중공업의 선박사업이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정유사업은 국제유가 강세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과 정유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의 매출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에서 현대중공업 그룹의 성장성에는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경기침체로 국제유가마저 약세를 보일 경우 정유 사업에서도 언제든 위기가 닥칠 수 있는 반면, 이를 대체할 새로운 성장 동력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그린에너지의 경우 2011년부터 매출이 발생해 지난해 3천446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게 고작이다.
90년대 전후 설립된 제일투자증권과 제일투자신탁운용을 2008년 인수해 하이투자증권과 하이자산으로 계열사에 편입하며 금융업에도 발을 디뎠지만 이조차 선박펀드 조성 등 부수적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