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손보 구자준 회장, 떠날 채비하나? 보유 지분 대거 정리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사진>의 지분율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등 회사내 운신 폭이 좁아지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재벌 및 CEO,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달 30일 LIG손해보험 주식 163만5천450주의 절반인 79만3천990주를 조카인 본엽, 본욱, 본미, 현정, 본희, 윤정 등 6명에게 넘기면서 지분율이 2.73%에서 1.4%로 1.33%포인트 낮아졌다.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은 큰 형인 구자원 LIG그룹 회장의 차남이고, 구본욱 LIG손해보험 상무과 본미 본희씨는 작고한 둘째 형인 구자성 LG건설(현 LIG건설) 사장의 자녀들이다.
현정, 윤정씨는 구자훈 LIG투자증권 회장 겸 LIG문화재단 이사장의 장차녀이다.
LIG손해보험은 구 회장의 큰형인 구자원 LIG그룹 회장의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이 7.14% 지분율로 최대주주이지만, 회사 경영은 구 회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구 회장의 장남 동범씨가 MBA과정을 마치고 LIG손해보험 임원실의 이사로 재직중이지만 회사주식을 소유하지 않아, 부인 이영희씨의 지분 0.05%를 더해도 1.45%에 불과하다.
구 회장이 LIG손해보험의 지분을 넘기는 대신 받아든 주식은 IT소재 기업인 LIG에이디피 434만8천주(18.74%)다.
이로써 LIG에이디피 최대주주는 4.3%를 갖고 있던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 외 12인에서 구자준 회장 외 6인으로 변경됐다.
시장에서는 구 회장이 자산규모 18조5천억 원이 넘고 연간 2천억 원 가량 순이익을 올리는 알짜배기 LIG손해보험 주식을 적자경영에 허덕이고 있는 LIG에이디피 지분과 맞교환한 것을 의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LIG에이디피는 지난해 영업손실 187억 원, 순손실 201억 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매출은 30%나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지난해 1분기 45억 원에서 올해 47억 원으로, 순손실은 48억 원에서 57억 원으로 적자규모가 심화됐다.
재무구조도 악화일로에 있다.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2010년 63.7%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27.5%로 2년만에 2배로 뛰어올랐고, 올 1분기말에는 161.4%로 급등했다.
반면, 현금사정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은 지난해 말 197.3%를 기록한 뒤 불과 3개월만에 150.3%로 크게 떨어졌다.
비단 LIG에이디피 뿐만 아니라 LIG그룹은 최근 전반적으로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다.
지주회사격인 LIG와 자회사 LIG넥스원의 주식 100%가 하나은행 등 7개 채권사에 담보로 잡혀 있다. 구자준 회장 등 오너일가친척들의 LIG손해보험, LIG에이디피 주식도 각각 99.96%와 97.5%가 담보로 묶여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구 회장이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내놓고 적자 계열사의 지분을 받은 것을 그룹차원의 세대교체를 염두에 둔 지분정리 포석인 것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은 내년 6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에 앞서 구 회장과 함께 1999년부터 LIG손해보험에서 손발을 맞춰왔던 전문경영인 김우진 사장은 임기를 1년 남겨둔 2011년 12월에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사실상 일선 경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후 단독으로 회사를 이끌어온 구 회장이 임기를 1년 남겨둔 상황에서 '본'자 돌림에게 지분을 넘겨주고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