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 난 정몽구 회장과 고용 창출 발목 잡는 노조
2013-06-04 김종혁
현대차가 국내 투자를 최소화하고 해외 투자를 계속 확대해 나갈 경우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후유증이 매우 클 전망이다. 자동차는 3만여개의 부품이 물려 굴러 가는 만큼 전후방 산업연관 효과가 가장 큰 업종으로 꼽히고 있다.
투자가 해외에 집중될 경우 고용도 해외에서 창출하고 세금도 외국에서 많이 내게 된다.
결국 현대차 노조가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셈이다. 현대차는 고등학생 자녀 학자금 지원 1천만원 지급, 정년 61세 보장 등 70여 개에 달하는 노조 요구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이 때문에 파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4일 재벌 및 CEO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선정한 국내 500대 기업 중, 현대차는 신차 개발, 공장 신증설 등 국내 공장에 1조9천676억 원(4월 기준 향후 투자액)을 투자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이를 정상적으로 집행하려면 노조 문제 해결과 공장 가동이 정상화돼야 하지만 현 환경에서 원활한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현대차 관계자는 “임단협이 장기화되고, 파업이라도 발생하면 아무래도 공장, 연구소 등에 투자는 연기될 여지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임단협이나 파업)가 해결된 다음에 속도를 내면 복귀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3월부터 10주 이상 이어진 특근 거부 속에 국내 판매가 감소하며 몸살을 앓고 있다. 현대차의 5월 해외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12.4% 급증한 34만4천464대를 기록했으나 국내는 5만7천942대로 0.2% 감소했다. 지난 1분기 실적은 더 심각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1분기 매출은 10조1천94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나 줄었다. 특히 지난해 실적을 뒷받침했던 수출이 11.6% 감소한 6조2천490억 원에 머물렀다. 최근 3년간 괄목할 성장을 보이면서 연간 매출 7조원까지 끌어올렸던 수출마저 무너진 것이다.
가동률에서도 한국 공장은 후순위로 밀려 있다. 지난해 현대차의 한국 공장 가동률은 103.8%로 유럽(HMMR), 북미(HMMA), 아시아(HMI) 공장에 이어 4위에 자리했다. 올해 1분기는 99.6%로 낮아져 5위로 밀렸다. 노조 문제로 주말 특근 거부 사태가 계속된 만큼 2분기 한국 공장의 가동률도 저조한 기록을 남길 전망이다.
정 회장은 이 같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투자를 최소화하고 중국등 해외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베이징현대차 베이징3공장의 연간 생산 규모를 현재 30만대에서 내년 1월부터 45만대로 늘리기로 했다.
베이징현대차 3공장은 지난해 7월 양산을 시작해 랑둥(한국명 아반떼), 싼타페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이 45만대 양산체제에 들어가면 베이징현대차는 1ㆍ2공장의 각각 30만대를 합해 전체 105만대의 생산체제를 확보하게 된다. 상하이폭스바겐.상하이GMㆍ이치폭스바겐ㆍ동풍닛산에 이어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5번째로 100만대 생산 규모를 갖추게 된다.
베이징현대차가 양산 9개월 만에 무려50% 증설 것은 악화되고 있는 국내 경영수지 만회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엔저와 특근 거부의 여파로 1ㆍ4분기 영업이익이 10.7%나 하락했다. 특히 주말 특근거부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노조 때문에 이상 국내 생산에 의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해외투자로 방향을 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