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 왜 이 회사 설립?…부인.미성년자 두 아들 출자, 2년 매출'제로'
2013-06-07 이호정 기자
정 회장의 부인과 10대 자녀들이 주주로 있는 IT계열사가 2년 연속 매출액'제로'를 기록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7일 재벌 및 CEO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의 IT계열사인 아이시어스가 2011년 설립 이후 2년 연속으로 매출 0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IT계열사에 오너 일가가 지분투자를 하고 계열사에서 일감을 몰아줘 단기간에 회사 가치를 끌어올려 지분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 고액배당을 통해 재산을 증식하는 것이다.
아이시어스의 경우 정몽규 회장이 13.33%(4만주)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정 회장의 부인 김나영(47세) 씨와 차남 원선(19세)군, 삼남 운선(15세) 군이 각각 2만주씩 6.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정 회장 가족의 지분율이 33.34%에 이른다.
2011년 7월 설립된 아이시어스는 그해 5개월 동안 매출 없이 4억 원의 영업손실만 기록했다. 그해 12월 LG유플러스와 고객정보 유통물류 클라우드 서비스인 ‘스마트셀러’를 선보이며 의지를 불태웠으나 지난해에도 매출은 없이 14억1천만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사업자체가 난항을 겪으면서 재무구조도 빠르게 악화됐다. 대출상환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인 유동비율은 2011년 3천59%에서 지난해 8%로 크게 급락했다.
일반적으로 유동비율은 200% 이상이어야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1년말 1억9천500만 원이던 자기자본은 지난해말 -3억5천800만 원의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반면, 부채는 2천200만 원에서 12억6천800만 원으로 57배나 늘었다.
이에 따라 사업 첫해 2%에 불과했던 부채비율은 계산도 할 수 없는 지경이다. 또 현금성 자산도 2011년말 229억 원에서 지난해말 73억 원으로 68%나 쪼그라들어 사실상 존립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아이시어스는 출범 직후부터 지금까지 현대산업개발 계열의 건물관리업체인 ‘아이서비스’에서 운용자금 16억 원을 빌려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2011년 1억 원을 포함해 지난해 총 10억 원을 아이서비스에서 연 6.9%의 금리에 빌렸고, 올해도 7억 원 가까운 돈을 운용자금 명목으로 단기차입 했다.
현대산업개발의 지분구조를 들여다보면 아이시어스의 실패가 정 회장 일가에게 뼈아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현대산업개발이 취약한 지분구조 때문에 경영권 분장에 휘말린 전례가 있어 정 회장이 지분 확대를 위한 자금 마련에 압박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템플터자산운용(20.05%)이 지난해 1월 정 회장(18.83%)과의 현대산업개발 지분 격차를 1% 이상 벌인 이후 상황에 따라 경영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또 아이시어스 설립 이전까지 정 회장의 두 아들이 현대산업개발 계열사에 전혀 지분을 갖고 있지 않아 경영권 승계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너 일가의 유일한 재산증식 수단으로 여겨졌던 아이시어스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함에 따라 정 회장은 속을 끓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최근 경영진을 교체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2년 가까이 아이시어스와 계열 비즈니스서비스그룹 대표이사를 겸직했던 고봉군 대표를 대신해 아이시어스 박재우 상무를 대표이사로 승진시킨 것이다. 또 류주현 아이서비스 상무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몽규 회장 자녀의 첫 출자가 그동안 재벌들의 재산 인큐베이터로 애용됐던 IT계열사라는 점에서 출자 당시부터 관심을 끌었다"며 “내부거래를 통해 덩치를 키울 것이란 예상과 달리 아직까진 무용지물로 방치돼 있으나, 대표이사를 새로 선임하는 등 최근의 움직임을 보면 본격적인 회생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정 회장의 장남인 준선(21세) 군은 이 회사는 물론 여타 계열사에도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다만 어머니인 김나영 씨가 현대산업개발 주식 4천450주와 함께 아이시어스 주식을 2만주 보유하고 있는 상태라, 영국 유학 중인 준선 군을 대신해 출자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