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과 CU는 영세 편의점주들의 무덤인가?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경주 기자]"CU와 세븐 일레븐은 편의점 가맹점 주들의 무덤인가?"
올들어 가맹점주들이 생활고를 못 이겨 자살하거나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해당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쏟아 내는 한탄이다.
과다출점으로 편의점 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 올 1월부터 지난달까지 CU 가맹점주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세븐 일레븐 점주도 1명이 자살했다.
이 와중에 이달에는 경기도 여주군에서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운영하던 A씨(남.35)가 자신의 편의점에서 숨졌다. 유족과 가맹점주들은 매출 부진에 따른 스트레스와 생활고로 인한 건강 악화를 사망원인으로 주장하고 있다.
두 회사의 가맹점주들은 잇따른 자살과 사망이 불공정계약에 따른 생활고라고 입을 모은다.
가맹본부 측이 무리한 점포망 확장을 위해 주변 상권의 과밀여부를 따지지 않고 점포를 개발하거나 예상 매출액을 부풀려 가맹점을 모집한 것이 결과적으로 점주의 피해로만 귀결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장사가 안 돼 폐점을 하는 것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불공정계약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가맹점포의 평균 매출은 해마다 감소추세인 것과 달리, CU의 본사인 BGF리테일(대표 박재구)과 롯데그룹의 세븐일레븐(대표 소진세)은 지난해 매출이 각각 13.7%와 22.8%나 늘었다. 두 회사의 매출은 각각 2조8천억 원과 2조4천억 원대에 이른다.
이에 해당 업체의 가맹점주들은 협의회를 구성해 회사측에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별 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BGF리테일이나 세븐일레븐 모두 점주의 사망에는 유감을 표하면서도 실질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갑의 횡포'를 견제하고 단속해야 할 국회와 정부 당국의 입장도 미온적이다.
자영업자 보호를 위해 가맹점사업법 개정이 추진되고는 있지만 속도가 더디기 짝이 없다. 자살사건이 터진 후 열린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는 새누리당의 반대로 개정안 처리가 한 차례 무산됐다. 이후 CU와 세븐일레븐에서 사망자가 더 나왔지만 개정안 처리는 답보상태다.
특히 자살사건의 중심에 있는 CU에 대한 국회청문회를 놓고 당초 여야가 합의를 했으나 새누리당측이 최근 청문회가 아니라 상임위 의사 일정만을 합의했을 뿐이라고 주장해 혼선을 빚고 있다.
대기업의 횡포로부터 약자를 보호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는 한 술 더 떠서 아예 편의점 본사를 편드는 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김석호 공정위 기업협력국장은 최근 "본사측이 예상매출액을 제시할 때 객관성만 있으면 되고 추후 상권변동이나 가맹점주의 경영능력 부족 때문에 매출 차이가 발생한다면 점주가 감수할 몫"이라며 예상 매출액 부풀리기 관행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한 가맹점주는 "허위과장광고 여부의 기준이 되는 예상 매출자료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축적된 노하우와 수많은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본사와 일반 점주를 똑같은 정보력을 가진 주체로 인식하고 있는 반쪽짜리 공정위"라고 성토했다.
공정위는 현재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의 불합리한 계약조건을 개선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 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내용과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게 없는 상태다.
사실 공정위는 지난해 프랜차이즈에 대해 동일 상권 중복출점 등을 제한하는 모범거래 규준을 제정하면서 가맹점수가 제일 많은 편의점을 후순위로 미뤄 적잖은 원성을 산 바 있다. 결과적으로 편의점 가맹본부의 무분별한 점포개발을 제때 막지 못한 것이 최근의 자살사태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공정위는 일단 6월 임시국회에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그 후속 조치로 편의점을 비롯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심야 영업시간 단축과 과도한 중도해지 위약금 조정에 관한 세부 내용을 담은 시행령을 제정하고 관련 고시도 개정할 예정이다.
또 이에 앞서 편의점주들이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는 24시간 영업 강제와 관련해 합리적인 단축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실태조사도 벌이기로 했다.
그러나 법안 개정이 미뤄지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아직도 수립되지 않고 있는데 대해 가맹점주들은 깊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세븐일레븐편의점주협의회는 최근 성명에서 "얼마나 더 많은 목숨을 잃어야만 되는 것인지, 얼마나 더 큰 재앙이 닥쳐야 법안이 통과되냐"며 "‘갖은 이유로 자꾸만 제동을 거는 새누리당은 언제 가맹점주들의 목소리나 한번 들어보길 했는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새 정부의 주요 화두 가운데 하나가 경제민주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당이나 정부의 대응이 굼뜨고 안일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