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 보다 잿밥'증권사 공익법인…지분매입해 '경영권 승계'에 혈안?

2013-06-10     윤주애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증권사 오너가 관련된 일부 공익재단이 계열사 지분을 과다 보유하고 있어 그 배경에 의혹이 일고 있다.


공익재단이 사회공헌 활동보다는 계열사 주식을 사들여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10일 재벌 및 CEO,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국내 24개 상장 증권사 중 유화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한영증권이 7개의 공익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화증권(대표 윤경립)은 성보문화재단(이사장 윤장섭)과 여송(이사장 김정숙), 성보학원(이사장 윤장섭) 등 3개 재단을, 미래에셋증권(조웅기·변재상)은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이사장 이기수)과 미래에셋육영재단(이사장 박현주)을 보유하고 있다. 


또 대신증권(대표 나재철)과 한양증권(대표 정해영)은 대신송촌문화재단(이사장 양홍석)과 한양학원(이사장 김종량)을 운영중이다.


이 가운데 학교법인인 한양학원과 성보학원을 제외한 5개 공익법인의 지난해말 기준 총 자산 규모는 2천382억 원이며 이 가운데 주식자산은 355억5천만 원으로 22.2%를 차지했다.


 


특히 대신송촌문화재단은 토지와 건물을 제외한 총 자산 가운데 77.9%가 주식자산으로 이뤄져 있고 여송은 주식자산의 비중이 49.6%에 달한다.


성보문화재단도 전체 자산 가운데 주식자산이 15.1%를 차지했다.

반면 미래에셋박현주재단과 미래에셋육영재단은 주식을 단 한 주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


대신송촌문화재단의 경우 총 자산 195억6천만 원 가운데 주식자산이 134억8천만 원에 달했다. 고정 자산인 토지와 건물 23억 원 가량을 제외한 주식자산 비중은 77.9%에 이른다. 주식자산 비중은 2008년 57.6%에 비해 12%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보통 기업들이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절세를 위해 공익법인에 주식을 출연하는 경우가 빈번하지만 대신송촌문화재단처럼 주식자산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드물다.


대신송촌문화재단이 보유한 관계사 지분은 대신증권이 약 4%이고 대신생명보험과 대신팩토링이 각각 5%, 대신정보통신이 2.19%로 집계됐다.

유화증권의 여송은 총 자산 90억 원 중 절반인 44억7천만 원이 장부가액으로 기록된 성보실업과 유화증권 주식이다. 여송의 지분율은 성보실업이 5%, 유화증권이 1.35%였다.


여송의 주식자산 비중은 2008년 63.6%에서 지난해 49.8%로 낮아졌지만 이는 주가하락으로 주식가치가 57억 원에서 40억 원대로 떨어진 탓이다.


공익법인의 주식보유가 논란을 빚는 것은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회공헌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보다는 우호지분을 늘려 경영권 방어에 이용하면서 세금을 피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담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익법인의 자산이 대부분 주식으로 묶여 있으면 자산규모에 비해 사업비지출이 적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눈에 띄는 대목이 미래에셋박현주재단과 미래에셋공익재단의 활동이다.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은 2008년만해도 주식자산 비중이 35.8%에 달했지만 지난해말에는 주식자산 비중이 0%로 낮아졌다. 미래에셋육영재단도 2008년 1.4% 비중을 차지했던 주식자산을 지난해까지 전부 다 처분했다.


미래에셋박현주재단과 미래에셋육영재단은 지난해 총 68억3천만 원의 기부금을 장학.지원.결연사업에 사용했다. 2008년 31억7천만 원에 비해 2배가 넘는 금액이다.


이처럼 사업비 지출을 늘린 반면, 공익법인을 통한 계열사 지분보유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박현주재단과 미래에셋육영재단은 주식자산 비중이 높았던 2008년에도 삼성전자와 대우증권 등 타사 주식 33억 원 가량을 보유했을 뿐이다.


투자수익을 위해 주식을 일시 보유했다가 전부 매각해 사회공헌활동에 사용함으로써 공익법인 운영의 모범사례를 보인 셈이다.


그러나 대신송촌문화재단은 최근 5년간 자사주를 꾸준히 늘리면서 미래에셋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취했다.


대신송촌문화재단은 지난해 2월 대신증권 보통주 5만7천여주(약 5억7천만 원)를 장내매수 했고 올해도 지난 1월31일부터 3월14일까지, 지난 4월8일부터 29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자사주 6만여주(약 6억 원)를 사들였다. 대신송촌문화재단은 이 기간에만 대신증권 지분 0.45%를 사들였다.


같은 기간 동안 대신증권 창업주 고 양재봉 명예회장의 손자인 양홍석 부사장과 며느리 이어룡 회장의 지분률이 0.01%포인트와 0.05%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신송촌문화재단은 생전에 양 명예회장이 이사장을 맡을 당시 매년 장학사업에 수천만원을 사용했지만, 양 명예회장이 2010년12월 타계한 이후에는 총 58억 원의 기부금을 재단 기본재산에 편입한게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