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현금 잡아라!'…단기차입 한도 15조 확대

18개사 자금난 미리 대비…우리투자, 6조 '최고'

2013-06-15     윤주애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증시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증권사들이 최근 단기차입금 발행한도를 크게 확대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적부진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데다 향후 경영여건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면서 예방적 차원에서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을 비롯한 18개 증권사가 올해 들어서만 단기차입금 발행한도를 15조500억 원이나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증권사가 발행한도를 다 채울 경우 단기차입금 총액은 기존 18조6천28억 원에서 33조6천528억 원으로 80.9%나 증가하게 된다.


지난해의 경우 1월1일부터 6월12일까지 한화투자증권과 교보증권만 단기차입금 발행한도를 늘렸고, 그 규모도 3천590억 원에 그쳤다.


증권사들이 유동성 확보에 부쩍 신경쓰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단기차입금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우리투자증권(대표 황성호)으로 2조 원이나 된다. 이에 따라 우리투자증권의 단기차입금 발행한도는 4조4천100억 원에서 6조4천100억 원으로 18개사 중 가장 많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올 들어 단기자금 수요와 물량이 풍부한데다 저금리로 조달할 수 있어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차입규모가 늘어난 것"이라며 "한도를 늘렸다고 다 채우는 것도 아니고, 그때 그때 조달한 자금을 투자해 상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의 단기차입금 발행 한도가 6조 원대로 규모가 큰 것에 대해서는 "이처럼 대규모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만의 투자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동양증권(대표 이승국)이 1조8천745억 원에서 1조 원 늘어난 2조8천745억 원으로 확대됐다.


또 미래에셋증권(대표 조웅기·변재상)과 메리츠종금증권(대표 최희문·김용범), 한국투자증권(대표 유상호), NH농협증권(대표 전상일)도 단기차입금 발행한도가 2조 원을 넘겼다.


현대증권(대표 윤경은)의 경우 단기차입금 발행한도가 기존 4천700억 원에서 1조9천700억 원으로 319%나 폭증했다. 교보증권은 500억 원에서 800% 늘어난 4천500억 원, 동부증권(대표 고원종)도 2천200억 원에서 363.6% 증가해 1조 원을 넘어섰다.


특히 삼성증권은 3년 만에 처음으로 단기차입금 한도를 5천억 원 늘려 1조7천145억 원이 됐다.


이 외에 KTB투자증권(대표 권성문·주원)은 5천억 원에서 1조7천억 원으로, 대신증권(대표 나재철)도 7천억 원에서 1조7천억 원, 한화투자증권(대표 임일수)은 1조1천210억 원에서 1조6천210억 원, SK증권(대표 이현승)은 5천790억 원에서 1조790억 원으로 단기차입금 발행한도를 확대했다.


또 신영증권(대표 원종석)은 2천500억 원에서 9천500억 원으로, 부국증권(대표 전평)은 6천530억 원에서 8천530억 원, HMC투자증권(대표 제갈걸)은 2천500억 원에서 8천500억 원, 유진투자증권(대표 유창수)도 2천670억 원에서 8천170억 원으로 늘렸다.





단기차입금 발행한도를 자기자본과 비교하면 NH농협증권이 자기자본의 372%로 가장 높았다.


메리츠종금증권이 371%,  KTB투자증권이 355%, SK증권이 238%, 부국증권이 223%로 그 뒤를 이었다.


단기차입금 발행한도가 6조원 대에 달하는 우리투자증권은 자기자본이 3조 원이 넘어 그 비중이 채 200%가 안됐다. 마찬가지로 자기자본 규모가 3조 원이 넘는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삼성증권도 단기차입금 비중이 80%에 못 미쳤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단기차입금 발행한도를 15조500억 원이나 늘었지만 그 가운데 CP 한도를 늘린 규모는 3천590억 원으로 2.4%에 불과했다.

지난해 단기차입금 발행한도를 확대한 한화투자증권과 교보증권은 3천590억 원 전부를 CP발행으로 늘렸다.


이와 달리 올해는 동부증권이 3천억 원, 교보증권 2천억 원, KTB투자증권 1천100억 원, 유진투자증권과 부국증권이 각각 1천억 원으로 CP발행한도를 늘린 규모가 총 8천100억 원에 그쳤다.

나머지 14조2천400억 원은 전자단기채 발행한도를 늘렸다.


쌍용건설, STX 등의 구조조정으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증권사들이 전자단기사채로 자금조달 채널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자단기사채란 단기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하 등 법이 정한 일정한 성립요건을 갖추고 등록기관(예탁원)을 통해 전자적 방식으로 등록돼 발행·유통·권리 행사가 등록계좌부상에서 이뤄지는 제도다.


이 같은 특징으로 인해 전자단기사채는 신속한 자금조달 기능은 살리면서 실물발행·권면분할 불가 등 CP가 가지는 문제점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콜머니를 이용하거나 CP 등 사채보다 전자단기사채로 단기자금 등을 조달하도록 장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