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몽구 '뚝심'투자…10개사 최고500% 확대
다만 철강과 건설부문 계열사들이 투자를 늘린 반면, 그룹 기관차인 자동차분야는 막대한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투자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투자가 본격화되면 규모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26일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14개사의 올 1분기 유·무형자산 취득액은 총 2조4천84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140억 원보다 23.3%나 증가했다.
그룹의 맏형인 현대자동차가 유·무형자산 취득액을 크게 줄이며 설비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반면, 철강과 건설분야 계열사들이 투자확대를 주도했다.
철강분야에서는 현대제철(대표 박승하 우유철)의 유무형자산이 7천29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4% 증가했다. 3기 고로 건설 투자에 따라 기계, 토지 등의 자산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대하이스코 역시 지난 5월 말 준공한 당진 2냉연공장 투자를 완료하면서 3천25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2.7% 급증했다.
건설분야에서는 현대건설(대표 정수현)의 자산이 112% 증가한 267억 원을 기록,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건설 측에 따르면 토지, 차량 등의 취득이 증가가 영향을 줬다.
또 현대엠코(대표 손효원)도 지난해 9억 원에 불과했던 자산이 499.5% 증가한 58억 원을 기록해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현대글로비스(대표 김경배)의 경우 토지를 비롯해 건물, 선박 등의 취득이 증가해 올 1분기 자산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7.3% 증가한 1천92억 원에 달했다.
반면 현대차의 유·무형자산 취득액은 6천32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1% 감소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감가삼각 등의 여러 요인에 의해 유·무형자산 취득액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기아자동차(대표 이형근 이삼웅) 역시 올 1분기 유·무형자산 취득액이 3천6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 감소했다.
현대모비스(대표 전호석)는 유·무형자산 취득액이 1천903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7.6% 증가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올해 무형 자산이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해 현대라이프를 인수하면서 영업권을 추가로 확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R&D 등의 투자가 계속되고 있지만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에 현금 보유에 비해 투자가 미미한 것으로 본다”며 “미국 유럽을 비롯해 국내외 경기가 여전히 침체 수준을 보이고 있어 공격적인 투자에 조심스러운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올 1분기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 보유액은 37조3천462억 원으로 전년 동기 35조9천423억 원보다 3.9% 늘어났다. 이는 주력사인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차에 대부분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나 투자보다는 현금을 쌓는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3사의 현금성 자산은 30조9천639억 원으로 그룹 전체의 83%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19조8천606억 원(53%)으로 그룹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기아차는 각각 6조4천409억 원(17%), 4조6천622억 원(12%)에 달했다.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현금을 갖고 있으면서도 현대차와 기아차는 유·무형자산 취득이 줄어 그룹 전체 투자를 위축시켰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는 지난해처럼 투자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R&D 등의 투자는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