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현금성 자산 16% 늘었으나 투자 35% 축소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경주 기자]롯데그룹(회장 신동빈)은 10대그룹 평균보다 크게 투자를 줄이고 현금보유액은 늘려 특유의 보수경영을 드러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올해 1분기 실적을 공시한 롯데그룹 계열사 12곳이 올해 1분기에 취득한 유무형자산은 총 5천844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1%나 감소한 수치로 같은 기간 실적을 공시한 10대그룹 99개 계열사의 평균감소율 10.7%보다 24.4%포인트나 더 감소했다.
유무형자산 취득액은 토지나 건물, 설비 등을 취득한 금액을 나타내며 투자현황을 파악하는 한 지표다.
반면 현금 및 현금성자산 보유액은 4조5천632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6.2% 늘려 역시 10대그룹 평균증가율 10.9%보다 5.3%포인트 높았다.
결과적으로 롯데그룹은 10대그룹 평균치보다 크게 투자를 줄이고 현금보유액은 늘리며 불황에 맞서 특유의 보수적 성향을 더욱 드러냈다.
이는 12개 계열사 중 8곳이 투자를 줄이고, 주력사인 롯데쇼핑을 비롯한 5곳이 현금보유액을 크게 늘린 결과다.
유무형자산 취득을 가장 줄인 기업은 롯데케미칼(허수영)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분기엔 1천934억 원 규모의 유무형자산을 취득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엔 716억 원으로 취득액을 64%나 줄였다.
이는 불황으로 신규 사업을 대폭 줄인 결과다. 롯데케미칼의 ‘건설 중인 자산’ 취득액은 713억 원으로 같은 기간 61.6%나 감소했다.
편의점사업을 하는 코리아세븐(소진세)은 63.1%나 감소했다. 지난해 말 편의점업종에 대해 중복출점을 규제하는 모범거래기준이 시행된 영향이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편의점 초기 창업 시 본사가 시설, 장비 등 자산을 투자를 한다”며 “지난해 모범거래기준이 시행되면서 출점요인이 줄어 투자가 줄어든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롯데건설(대표 박창규)이 60.6%, 롯데로지스틱스(대표 이재현)가 46.8%, 롯데쇼핑(대표 신헌)이 38.6%, 롯데알미늄(대표 김영순)이 38.2%로 유무형자산 취득을 대폭 줄였다.
롯데하이마트(대표 한병희)와 롯데정보통신(대표 오경수)는 각각 2.5%, 2% 줄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롯데푸드(대표 이영호)는 롯데햄 인수효과로 같은 기간 유형자산취득 증가율 160.5%를 기록했다.
이어 호텔롯데(대표 송용덕)가 59.9%, 롯데제과(대표 김용수)가 26.7%, 롯데칠성음료(대표 이재혁)가 17.4%의 증가율로 뒤를 이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보유액(이하 현금성 자산)은 맏형인 롯데쇼핑을 비롯한 5개사가 증가세를 견인했다.
가장 크게 증가한 곳은 롯데건설로 올해 1분기 현금성자산(5천537억 원)이 지난해 말에 비해 35%나 증가했다.
그룹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은 현금성자산이 수천억 원 증가해 그룹 증가율을 견인했다.
롯데케미칼은 같은 기간 현금성 자산(1조1천923억 원)이 27.3%나 늘었고, 롯데쇼핑도 현금성 자산(2조573억 원)이 22.8%나 증가했다.
이어 롯데정보통신과 코리아세븐이 각각 22%, 13.8% 증가했다.
반면 롯데로지스틱스는 74.2%나 감소해 감소폭이 가장 컸으며, 롯데알미늄(56.3%), 호텔롯데(29.1%), 롯데하이마트(27.2%), 롯데푸드(26.8%), 롯데칠성음료(8.3%), 롯데제과(4.8%)순으로 감소율이 높았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측은 그룹차원에서 보수적 경영을 지시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관계자는 “개별 기업의 사정에 따라 투자를 줄이고 현금보유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며 “그룹차원에서는 예정대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